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언제 어디서 누구하고라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 Cantina Zaccagnini Montepulciano d'Abruzzo 2007

까브드맹 2011. 2. 21. 12:17

깐티나 자카니니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2007

1. 깐티나 자카니니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Cantina Zaccagnini Montepulciano d'Abruzzo)

깐티나 자카니니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아부르쪼 지방에서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와인법에 따라 아부르쪼(Abruzzo) 지방에서 재배한 몬테풀치아노 포도로 규정에 따라 만든 와인에는 모두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Montepulciano d'Abruzzo)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죠. 이것은 와인 품질에 대한 보증 표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국내의 쌀 중에서 밥맛 좋기로 유명한 '이천쌀'을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쌀에 함부로 표시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 몬테풀치아노(포도) + 아부르쪼(지역) =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 이천((지역) + 쌀 = 이천쌀

이렇게 되는 거죠.

아부르쪼 지방은 이탈리아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아펜니노 산맥에서 발원해서 동쪽 해안지대로 흐르는 강의 주변에 높은 산과 언덕들이 발달했고, 이 구릉 지대에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생산합니다. 포도 재배는 주로 아브루쪼 북쪽의 테라모 지역에서 이뤄지는데, 특히 콜리네 테라마네(Colline Teramane)라는 비교적 낮은 구릉 지대에서 DOC 등급의 와인을 생산하죠. 주로 재배하는 포도는 레드 와인을 만드는 몬테풀치아노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트레비아노(Trebbian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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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티나 자카니니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는 이 와이너리의 핵심 아이템으로 로버트 파커가 발행하는 와인 아드보카트(Wine Advocate)에서 90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취향이 달라서 그 정도까지 점수를 주고 싶진 않군요. 하지만 누구나 맛있게 마실만 하고 두루 추천해줄 수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병목에 짚으로 매달린 나뭇가지는 포도나무라고 합니다. 아마도 몬테풀치아노 나뭇가지겠죠? 깐티나 자카니니(Cantina Zaccagnini) 말고 국내에 수입된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와인으로 유명한 것은 신의 물방울 11권에 나온 요리오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Jorio Montepulciano d'Abruzzo)와 시트라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Citra Montepulciano d'Abruzzo)가 있습니다. 두 와인 외에도 다양한 몬테풀치아노 와인이 수입되어 팔리니 마트나 샵에서 사서 비교 시음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깨끗하게 반짝이며 가운데는 짙고 주변부는 자줏빛입니다. 잘 익은 체리나 말린 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 향이 풍성하게 흘러나옵니다. 무더운 지역의 와인처럼 향이 강하게 퍼져나오진 않습니다. 그러나 겉으론 얌전하지만, 속으론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졌다는 느낌이군요. 신선한 허브 향과 유제품처럼 달고 부드러운 향도 나타나고 나무 향 역시 조금 나옵니다.

중간 정도의 무게감이 있는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첫 느낌은 매우 부드러우며, 마신 후엔 혀와 잇몸에 탄닌의 떫은맛이 살짝 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슬리지 않고 '내가 지금 레드 와인을 마시는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을 기분 좋게 전달해주죠.

첫맛에 기분 좋고 부드러운 단맛이 살짝 납니다. 그렇다고 스위트 와인처럼 단 것은 아니니 달콤한 와인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산미가 당도와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미디엄 정도의 무게감이 더해져서 상당히 편하고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맛입니다. 입안을 놀라게 하는 맛은 아니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개성을 갖춘 와인으로 누구나 부담 갖지 않고 마실 수 있죠. 뭐랄까요, 아주 편하게 다가설 수 있고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소녀 같다고 할까요?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요소들이 어울려 드라이한 와인에 익숙한 분도 질리지 않을 맛을 보여줍니다. 특히 레드 와인의 터프한 탄닌에 질린 와인 초보자에게 이렇게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레드 와인도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여운은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신 후에 은근히 올라오는 자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향과 질감, 맛, 여운이 균형을 맞추면서 조화를 이룹니다. 부담 없는 느낌, 편안한 맛, 즐겁게 이야기하며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의 어느 순간에라도 야외에서 두세 명의 친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마실 때 딱 어울릴 와인이죠. 실내라면 언제 어디서 마셔도 좋을 와인입니다.

소고기 스테이크, 토마토와 고기를 토핑한 피자, 고기 소스를 얹은 파스타, 경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2월 1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