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아르헨티나] 욕심이 과해 개성이 사라진 - Terrazas de Los Andes Afincado Malbec 2006

까브드맹 2010. 8. 13. 07:48

테라자스 데 로스 안데스 아핀카도 말벡 2006

1. 아르헨티나 와인

아르헨티나는 미국,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뉴질랜드와 함께 신세계 와인 생산국의 일원입니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 주력하며 대중적인 와인을 주로 생산했기에 고품질 와인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은 다른 나라보다 늦은 편이죠. 그러다 보니 아직은 다른 나라의 와인과 비교해 명성과 인기가 낮습니다. 덕분에 맛과 향이 훌륭한 와인을 상대적으로 싼값에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아르헨티나 와인은 검붉은 과일 향이 풍성한 말벡(Malbec) 포도를 주로 사용하지만,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쉬라즈(Shiraz) 같은 글로벌 품종으로 만든 와인도 많이 생산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와인 생산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안데스 산맥의 동쪽 경사면에 있는 멘도사(Mendoza)입니다. 이곳은 서쪽에서 안데스산맥을 넘어온 공기가 푄(fohn) 현상을 일으켜 늘 건조하고 더우므로 포도나무가 잘 자랄 수 있죠. 일 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일조량이 풍부하고, 포도나무의 성장에 필요한 물은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을 관개시설로 보급하면 됩니다. 이처럼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갖춘 멘도사는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곳이며, 여기에서 잘 자란 포도로 만드는 아르헨티나 와인은 뛰어난 품질로 세계 시장에서 점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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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뇌의 순간이 없으면 자신만의 색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고, 뛰어난 사람에게 어려운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완벽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일정한 품질은 보장되지만, 개성 없는 평범한 와인에 그치고 마는 것을 종종 겪곤 합니다. 특히 포도나무가 자라는데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춘 아르헨티나나 다른 신대륙 와인 중에서 그런 개성 없는 와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신대륙 와인 중에서도 특유의 개성을 가진 훌륭한 와인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몬테스 알파 M(Montes Alpha M), 알마비바(Almaviva)와 같은 특급 와인은 물론이고, 로라 하트윅(Laura Hartwig), 뷰 마넨(Viu Manent), 차카나(Chakana), 크리스토발 1492(Cristobal 1492) 같은 중저가 와인들도 독자적인 개성을 갖춘 훌륭한 와인들입니다. 하지만 개성 없는 와인도 많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구대륙 와인보다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2. 테라자스 데 로스 안데스 아핀카도(Terrazas de Los Andes Afincado Malbec) 2006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방에서 재배한 말벡으로 만든 테라자스 데 로스 안데스 아핀카도 말벡 2006 역시 품질은 좋으나 개성이 떨어져 특별한 감흥이 없는 와인 중 하나입니다. 첫 향을 맡아보면 오크와 삼나무 같은 진한 나무 향이 강하게 나옵니다. 맛은 매우 진하며 과일의 단맛에 이어 살짝 쌉싸름한 맛이 끝부분에 따라 나옵니다. 힘이 있고 진한 맛과 향을 가졌지만, 복합적인 향취는 잘 느낄 수 없습니다. 입에 꽉 차는 무게감과 진한 맛 덕분에 맛있고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매우 단조롭고 개성적인 면이 부족해서 다시 마시고 싶은 매력은 적습니다. 오크 향에 가려 말벡 특유의 풍성한 과일 향을 별로 느낄 수 없는 것도 아쉬운데, 오크를 지나치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한 알코올이 코를 너무 자극해서 향을 맡을 때 불편한 것도 아쉽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맛이 점차 강해지고 나무 향 외에 달콤한 버터와 견과류 향을 나오지만, 그 이상을 기대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포도가 지나치게 익어서 알코올 도수가 너무 올라갔고, 오크를 남용해서 힘이 지나치게 센 와인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과숙된 포도 사용'과 ‘강한 오크 향'이 요즘 레드 와인 시장의 추세긴 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인기 있는 와인을 만들려다 정도가 지나쳐 몰개성 한 와인이 나온 건 아닐까요? 틀림없이 잘 익은 포도를 사용해서 정성 들여 만들었을 테고, 향과 맛도 평균 수준 이상이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와인은 아닙니다. 그래도 시장에서 통용되는 맛이기에 진한 풍미를 좋아하는 분에겐 권할 만합니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등심, 대창구이, 양갈비처럼 향이 강한 고기 요리와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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