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라 스피네타에서 가장 대중적이지만 맛은 좋은 와인- La Spinetta Il nero di Casanova 2015

까브드맹 2020. 9. 12. 10:15

La Spinetta Il nero di Casanova 2015

라 스피네타(La Spinetta)의 일 네로 디 카사노바(Il nero di Casanova) 2015는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Toscana)주에 있는 테레 디 피사(Terre di Pisa) DOC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Sangiovese)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라 스피네타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잡지인 감베로 로쏘에서 잔 3개(Tre Bicchieri)를 가장 많이 받은 안젤로 가야(Angelo Gaja)에 필적할 와이너리로 자주 언급되는 곳입니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에서도 멋진 와인을 생산하지만, 원래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주에서 문을 연 와이너리이죠.

라 스피네타는 최초의 단일 포도밭(First Single-Vineyard)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인 브리꼬 콸리아(Bricco Quaglia)와 비앙코스피노(Biancospino)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고, 포도밭을 늘려나가면서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인 카 디 피안(Ca di Pian)과 바르베라(Barbera)와 네비올로(Nebbiolo)의 블렌딩 와인인 핀(Pin), 바르바레스코 갈리나(Barbaresco Gallina) 등을 차례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마침내 2000년에 바롤로(Barolo)의 포도밭 8헥타르에서 수확한 네비올로로 걸작 바롤로 와인인 깜페(Campe)를 탄생시켰죠. 이렇게 모스까토에서 바르베라와 네비올로까지, 라 스피네타는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포도들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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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지와 와인 양조

테레 디 피사 DOC는 2011년에 새로 지정된 와인 생산지입니다. 주요 포도 품종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산지오베제, 시라(Syrah)입니다. '로쏘(Rosso)'와 '산지오베제' 두 종류의 레드 와인을 생산하며 레이블 표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쏘는 위의 주요 품종을 최소 70% 이상 써야 하며 나머지 30%는 기타 지정된 적포도를 넣을 수 있습니다. 산지오베제는 산지오베제 포도를 최소 95% 이상 써야 하며 나머지 5%는 기타 지정된 적포도를 넣을 수 있죠.

알코올 도수는 최소 12.5% 이상, 숙성 기간은 오크 숙성 12개월과 병 숙성 4개월을 포함해서 적어도 16개월 이상 이어야 합니다.

테레 디 피사 DOC의 아쉬운 점(?)은 포도밭 면적이 57 헥타르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와인 생산량도 13,890 케이스로 167,000 가량 밖에 안되죠. 이 정도 수량이라면 보르도의 제법 큰 와이너리에서 매년 만드는 와인 생산량보다 못합니다. 샤토 몽로즈(Château Montrose)가 세컨드 와인까지 포함해서 매년 350,000병, 샤토 다르마약(Chateau d'Armailhac)은 매년 220,000병가량을 생산하죠.

그래서일까요? 일 네로 디 까자노바의 지역 명칭(DOC)은 2016 빈티지부터 토스카나 산지오베제(Toscana Sangiovese) IGT로 바뀝니다. 토스카나 IGT의 포도밭 면적은 11,686 헥타르로 훨씬 넓어서 매년 평균 90.000병을 생산하는 일 네로 디 까자노바 입장에선 포도의 수급이 훨씬 더 쉬울 겁니다. 물론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더 창의적으로 와인을 만들 수 있고, 숙성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어서 토스카나 산지오베제 IGT를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14~15일간 알코올 발효하면서 색소와 탄닌을 추출했고, 프랑스산 중고 오크통에서 젖산 발효했습니다. 오크 숙성 기간은 12개월이며, 병에 담은 후 다시 4개월가량 숙성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La Spinetta Il nero di Casanova 2015의 색

조금 어두운 진한 루비색입니다. 처음엔 버섯과 말린 검붉은 베리(berry), 그을린 나무, 홍차잎, 구수한 옥수수 차 향이 나오다가 점차 감초와 코코아, 초콜릿, 견고한 나무 향이 올라옵니다. 과일 향은 블랙커런트와 프룬(prune) 향으로 바뀝니다.

까칠한 탄닌 느낌이 혀에 남고 구조는 다소 거칩니다. 맛있게 마시려면 세월이 더 필요합니다. 개봉하고 1시간가량 지나면 탄닌이 부드러워지며, 구조도 더 커집니다. 드라이하며 검은 과일의 산미가 홍차처럼 쌉쌀한 맛과 함께 나옵니다. 검은 체리와 강하게 그을린 나무 풍미에 다소 억센 식물 줄기 맛이 섞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드라이해지고, 매끈한 나무와 연한 붉은 과일 풍미가 나오면서 깔끔하고 탄탄해집니다. 여운에선 태운 나무와 홍차의 씁쓸한 맛이 길게 이어집니다. 사이사이에 검은 과일의 풍미도 섞여 나옵니다.

 

 

아직 탄닌이 까칠하긴 해도 검은 과일의 넉넉한 산미와 13.5%의 알코올은 균형을 이룹니다. 따서 바로 마시지 말고 1시간 정도 지나야 와인의 진면목이 슬슬 드러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기름기가 적은 소고기 스테이크, 양갈비 구이, 미트소스와 토마토소스 파스타, 마르게리따 같은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 안심과 사태살 구이, 돼지 목살, 깐풍육, 모차렐라 치즈 등입니다.

2015 빈티지는 팔스타프 매거진(Falstaff Magazin) 92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8월 2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