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책 이야기

술꾼은 어디나 똑같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만화 -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가무 연구소>

까브드맹 2010. 10. 18. 00:51

이미지 출처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9191680

니노미야 토모코.

...라고 하면 누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실지 모르지만, <노다메 칸타빌레>, <주식회사 천재패밀리>의 작가라고 하면 '아항~!'하면서 끄떡거리실 분이 많을 겁니다. <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ービレ, 노다메칸타비레, Nodame Cantabile)는 2001년부터 일본의 여성 만화잡지인 'Kiss'(고단샤)에 연재된 클래식 음악을 테마로 한 연재작으로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영화화까지 된 작품이죠. 니노미야 토모코는 <노다메 칸타빌레>와 <주식회사 천재패밀리>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작품 활동을 한 것은 1989년에 단편 <런던 다우트 보이스(London Doubt Boys)>를 발표하면서부터라고 하니 의외로 오래 전부터였군요. 니노미야 토모코가 69년생이니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프로만화가로 데뷰한 모양입니다.

저는 <Green>이라는 만화를 통해서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aa-int.or.jp/maru/books/manga/alphabet.cgi?page=8

<Green>은 도쿄의 조리전문학교에 다니는 아가씨인 와코가 농촌의 영농후계자(?)인 마코토에세 한 눈에 반해 마코토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열심히 하지만, 온갖 사고는 다 치다가 결국 러브러브 만만세한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이 작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노다메 칸타빌레>를 재밌게 보던 중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Green>의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데 <노다메 칸타빌레>나 <Green>이나 여자 주인공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순진 과격 단순 바보케릭터라는 것입니다. 만화가들이 그리는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대개 만화가 본인이나 주변의 인상적인 사람에게서 따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고뇌가 많은 만화 주인공은 그리는 작가도 고뇌가 많은 경우가 많으며, 유쾌한 만화 주인공은 작가도 유쾌한 성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인 오혜성의 약간 음울한 성격은 이현세 선생님의 과거의 기억에 영향 받은 것이며, 고유성 만화의 주인공(?)인 고박사는 고유성 선생님 본인의 아바타이죠. 이러한 경향에 비추어 볼 때,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나 <Green>의 와코의 성격을 보면 이를 그린 니노미야 토모코의 성격도 비슷할 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주가무 연구소를 보니 과연 그렇더군요.ㅋㅋ

자칭 음주가무 연구소 소장이라는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벽을 보면 과연 노다메나 와코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납득이 가게 됩니다. 태평한 성격의 애주가, 술 먹고 귀여운(?) 난동을 부리는 술꾼,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나서 '뭐 어때'라고 말하는 무책임함.... 만화의 여주인공들은 바로 작가의 화신이었던 것입니다!(두둥!!) 초등학교 때 이미 청주를 기본으로 5~6잔씩 마시는 술꾼! 그것도 소주잔이나 정종잔이 아니라 맥주 글라스로! 이후 고등학교 때 자취생활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내공을 통해 진정한 술꾼 작가의 소생이 바로 노다메와 와코였던 것이지요.(작품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은 안 나옵니다만.)


음, 본격적인 만화 소개로 들어가는 부분이 너무 길었군요. 아무튼 <음주가무 연구소>는 이러한 작가의 애주 생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만화입니다. 어쩌면 만화적 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애주 생활의 투영이라고 봅니다. 만화를 보다 보면 느끼는 것이 정말 애주가들의 모습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구나, 아니 같은 동양권이라 더 비슷한건가 하는 느낌입니다. ^^ 일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예의 바르다, 폐를 끼치지 않는다, 겸손하다? 정도 일텐데요, 일본도 술꾼들의 세계는 우리나라하고 거의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길거리의 홍보 깃발을 뽑아온다던가, 오바 이트, 헤드 다이빙, 술 먹고 아무 일도 아닌데 쌈질하기 등등.... 아마 책에는 안 나와있지만 전봇대와의 키스,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 가격 같은 사건도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바보들의 행진 같은 모습이지만, 사람들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면에선 한바탕 웃음으로 끝날 수도 있는 광경입니다. 이걸 술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해 못하겠지만, 술꾼들이라면 즐겁게 낄낄대며 볼 수 있는 내용이지요.

상세한 내용을 얘기하는 건 천기누설이니 

어쨌든 보는 내내 낄낄대며 재밌게 본 만화입니다. 애주가들이라면 옆 나라 주당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니 꼭 한 번 보시기 바라며,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니노미야 토모코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녀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진건지 파악할 수 있으니 필독 하시기 바랍니다. 

※ 이 포스트는 먹걸리 1.5통을 마신 후 작성한 것임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 김진님의 만화인 <나이스 진타임>을 봐도 만화가들은 밝히고 싶지 않을 자신의 치부까지도 과감히 만화의 소재로 쓰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 고 할지, 측은하다고 할지...

※ 쓰다보니 용두사미 같은 포스트이긴 한데.... 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