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청주] 종묘제례에 쓰는 본격 국산 전통 청주 - 국순당 예담(禮談)

까브드맹 2011. 2. 16. 08:21

● 생산 지역 : 한국 > 강원도 > 횡성군

● 재료 : 누룩, 설갱미, 전분당

● 어울리는 음식 : 불고기, 생선전, 육전, 잡채 같은 각종 한식 요리, 생선회, 해산물 요리 등.

'예담'은 막걸리와 백세주를 만드는 국순당에서 일본식으로 만든 청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제례주 시장에 진출하려고 만든 술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청주와 다르게 국순당에서 직접 재배하는 '설갱미'라는 쌀과 막누룩을 써서 전통 청주 양조법으로 술을 빚었다고 합니다.

포장 상자에 '예담'이란 이름은 '예를 담어 제대로 빚었다'란 뜻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레이블에는 한자로 '禮談'이라고 적혀 있죠. 이것은 '예를 이야기하다, 기리다'라는 뜻이 됩니다. 뭔가 비슷하면서 차이가 있는 해석이네요. 

국순당 홈페이지에는 예담에 대해서

"우리 전통 방식으로 빚고 100% 순수 발효주인 예담은 기본 일본식 청주와는 달리 값싼 주정을 섞지 않아 느끼한 맛이 없고 우리술의 풍미가 한층 살아 있어 차례 후 온 가족이 함께 즐기시기에 좋습니다. 청주는 맑은 술이란 뜻의 한국 전통주로 탁주에 용수를 박아서 맑게 정제한 술을 말하며 고려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대 약주로도 알려진 맑은 술은 조선시대 금주령이 내려지자 특권층이 약제로 위장하여 마셨기에 약주로 불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주세 정책에 의해 일본의 맑은 술인 정종을 청주로 부르게 되었으며 한국의 맑은 술은 약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라고 예담의 제품 특성과 청주의 의미, 약주의 유래, 우리 술을 약주로 분류하는 이유 등에 관해 간략하게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전통 청주와 일본식 청주의 차이를 적은 표를 올려놨죠

구분

우리나라 전통 맑은 술

일본식 청주

원료

쌀, 찹쌀

누룩

막누룩(통밀 등)

일본식 쌀 누룩(입국-koji)

미생물

다양한 미생물

단일 미생물

특성

복합적, 다양성

깔끔, 단순함

주정

무 첨가

첨가(증량 청주)


위의 표에서 일본식 청주는 '준마이슈(純米酒)'가 아닌 사케의 특징이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사케도 준마이슈는 식용 알코올인 주정(酒精)을 첨가하지 못합니다.

국순당 홈페이지를 보면 예담은 전통 청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로 전통 방식에 따라 만드는 청주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전통식으로 밑술을 만들고 덧술에 넣어서 최종 제품을 만드는지 나와 있진 않지만, 적어도 기존에 팔던 일본식 청주는 아니라는데 의의가 있겠죠.

한 가지 단점이라면 술에 들어가는 원료로 쌀 이외에 밀(전분당)을 넣는다는 겁니다. 이것은 약 4천 원대로 형성된 일반 제례주 시장에서 단가를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쌀보다 밀(전분당)의 가격이 더 싸거든요. 100% 쌀만 사용해서 술을 빚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 같고, 다른 회사도 4천 원대 제품에서 쌀로만 청주를 만드는 일은 없습니다. 비슷한 가격의 백화수복과 경주법주천수는 발효한 술에 값싼 주정을 넣고 양을 늘려서 생산단가를 맞추는 상황이죠. 그러니 전분을 넣었다고 해서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100% 쌀을 쓴다면 좋겠지만, 그에 따라 올라가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순순히 지갑을 열 것인가...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술맛보다 술값으로 술을 고르는 분이 많으니까요. "술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취하려고 먹는 것, 그러니 가격이 싼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우리나라 인구의 최소한 절반은 넘는다는 쪽에 백 원 걸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00% 쌀을 쓰고 고급 용기에 담아서 4천 원대에 내놓는 것은 청주 시장이 지금보다 몇 배로 확대되지 않는 한 무리라고 봅니다. 내용물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맛이 얼마만큼 나오느냐겠죠.

막걸리는 쌀만 갖고 만드는데 1,000~1,500원이면서 청주는 4,000원이 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술을 빚을 때 걸리는 시간이라던가, 용기로 좀 더 비싼 유리병을 사용한다던가, 포장에 좀 더 돈이 든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들어간 재료와 비교해서 만들어져 나오는 술의 양이 막걸리보다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청주는 지배층의 술이었고, 탁주는 서민의 술이었던 거죠. 아울러 술에 부과되는 주세도 큰 요인입니다. 막걸리 같은 탁주는 세금이 5% 붙지만, 청주나 약주는 세금이 30% 붙거든요. 만약 밀을 쓰지 않고 쌀과 밀 누룩만 사용해서 만든 청주를 마시고 싶으면 같은 회사에서 나온 주담이라는 술이 있습니다. 주담은 예담보다 가격이 좀 비싸서 9천 원대에 팔리지만, 양조용 쌀인 설갱미를 100%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통 청주라고 하지만, 정작 청주로 분류되지 않고 약주로 분류됩니다. 주세법상 청주는 재료로 쌀과 쌀로 만든 입국(粒麴)만 써야 하기 때문이죠. 예담은 입국이 아니라 밀 누룩을 써서 만들기 때문에 주세법상 쌀 이외의 재료를 쓸 때 적용하는 약주로 구분되는 겁니다. 이것은 주세법을 만들 때, 전통 주류에 관한 이해 없이 다른 법처럼 일본의 세법을 참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주세법에 나온 청주의 기준이 일본 청주중 후쓰슈(普通酒)의 기준과 같기 때문이죠. 심지어 주정 첨가를 허용하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청주 기준으로 술을 구분하다 보니 정작 우리 청주를 청주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우습지도 않은 일이지만, 우리 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점점 퍼져나간다면 이런 불합리한 규정은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비록 법적으로는 약주지만, 예담은 우리 술에 관해 잘 아는 분들에게 인정받아 일본식 청주를 제치고 종묘에서 사용하는 공식 제례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점유율은 낮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점차 선택하고 있고요.

예담을 마셔보면 일본식 청주와 뭔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 다 쌀로 만든 맑은 술이라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비교 시음해보면 누구나 색과 향과 맛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살짝 연둣빛이 도는 투명하고 깨끗한 볏짚 색입니다. 향이 제법 풍부하게 나오는데 달짝지근한 향 가운데 구수한 누룩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깔끔하며 무게감도 가볍습니다. 홈페이지에 나온 글귀대로 느끼한 맛도 찾기 힘듭니다. 풍부하고 인상적인 맛은 아니지만, 산뜻하고 적당한 산도와 단맛이 몇 잔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느낌을 줍니다. 전통 동동주처럼 무겁지 않으면서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느낄 수 있죠. 국내에서 생산하는 동급의 청주와 비교해보면 상당한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맛과 향이 떨어지지 않는 것 또한 장점이죠. 여운은 가벼운 편이며 길진 않지만, 은근한 느낌이 있습니다.

색, 질감, 맛, 여운이 고루 균형을 갖췄습니다. 좀 더 풍성하지 못한 향이 조금 아쉽지만, 가격을 고려해보면 은근하고 기분 좋은 누룩 향이 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 합니다. 4천 원 중반이라는 가격을 생각해보면 가격 대비 상당한 품질이라고 볼 수 있죠. 동급 청주와 비교해 조금 비싸지만, 이 정도 맛과 향이라면 충분히 지갑을 열 만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청주입니다. 2011년 2월 15일 시음했습니다.

○ 국산 청주 시음기 글 목록

1.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 백화수복(白花壽福)

2. 오랫동안 국가 공인 대표 청주 - 경주법주(慶州法酒)

3. 우리 음식에 잘 어울리는 뛰어난 맛과 향을 갖춘 - 화랑(花郞)

4. 동급 최저 가격으로 심심한 맛과 향이 개성인 - 경주법주천수(慶州法酒天壽)

5. 천년을 이어온 전통 양조법인 백하주법으로 만든 - 배상면주가 차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