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포르투갈] 포르투갈 토착 청포도가 가진 맛과 향이 잘 드러나는 - Quinta da Sequeira Reserva Branco 2018

까브드맹 2020. 10. 8. 16:30

Quinta da Sequeira Reserva Branco 2018

낀타 다 세퀘이라 헤제르바 브랑코(Quinta da Sequeira) 2018은 포르투갈의 도오루(Douro) DOC에서 재배한 말바시아 피나(Malvasia Fina)와 하비가또(Rabigato), 구베이오(Gouveio), 코데가 도 라리뉴(Códega do Larinho)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포르투갈 와인

일찍이 포르투갈 와인은 마데이라(Madeira)와 포트(Port) 같은 달콤한 강화 와인으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공화파와 왕정파의 갈등, 1차 세계 대전 참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군사 쿠데타, 살라자르 독재 정권 등의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다른 유럽 선진국보다 와인 산업이 뒤쳐지게 되었죠. 그 후 1974년 카네이션 혁명 후 정치적 안정과 경제 성장에 집중하면서 와인 산업도 뒤늦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와인 산업이 정체되면서 포르투갈 와인 생산자들은 국제 품종을 도입해서 와인을 만들지 못하고 과거처럼 토착 품종을 사용해서 포트 와인과 스틸 와인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품종을 들여오고 양조 시설을 바꾸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운이 250여 종의 포르투갈 토착 품종을 잘 보존할 수 있게 해 줬고, 포르투갈 와인의 개성과 장점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포르투갈은 전 세계에서 토착 품종의 재배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포도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있으며, 토착 품종으로 만든 포르투갈 와인은 다른 나라의 와인과 다른 특별한 맛과 향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매혹시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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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낀타 다 세퀘이라는 포르투갈 북동부에 있는 도오루 지역의 빌라 노바 데 포즈 꼬앙(Vila Nova de Foz Côa)에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입니다. 1899년에 제세 조아킴 꼬스타(José Joaquim Costa)와 마리아 조세 세퀘이라(Maria José Sequeira) 부부가 설립했죠. 지금은 두 부부의 증손녀인 마리아 다 그라싸(Maria da Graça)와 사위인 에미 리오 까르도소(M rio Cardoso)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도우로에 있는 포도밭의 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편암으로 이뤄진 토양과 매우 적은 강수량, 풍부한 일조량은 풍부하면서 농축된 풍미를 가진 포도가 맺도록 해주기 때문이죠. 이런 멋진 자연환경 속에서 또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과 또우리가 프란카(Touriga Franca), 띤따 호리즈(Tinta Roriz), 띤따 아마렐라(Tinta Amarela), 띤따 바호카(Tinta Barroca) 같은 포르투갈 토착 적포도와 말바시아 피나(Malvazia Fina), 구베이오(Gouveio), 하비가또(Rabigato), 비오신호(Viosinho), 코데가 도 라리뉴(Códega do Larinho) 같은 토착 청포도를 재배합니다.

 

 

낀타 다 세퀘이라 헤제르바 브랑코 2018은 말바시아 피나와 하비가또, 구베이오, 코데가 도 라리뉴 같은 포르투갈 전통 청포도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품종이 가진 맛과 향을 최대로 살리려고 온도 조절되는 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어서 발효했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6개월간 숙성해서 복합적인 풍미가 생기도록 했죠.

빈티지로부터 2~5년 사이에 마시기 좋으며, 10~12℃ 정도로 차갑게 마셔야 좋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둣빛이 살짝 도는 제법 진한 밀짚 색입니다. 싱그러운 서양 배와 구아바 같은 과일과 향긋한 꽃 향이 나오고 미네랄 느낌도 있습니다. 노란 사과와 복숭아, 약한 살구의 향도 나오며 밀랍과 나무 진, 흰 나무 같은 오크 계열의 향도 풍깁니다.

꽤 진하고 묵직하며 미네랄 느낌이 미세하게 드러납니다. 구조는 크고 웅장하군요.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 세워진 거칠고 하얀 대리석 건물 같은 이미지입니다.

 

 

드라이하면서 미네랄의 짠맛이 약간 있습니다. 달콤한 열대 과일의 풍미와 산미가 풍부하군요. 서양배와 모과, 파인애플, 망고 같은 노란 과일 풍미가 가득하고, 향신료와 노란 꽃의 풍미도 함께 나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티를 내려는 듯 농축적인 맛과 향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밀랍 같은 꿀 계열의 풍미와 송진, 소나무 등의 나무 풍미가 강해집니다. 여운에선 꽃과 향신료, 노란 과일 풍미와 함께 미네랄 느낌이 길게 이어집니다.

열대 과일의 풍성한 맛과 산미가 14%의 알코올이 가진 강한 기운과 균형을 이루는 와인으로 포르투갈 토착 청포도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생선찜과 짭짤한 생선구이, 조개찜, 새우찜, 닭과 오리고기, 향신료를 넣고 굽거나 볶은 돼지고기, 전가복과 누룽지탕, 팔보채 같은 중식, 그린 올리브,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0월 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