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맥주] 맥주 제조 공정 19단계

까브드맹 2010. 8. 15. 09:10

다양한 맥주 종류의 사진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맥주는 대형 회사에서 대량 생산해 시중에 유통하는 브랜드 맥주와 호프집이나 작은 공장에서 생산시설을 갖추고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하우스 맥주가 있습니다. 맛과 향은 하우스 맥주가 훨씬 뛰어나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죠. 맘껏 마시려면 10만 원은 훌쩍 넘어갈 정도입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대형 회사에서 나오는 맥주로 만족하고, 특별한 날엔 하우스 맥주로 멋진 향과 맛을 즐기는 것이 실속있는 경제생활이 아닐까 합니다. 아래의 맥주 제조법은 대형 공장에서 브랜드 맥주를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1. 정선(精選, 고르기)

먼저 보리(Barley)에서 썩은 것을 골라내고 보리알의 크기와 함량을 균일하게 맞춰 양질의 원료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나는 정립(精粒)이라 해서 일정한 길이에 따라 보리알을 고르고, 또 하나는 선립(選粒)이라 해서 보리알을 두께에 따라 일정한 등급으로 나눕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손으로 작업했지만, 요즘은 기계로 처리합니다. 정립기와 선립기를 따로따로 사용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정립과 선립을 동시에 처리하는 정선기를 사용합니다.

2. 침맥(沈麥, 수분 공급) 

정선한 보리알에 싹이 트도록 필요한 물을 공급해 주는 과정입니다. 보리알의 수분 함유량이 38~46%가 될 때까지 2~3일간 물속에 담가 두는데, 이때 급수와 배수를 반복해서 보리를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썩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3. 발아(發芽, 싹 틔우기)

발아한 보리. 엿기름이라고도 합니다.

물을 흡수한 보리알은 온도만 맞으면 싹을 틔울 수 있게 됩니다. 이 보리알을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발아조에서 6~9일에 걸쳐 싹을 틔웁니다. 보리를 발아시키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싹이 틀 때 전분의 일부가 발효성 당으로 변화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 생성

•발효할 때 방해되는 각종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형성

즉, 발효하기 좋은 상태로 보리알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싹의 길이는 약 1.9cm 정도가 좋고 뿌리를 통해서 질소 성분을 배출합니다. 이렇게 싹이 튼 보리를 그린 몰트(Green Malt)라고 부릅니다.

4. 건조(볶기) 

뜨겁고 건조한 바람으로 그린 몰트를 말리며 볶습니다. 이때 생산하려는 맥주의 종류에 따라 볶는 강도가 달라집니다. 일반 맥주는 담색이 될 때까지 볶고, 흑맥주는 흑색이 될 때까지 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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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근(除根, 뿌리 제거) 

건조와 볶기가 끝난 맥아에서 발효에 필요 없는 뿌리를 제거합니다. 그 후에 변질되지 않도록 서늘하고 습기가 낮은 곳에 저장합니다. 

6. 분쇄

뿌리가 제거된 볶은 맥아를 분쇄해서 가루를 냅니다. 이때 어느 정도 분쇄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잘 조절해야 합니다. 너무 거칠게 분쇄하면 입자가 커져 당화가 불충분하게 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곱게 분쇄하면 맥아의 껍질 성분이 너무 많이 섞여 맥주 맛과 색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분쇄 방법은 건식과 습식의 두 가지가 있는데, 분쇄가 쉽고 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습식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7. 당화(糖化, 전분 분해) 

매쉬(Mash)의 모습

분쇄한 맥아를 따끈한 물과 혼합해 죽처럼 만듭니다. 이것을 '매쉬(Mash)'라고 합니다. 매쉬를 서서히 가열하면 보리 안의 전분이 맥아당(Maltose)과 덱스트린(Dextrin)으로 분해되면서 발효성 당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전분이 발효성 당으로 바뀌는 과정을 '당화(糖化)'라고 합니다. 당화는 당화 과정의 온도와 시간, 매쉬와 pH, 매쉬의 농도, 맥아의 분쇄도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습니다. 또 당화하면서 맥아에 남아있던 나머지 단백질도 동시에 분해됩니다. 단백질은 맥아가 싹을 틔우면서 약 70% 정도, 당화하면서 약 30% 정도 분해되는데, 만약 단백질이 충분히 분해되지 않으면 맥주가 탁해지고 맛도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당화 방법은 침출법(Infusion Method)과 자비법(Decotion Method)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침출법은 당화조만 사용해서 매쉬 전부를 동시에 당화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등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자비법은 매쉬 일부분을 다른 당화부(Mash Copper)에서 끓여 당화시킨 다음 당화조(Mash tun)에 부어 전체를 당화하는 방법으로 독일 등에서 사용합니다.

8. 여과

당화가 끝난 매쉬는 다당인 전분이 발효성 당으로 완전히 분해된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당화가 끝난 매쉬를 워트(Wort)라고 합니다. 워트를 원심분리기 등을 사용해서 맥즙(Sweet Wort)과 찌꺼기로 분리합니다.

9. 자비(煮沸)와 홉(Hop) 첨가 

자비부(Wort Kettle)의 모습입니다.

맥즙을 자비부(Wort Kettle)에 넣어 끓이는 과정을 자비(煮沸)라고 합니다. 맥즙을 끓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정한 농도로 농축해서 각종 효소 파괴

세균 등을 살균

좋지 못한 휘발성 물질의 발산

자비하면서 홉을 넣습니다. 홉은 맥즙 안의 단백질이나 질소화합물 등과 쉽게 결합해서 가라앉습니다. 또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이 나게 하는 역할도 하죠.

홉의 모습입니다.

홉은 뽕나무과의 덩굴 식물로 암수 다른 그루인데, 맥주 제조에 쓰는 것은 암나무에 열리는 솔방울 모양의 수정 안 된 녹색 꽃입니다. 이걸 말려 원형 그대로 쓰거나 분쇄해서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10. 정제(거르기)

맥즙에서 불필요한 홉 찌꺼기와 단백질 침전물 등의 불순물을 걸러냅니다.

11. 냉각

발효에 적당한 온도로 맥즙의 온도를 낮춥니다. 이때 어떤 발효 방식을 사용하냐에 따라 온도가 달라집니다. 하면발효 맥주를 만들려면 맥즙의 온도를 3~10℃ 정도로 낮추고, 상면발효 맥주를 만들려면 10~21℃ 정도로 낮춥니다.

12. 효모 첨가

이제 효모 첨가조(Starting Tank)에 식힌 맥즙과 효모를 넣고 10~24시간에 걸쳐 맥즙에 효모가 골고루 퍼지게 합니다.

13. 발효

맥주 발효 탱크입니다.

효모가 골고루 퍼지면 맥즙을 발효조로 옮겨서 발효합니다. 발효 기간은 상면발효 맥주는 3~4일, 하면발효 맥주는 7~10일 정도입니다. 발효조는 뚜껑이 없는 개방형과 밀폐된 폐쇄형이 있는데 요즘은 폐쇄형을 많이 사용합니다. 폐쇄형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온도조절 장치의 부착으로 발효를 조절할 수 있다.

발효할 때 생긴 탄산 가스를 회수해 압축 저장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

자동세척이 쉽다.

14. 정제(거르기)

맥즙 안에서 효모의 발효가 끝나면 맥주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발효할 때 생긴 찌꺼기나 죽은 효모 침전물 등이 남아있어서 바로 판매하기엔 아직 부적합하죠. 맥주에서 찌꺼기를 걸러내서 버립니다. 

15. 숙성

찌꺼기를 걸러낸 맥주를 저장 탱크에 넣어 -1~3℃의 온도에서 보통 2개월 정도 숙성합니다. 맥주를 숙성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잔존 효모로 잔당의 발효 유도

부유물과 효모의 침전

발생하는 탄산가스를 맥주 안에 녹아들게 함

불쾌한 냄새를 제거해서 맛과 향 향상

맥주 종류에 따라 숙성기간이 다릅니다. 생맥주는 1~2주, 알코올 도수가 높은 흑맥주는 약 3개월 정도 숙성합니다.

16. 여과

맥주를 숙성하면서 부유물과 찌꺼기를 가라앉혀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미세한 부유물과 저온에서 응고하는 단백질 및 탄닌 등이 있습니다. 이런 물질은 맥주를 탁하게 하거나 맛을 해치기 때문에 별도로 여과해서 제거합니다. 다음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여과합니다.

규조토 등의 흡착제

원심분리기

마이크로필터

이렇게 여과 과정까지 끝나면 생맥주가 완성됩니다.

17. 병입 

깨끗이 세척하고 검사가 끝난 병에 탄산가스와 맥주를 동시에 주입합니다. 이때 이용하는 탄산가스는 맥주가 발효할 때 발생한 가스를 정제 압축한 것으로 약 2기압의 압력으로 병에 주입합니다. 병입이 끝나면 바로 마개를 닫아 외부의 공기를 차단합니다. 맥주는 병(Bottle), 캔(Can), 통(Keg, Cask) 등등 다양한 용기에 넣어서 유통합니다. 유통 중에 직사광선을 차단해야 변질되지 않으므로 병에 담을 땐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청색이나 갈색 계통의 병을 사용합니다. 병 두께도 열로 살균할 때 견딜 수 있도록 적당히 두꺼워야 합니다. 

18. 살균

생맥주 사진입니다.

여과가 끝난 맥주를 바로 통에 넣은 것이 생맥주입니다. 생맥주는 효모가 살아있어 맛이 신선하지만, 잔존 효모와 미생물이 남아 있어 오래 저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병이나 캔에 넣어 오래 보관해야 할 때는 살균합니다. 살균은 65~70℃에서 10~15분에 걸쳐 살균하는 저온살균법과 82~85℃에서 1분 정도 살균하는 고온살균법이 있죠. 그런데 열로 살균하면 맥주 맛을 변하게 할 수 있어서 최근에는 열로 살균하지 않고 효모 크기(5~8㎛)보다 더 미세한 마이크로 필터로 효모를 걸러내는 ‘비열처리 방식’을 많이 씁니다. 

19. 포장 

완성된 맥주는 다음과 같은 성분으로 구성됩니다.

물 : 85~90%

알코올 : 3~8%

당분 : 3~6%

단백질 및 기타 여러 가지 무기물질 : 0.3~0.5%

이렇게 생산된 맥주에 상표를 부착하고 포장해서 출고합니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세분하면 총 19단계가 됩니다. 이를 세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리를 싹 틔워 볶은 후 갈아서 물을 붓고 가열해 죽처럼 만든 다음 찌꺼기는 걸러내서 버린다.

2. 여기에 홉을 넣어 끓인 후 다시 찌꺼기를 걸러내서 식히고 효모를 넣어 발효한다.

3. 발효가 끝난 다음 다시 찌꺼기를 거르고 숙성하면 생맥주 탄생, 살균해서 병에 담으면 병맥주 탄생.

※ 참고자료 : 김의겸 저 <소믈리에 실무>, 2007, 백산출판사,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