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맑은 피부를 지닌 발랄한 아가씨 - Bersano Barolo "Nirvasco" DOCG 2005

까브드맹 2010. 6. 19. 00:39

베르사노 바롤로 니르바스코 DOCG 2005

1.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Barolo)

이탈리아 와인으로 끼안티(Chianti)만큼이나 유명한 바롤로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피에몬테(Piemonte)의 바롤로 마을에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드는 와인을 말합니다. 이탈리아 와인법의 규정을 지키면서 바롤로에서 수확한 네비올로로 만들면 바롤로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기에 맛과 품질이 다양하며 가격 또한 제각각이죠. 그래도 대부분의 바롤로는 비싼 가격에 어울리는 훌륭한 품질을 가졌으며,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바롤로에 들어가는 네비올로는 탄닌이 많아서 입안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며, 장기 숙성이 가능한 고급 와인을 만들기에 좋습니다. 복합적인 풍미가 있는 바롤로는 체리, 감초, 송로버섯 향 등의 향이 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발전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빈티지가 아니면 맛과 향이 빨리 열리지 않으므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셔야 하죠. 이탈리아 와인은 가볍고 발랄한 것이 많지만, 바롤로는 프랑스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고급 와인에 필적할 만큼 중후한 것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아 다양한 생산자의 바롤로가 수입되고 있죠. 바롤로는 매우 훌륭한 이탈리아 와인입니다만 끼안티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니 구매할 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래전에 바롤로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탐탁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요? 겹겹이 옷으로 몸을 감싸고 조금도 속마음을 드러내진 않지만, 눈빛으로 날 유혹하는 여인이라고나 할까요? 다가서면 매몰차게 거부하면서 멀어지면 다시 은근한 눈짓으로 사람의 마음을 애태우는 와인이었습니다. 아마 쉽게 열리지 않는 향과 묵직한 느낌의 맛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와인을 조금 빨리 마시는 편인 제게 열릴 듯 말 듯하면서 꼼짝도 하지 않는 바롤로 와인은 짜증이 날 정도였죠. 당시 이탈리아라면 끼안티, 뉴 월드라면 호주 와인 같은 경쾌하고 활달한 와인을 좋아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입맛도 속도도 그때와 조금 달라져 지금은 바롤로 와인을 매우 좋아하죠. 아마 지금이라면 바롤로 와인이 활짝 필 때까지 24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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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롤로 "니르바스코" 2005

베르사노(Bersano) 와이너리의 바롤로 "니르바스코(Nirvasco)"는 바롤로치고는 가벼운 편입니다. 색은 아주 맑고 깨끗하며, 종이에 비춰 봤을 때 반대편 종이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옅습니다. 처음에 가죽 향이 나며 이어서 레드 체리 향이 퍼져 나옵니다. 매우 유혹적이며 발랄한 느낌을 주는 와인으로 예전에 처음 마셨던 바롤로가 30대 중반의 원숙한 여자라면 이 와인은 20세 초반의 매력적인 처녀 같습니다. 산미와 당도와 탄닌이 균형을 이뤄 따고 나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마셔도 무난하지만, 향이 활짝 피기 위해선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옅은 색상과 달리 여운의 느낌은 강하며 꽤 오랜 시간 지속합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처음엔 맑은 피부를 지닌 귀여운 개구쟁이 소녀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자기 소신이 뚜렷해지는 세련되고 강인한 아가씨 같습니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소고기 스튜, 피자와 파스타, 생갈비와 등심, 안심구이 같은 고기 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같은 빈티지의 와인을 몇 년 후에 시음한 시음기도 참조해 보세요.

 

[이탈리아] 지금이 딱 타이밍! - Bersano Barolo Nirvasco DOCG 2005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Barolo DOCG ● 어울리는 음식 : 메추리 같은 야생 조류, 오리, 양고기와 소고기 요리, 미트 스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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