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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상큼한 과일 맛과 깨처럼 고소한 향의 이질적이면서 재미있는 조화 -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Alte Reben Chardonnay 2016

까브드맹 2020. 8. 24. 10:00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Alte Reben Chardonnay 2016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Weingut Bernhard Huber)의 말터딩거 알트 레븐 샤르도네(Malterdinger Alte Reben Chardonnay) 2016은 독일의 바덴(Baden) 지역에 있는 말터딩겐(Malterdingen) 마을에서 재배한 샤르도네 포도로 만든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또는 VDP. 오르츠바인(Ortswein)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독일의 바덴 지역에 있습니다. 포도밭 면적이 15,820헥타르에 달하는 바덴주는 라인헤센(Rheinhessen)과 팔츠(Pfalz)에 이어 와인 생산량 3위의 지역이죠. 포도밭은 남쪽의 보덴제(Bodensee)부터 북쪽의 트라우버(Trauber)까지 약 400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며, 독일의 최남단 와인 생산지로 기온이 따뜻해서 오크 숙성한 풀 바디 슈패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바덴에는 9개의 포도재배 지구가 있으며, 지구마다 기후와 토질이 달라서 매우 다양한 와인이 나옵니다.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바덴 남쪽의 브라이스가우(Breisgau) 지구에 속한 말터딩겐 마을에 있습니다. 와이너리 소유주는 1959년에 태어난 베른하르트 후버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와이너리 상호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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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터딩겐에서는 700년이 훨씬 넘는 옛날부터 시토 수도회(Cistercian)의 수도사들이 수행의 일환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들은 조개껍질 성분이 들어간 이 마을의 석회 풍화물 토양이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같은 토질인 것을 알고 슈패트부르군더, 즉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을 생산해왔죠. 그 수도사들이 가꿔온 포도밭 28헥타르에서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슈패트부르군더 뿐만 아니라 샤르도네와 그라우어 부르군더(Grauer Burgunder, 피노 그리), 바이쓰 부르군더(Weißer Burgunder, 피노 블랑) 등의 포도를 재배합니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와인 양조학을 배우고 1982년에 와인 양조 기사 자격증을 딴 베른하르트 후버는 1987년부터 자기 포도밭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베른하르트 후버의 레드 와인들은 여러 와인 경연 대회에서 연이어 상을 받았고, 그는 1990년대 초에 독일 레드 와인 혁명을 이끈 최고의 레드 와인 생산자 중 한 명으로 추앙받게 됩니다.

1977년에는 독일우수와인양조협회(VDP)의 회원이 되었고, 1991년에는 프랑스식 오크통인 바리끄(Barrique)를 이용한 와인 숙성 관리와 개발, 완성을 목표로 하는 독일 바리퀘-포럼(Deutsches Barrique-Forum)의 창설 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베른하르트 후버는 2014년 6월에 사망했습니다. 지금은 베른하르트의 아들인 율리안(Julian)이 어머니인 바바라(Barbara)와 함께 아버지의 뜻을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죠.

 

 

2. 와인 양조

샤르도네 포도는 많은 와인 생산국에서 재배하며, 재배량도 1, 2위를 다툴 정도이지만, 독일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전통의 강자 리슬링(Riesling)과 독일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고 수확량도 많은 뮬러 투르가우(Müller-Thurgau)에 밀려 힘(?)을 못쓰고 있죠. 2015년 기준으로 샤르도네 재배지는 1,764헥타르로 전제 품종 중에서 14위, 청포도 중에선 7위입니다. 수입된 독일 와인 중에서도 샤르도네 와인은 찾아보기 힘들죠.

말터딩거 알트 레븐 샤르도네 2016은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100%로 만들었습니다. 이름인 Alte Reben은 오래된 포도나무라는 뜻이죠. 잘 익은 포도만 골라 손으로 수확했고, 부드럽게 포도즙을 짜서 새 오크통과 중고 오크통에서 발효, 숙성했습니다. 효모 잔해인 리(lees)와 함께 숙성해서 질감과 풍미를 좋게 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Alte Reben Chardonnay 2016의 색

조금 연한 레몬색입니다. 볶은 깨 같은 기름지고 고소한 향이 가득합니다. 미네랄과 스팸 같은 동물 향, 철분, 구수한 가을의 흙 향 등이 올라옵니다. 차가울 땐 향긋한 타임(thyme) 향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 온도가 올라가면 볶은 커피콩과 산딸기 향이 살짝 나오네요.

입안 가득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풀 바디 와인이나 무게는 중간보다 조금 더 나가는 정도입니다. 탄탄한 구조는 매우 뛰어납니다. 차가울 땐 탄산 같은 느낌도 나옵니다. 드라이하고 무르익은 홍옥 사과가 생각나는 짜릿한 산미가 아주 좋습니다. 미네랄과 사과, 덜 익은 복숭아, 덜 익은 딸기 같은 과일, 흰 채소 등의 풍미가 좋습니다. 향에선 나무 계열의 향이 강하지만 맛에선 과일 느낌이 강하군요. 깨끗하고 상큼하며, 알코올 기운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고 적당합니다. 여운은 아주 길고 맛있는 산미와 과일 풍미가 남습니다.

 

 

드라이한 맛과 아주 강렬한 산미, 섬세한 13.5%의 알코올이 좋은 균형을 이룹니다. 상큼한 과일 맛과 고소한 향이 이질적이면서 재미있는 조화를 이룹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닭고기와 치즈 샐러드, 화이트소스를 얹은 생선 스테이크, 굴전과 생선 튀김, 닭고기 스테이크, 화이트소스를 사용한 닭고기 요리, 너무 맵지 않은 치킨, 팔보채와 전가복 같은 중식, 돼지고기 수육, 연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0년 2월 1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