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산미, 탄닌, 알코올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화 - Domaine Emmanuel Rouget Cros Parantoux Vosne-Romanee 1er Cru 2002

까브드맹 2018. 12. 15. 16:00

Domaine Emmanuel Rouget Cros Parantoux Vosne-Romanee 1er Cru 2002

도멘 엠마뉴엘 후제(Domaine Emmanuel Rouget)의 크로 파랑투 본-로마네 프르미에 크뤼(Cros Parantoux Vosne-Romanee 1er Cru) 2002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꼬뜨 드 뉘(Côte de Nuit)에 있는 A.O.C 본-로마네(Vosne-Romanée)의 크로 파랑투 포도밭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부르고뉴 1등급(Premier Cru) 와인입니다.

1. 앙리 자이에(Henri Jayer)와 엠마뉴엘 후제

1922년에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에서 태어난 앙리 자이에는 부르고뉴 와인에 혁신의 바람을 가져온 인물입니다. 풍부하고 집중력 있는 맛과 향뿐만 아니라 균형과 우아함도 함께 추구하는 그의 와인 양조법은 특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에서 빛을 발했죠. 1.01 헥타르의 작고 척박한 땅을 매입해서 개간을 통해 재탄생시킨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인 크로 파랑투는 앙리 자이에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 <신의 물방울> 1권의 <#5 그것은 부르고뉴의 신> 편에 등장해서 유명해졌죠.

애석하게도 앙리 자이에는 2006년에 84세의 나이로 작고했습니다. 그에겐 두 딸이 있었지만 둘 다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래서 앙리 자이에는 처조카인 엠마뉴엘 후제에게 포도 재배법과 와인 양조법을 가르쳤고, 자신의 포도밭도 물려줬습니다. 이렇게 되어 앙리 자이에의 공식적인 후계자는 엠마뉴엘 후제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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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Domaine Emmanuel Rouget Cros Parantoux Vosne-Romanee 1er Cru 2002의 색

아름다운 루비색이며 주변은 완연한 석류석 빛이 돕니다. 붉은 체리와 라즈베리, 크랜베리 같은 베리류 열매의 향이 향긋하며, 나무와 나무에서 나오는 향신료 향이 훌륭합니다. 소나무와 나무 수지 향도 약하게 나오고, 시원한 삼나무 향도 조금 맡을 수 있습니다. 허브와 신선한 오이와 시원한 무 같은 흰 채소 향, 매콤한 식물성 향도 느껴지며, 붉은 과일의 즙 같은 달콤한 향도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종류의 향이 정말 다양하게 흘러나옵니다. 멋지네요!

향과 달리 의외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질감은 비단 같고 매끄럽네요. 산미는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합니다. 붉은 체리와 앵두, 홍옥 같은 사과의 시고 단 맛이 납니다. 삼나무의 시원함과 송진의 향긋한 풍미가 살짝 나오고, 미네랄 풍미도 조금 있네요. 처음엔 조금 덜 열린 듯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소하고 그윽한 나무 풍미와 풋풋한 각종 식물성 풍미도 있습니다. 식물성 기름기 같은 느낌도 약간 있습니다.

 

 

여운은 길게 이어지며 붉은 베리류와 향긋한 나무 풍미가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산미와 유리처럼 맑고 탄탄한 탄닌, 우아한 알코올이 균형을 이뤘고, 여기에 여러 종류의 과일과 나무, 식물성 풍미가 조화를 이뤘습니다.

섬세하게 조리한 육류 요리여야만 이 멋진 와인의 훌륭한 짝이 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8년 1월 3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