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책 이야기

[도서] 오즈 클라크의 와인이야기

까브드맹 2009. 12. 19. 09:35

(이미지 출처 : http://image.yes24.com/goods/247127/L)

영국의 연극배우이면서 역대 최연소 영국 와인 감식가, 영국 와인 품평단을 지휘하며, 와인 마스터 마이클 브로드벤트(John Michael Broadbent)가 '영국 최고의 와인 품평가'라고 극찬한 바 있는 오즈 클라크의 책으로 원제목은 "OZ Clarke's Introducing Wine" 입니다. 네 살의 나이에 어머니가 만든 자두 와인 한 병을 다 마시면서 천재적인 와인 인생을 펼치기 시작한 분이죠.

(이미지 출처 : http://www.guardian.co.uk/travel/2009/jan/25/5)

우리나라의 국문학의 대가 양주동 선생님도 일곱 살 때던가 동동주 한독을 다 마시면서 그 천재적인 인생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천재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술을 끼고 살아야 하는 건 기본 옵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어릴 때 술을 한 병씩, 혹은 한 독씩 마셨던 기억이 없거든요? 그래서 전 안될겁니다. 아마... 

아무튼 책은 전면 칼라에 각 챕터별로 일목요연한 설명이 되어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하고 선명한 사진을 싣고 있어 약간의 기초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집중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와인의 맛이 독특한 이유, 포도 품종, 코르크 따기, 서빙, 시음, 감별, 레스토랑에서 와인 마시기, 음식과 와인의 조화, 와인과 건강, 구매와 보관, 라벨, 세계 각지의 와인 등의 순서로 꼭 필요한 내용만 자세히 적혀있고 뒤에는 아펠라시옹 산지명과 알아두면 유용한 와인 용어가 첨부되어 있어 유용한 내용이 많습니다. 책의 판형은 크지만 장수는 144장으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은 200장이 넘는 책과 맞먹을만 합니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으로는 다른 대부분의 와인 책들이 지명이나 품종별로만 와인을 구분해놓아 어찌 보면 천편일률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는 데 반하여, 이 책에서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향과 맛에 따라 총 15가지 스타일로 구분하여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 15가지 스타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일 향이 풍부하고 후루티(fruity)한 스타일

2. 딸기류의 향이 부드럽게 풍기는 스타일

3. 탄닌 맛이 강하고 블랙커런트향(blackcurranty)을 풍기는 스타일

4. 매콤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스타일

5. 향이 좋아 군침이 돌고 새콤달콤한 스타일

6. 향이 섬세한 로제 와인


7. 본 드라이(Bone-dry)하고 뉴추럴한 스타일

8. 싱그럽고 톡 쏘는 스타일

9. 풍미가 진하고 나무 열매 향이 느껴지는 스타일

10. 농익은 과일 향과 토스트 냄새가 나는 스타일

11. 아로마가 그윽한 스타일

12. 스파클링 스타일

13. 황금빛의 스위티한 스타일

14.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높은 스타일

15. 톡 쏘는 듯 새콤하고 알코올을 넣어 맛을 강화한 스타일

알기 힘든 지명이나 품종 이름으로 와인을 구분하지 않고 스타일별로 구분함에 따라 초보자가 와인을 선택하는 데 각 스타일에 해당하는 와인을 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1번 스타일에 해당하는 와인으로서 오즈 클라크는 칠레 메를로, 에스파냐 라만차, 나바라, 발데페냐스, 캘리포니아 메를로, 캘리포니아 진판델, 아르헨티나 말벡, 프랑스 보졸레 등을 모두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와인들은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와인을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은 모두 비슷한 맛과 향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와인들입니다. 그래서 위의 15가지 와인 스타일 중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표시해두고, 해당하는 와인들을 알아둔 후 마트나 샵에 가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또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도 위의 스타일에 따라 매칭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맞출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지식을 가장 알기 쉽고 가능한 한 자세히 기록해놓았다는 점에서 와인 입문서로서 이 책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기억에 남는 최고의 와인과 음식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먹어본 것이다. 투스카니나 남부 프랑스였던 것 같다. 어느 마을에 들러 빵과 치즈, 토마토를 사고, 그 마을에 있는 와인 회사에서 갓 뽑아낸 와인을 샀는데, 그 길로 시골길을 지나면서 신나게 먹고 마셨다. 정말 이보다 더 근사한 와인과 음식은 없었다."

"나는 소박한 음식과 함께 포도를 영글게 한 햇볕 속에서 나 역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다는 기쁨에 신비로운 생각까지 들었다." 

와인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와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