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샴페인이 비싼 이유

까브드맹 2018. 6. 20. 08:00

모에 에 샹동 임페리얼 샴페인

1. 호사스러운 와인, 샴페인

 

입맛 까다로운 프랑스인 사로잡은 이 맛

[매거진 esc] 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비린내” 김밥 싫다 해도 마늘 뺀 ‘불고기’엔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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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는 외국인들이 접하는 한식에 대한 느낌을 다룬 기사입니다. 제목의 '이 맛'은 불고기의 맛을 뜻하지요. 그런데 이 기사의 앞부분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옵니다.

"프랑스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캐비아에 샴페인 한 잔 마실 때란다. 1㎏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철갑상어 알과 최소 3~5년은 포도주 저장고에서 묵히면서 하루에 두 번씩 병목을 돌려줘야 탄생하는 샴페인은 호사스러운 음식의 대명사다."

확실히 프랑스 사람들은 샴페인을 좋아합니다. 레드나 화이트 와인은 프랑스에서도 연간 소비량이 점점 줄고 있지만, 샴페인은 항상 수요보다 공급이 달릴 정도라는군요. 그래서 모에&샹동(Moёt & Chandon) 같은 대형 샴페인 하우스들은 샹파뉴(Champagne)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데 힘쓰는 한편 세계 각지에 스파클링 와인 양조장을 설치해서 부족한 샴페인 공급량을 보충하기 위한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죠.

철갑상어의 알젓(?)인 캐비아
(철갑상어의 알젓(?)인 캐비아. 국내에서 철갑상어 양식이 성공해서 가격이 싸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우 비쌉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Caviar_and_spoon.jpg)

캐비아는 이탈리아산이 국내에서 30g에 147,000원 정도 합니다. 샴페인은 가격이 많이 내려가긴 했어도 10만 원이 넘는 것이 많고, 돔 페리뇽(Dom Perignon)은 20만 원이 넘어가죠. 그런데 캐비아야 철갑상어가 고등어나 오징어처럼 흔한 어류도 아니고, 양이 많은 살이 아니라 배 속의 알만 채취해서 먹기 때문에 비싸다 하더라도, 샴페인은 왜 비쌀까요? 위의 기사에 나온 것처럼 오랫동안 병에서 숙성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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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샴페인 양조 과정

우선 샴페인은 수확한 포도를 압착기로 눌러서 얻는 포도즙인 머스트(Must)의 양이 다른 지역의 와인보다 적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곳에서는 대개 레드 와인은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로 만들기에 즙을 짜낼 때 껍질에서 색소가 빠져나오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피노 누아(Pinot Noir)와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같은 적포도로도 베이스가 되는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샴페인은 껍질에서 색소가 빠져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죠. 또한, 껍질이나 씨에서 맛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빠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샴페인을 만들 때는 포도 160kg을 압착해서 102ℓ의 머스트만 얻을 수 있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통제하죠.

전통적인 스타일의 수직 압착기
(전통적인 스타일의 수직 압착기. 요즘엔 이런 것보다 더 크고 기계 장치로 작동하는 수평 압착기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Wine_Press.jpg)

다른 와인은 고급 와인일수록 같은 해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듭니다. 그래서 일반 와인의 레이블엔 포도를 수확한 연도인 빈티지(Vintage)를 표시하죠. 하지만 샴페인은 샹파뉴 지역의 기후가 서늘하다 보니 해마다 작황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면 품질이 들쭉날쭉 균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해 수확한 포도에서 얻은 머스트 중에서 20%는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뒀다가 다른 해에 샴페인을 만들 때 섞어서 품질을 균일하게 하죠. 따라서 샴페인은 대부분 넌 빈티지(Non Vintage)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머스트를 보관하려면 보관 시설이 필요하겠죠? 또한, 보관하는 동안 돈도 묶이고 관리비도 들어갑니다. 그 비용은 결국 샴페인의 값에 포함되죠.

포도 작황이 아주 좋은 해에는 그해에 수확한 포도만 사용해서 빈티지 샴페인(Vintage Champagne)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는 보관해둔 다른 해의 머스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스트의 20%는 똑같이 보관해야 하죠. 그래서 빈티지 샴페인은 다른 해에 생산하는 넌 빈티지 샴페인 생산량의 80%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잖아도 품질이 좋아서 가격이 올라갈 텐데 평균 생산량보다 1/5이나 적으니 값은 더 올라가게 되죠.

빈티지 샴페인인 도츠 브뤼 2002
(빈티지 샴페인은 이렇게 레이블에 빈티지를 표시합니다. 빈티지 샴페인은 NV 샴페인보다 가격이 더 비쌉니다)

법으로 전통 방식을 사용해야만 하는 샴페인은 생산 과정에서 사람의 힘을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엔 병 속의 효모 찌꺼기를 모아주는 르뮈아주(Remuage) 과정에서 지로팔레트(Gyropalette)란 기계를 써서 비용을 절감하지만, 나머지 과정에선 여전히 인력을 쓰는 곳이 많죠. 이것은 결국 생산비 상승으로 연결됩니다.

샴페인 병 안의 효모 찌꺼기를 모아주는 기계인 기로팔레트
(샴페인 병 안의 효모 찌꺼기를 모아주는 기계인 기로팔레트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Gyropaletten_Champagner.jpg)

병에서 숙성한 후에 와인 안에 쌓인 효모 찌꺼기는 르뮈아주를 통해 병목에 모았다가 데고르쥬망(Degorgement)이라는 방법으로 제거합니다. 이때 아무리 조심해도 효모 찌꺼기뿐만 아니라 샴페인도 일부 빠져나가죠. 이렇게 생긴 빈 부분은 다른 샴페인으로 채워 넣어야 합니다. 이래저래 가격이 올라갈 일이 많은 거죠. 큰 탱크에 넣어서 효모 찌꺼기를 필터로 걸러내는 트랜스퍼(Transfer)  방식을 사용하면 이런 손실을 막을 수 있지만, 전통 방식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해진 샹파뉴에서는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답니다.

(데고르쥬망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샴페인은 다른 와인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 뿐만 아니라 포도 수확부터 판매까지의 기간도 다른 와인보다 무척 깁니다. 와인 안의 각 성분이 제 자리를 찾아 안정화하고 효모 찌꺼기인 리(Lee)의 풍미가 와인에 배도록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하거든요. 일반 와인은 길어봐야 3년 정도 숙성한 다음 시장에 출시하는 일이 많지만, 샴페인은 넌 빈티지이면 최소 15개월, 빈티지이면 최소 3년 이상 숙성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하고 전통 있는 샴페인일수록 자신들이 품질에 만족할 때까지 더 오랫동안 숙성하는 것이 보통이죠. 이 기간이 길수록 샴페인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