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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부르는 시 10 - 집 동산 장미꽃 아래 술을 마시면서 전이지(全履之)에게 주다.

까브드맹 2010. 12. 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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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동산 장미꽃 아래 술을 마시면서 전이지(全履之)에게 주다


이규보

去年方種花               (거년방종화)          지난 해에 막 꽃을 심을 때
得得君適至        (득득군적지)      그대 마침 이르러와서
兩手揮汚泥        (양수휘오니)      두 손으로 진흙을 파내고
對酌徑霑醉        (대작경점취)      마주 술을 따라 거나하게 취했는데
今年花盛開        (금년화성개)      금년에도 꽃이 한창 피었거늘
君又從何來        (군우종하래)      그대 또 어디에서 왔는가
花於子獨厚        (화어자독후)      꽃이 유독 그대에게 후대하니
豈有前債哉        (기유전채재)      혹시 과거에 빚진 일이 있었던가
種日猶擧酒        (종일유거주)      심던 그날에도 술을 들었는데
況復繁開後        (황복번개후)      하물며 이제 한창 성하게 핀 뒤에랴
此酒君莫辭        (차주군막사)      그대 이 술을 사양하지 말라
此花不可負        (차화불가부)      이 꽃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네

꽃이 활짝 피던 날 찾아온 방문객을 보고 꽃을 핑계대어 술자리를 벌이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이태백의 술에 관련된 시를 보면 호방하고 거침 없음이 느껴지는데, 이규보의 술에 관련된 시를 보면 마치 얼마 전에 내가 겪었거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는 것처럼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두 사람의 기풍에 얽힌 것인지, 아니면 이규보가 현재의 우리와 가까운 문화에서 살았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시에서 더 익숙한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군요.

요즘엔 꽃 구경보다는 축구나 야구를 핑계대면서 마시는 일이 많지요.

이기거나 지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