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그리스] 풋풋한 식물성 풍미와 단단하고 질긴 구조를 가진 - Gaia Estate Thalassitis 2015

까브드맹 2018. 4. 2. 06:30

가이아 에스테이트 타라씨티스 2015

가이아 에스테이트(Gaia Estate)의 타라씨티스(Thalassitis) 2015는 에게해 제도(Aegean Islands)에 있는 산토리니(Santorini) 섬에서 재배한 아씨르티코(Assyrtiko) 포도로 만든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등급 와인입니다.

1. 산토리니 PDO

테라(Thera) 화산과 에게 해로 구성된 독특한 떼루아를 가진 산토리니의 흙은 용암과 화산재, 속돌로 이루어져서 유기물이 전무한 화산토의 다공성 토양입니다. 섬 지역 특유의 지중해성 기후지대로 겨울에는 평온하고 여름에는 서늘하며, 가뭄이 잦고 멜테미아(meltemia)라는 이름의 강한 바람이 붑니다. 포도나무에 필요한 수분은 여름에 몰려오는 바다 안개로 해결합니다.

질병과 기타 위험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 주는 독특한 생태계의 영향을 받는 산토리니의 포도밭은 필록세라로부터 안전합니다. 사실 필록세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산토리니의 포도밭은 자체적인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죠. 필록세라가 번식하려면 최소 5%의 점토가 필요하지만 산토리니의 토양에는 점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응형

 

역사가 3500년으로 추정되는 산토리니의 포도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 수령은 대부분 50~100년 이상이며, 생산량은 헥타르당 1500ℓ로 그리스에서 가장 적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의 자격을 갖춘 포도원으로 손색이 없죠. 산토리니의 농부들은 강한 바람과 뜨거운 직사광선으로부터 포도나무와 포도를 보호하려고 땅에 낮게 깔린 줄기를 돌려서 바구니 모양으로 만듭니다. 쿨루르(kouloures-고리), 또는 칼라티아(kalathia, 바구니)라고 부르는 이 전통 재배 기술은 독특한 산토리니의 생태계에서 포도를 기르기 위해 와인 생산자들이 수세기에 걸쳐 노력하고 경험을 축적한 끝에 얻은 결과물입니다.

토양에 필록세라가 없기에 보통 15~20년 주기로 포도나무 윗부분인 칼라티(kalathi)를 교체하고 뿌리는 보존합니다. 그래서 땅 위로 나온 부분의 수령이 수십 년인 반면에 뿌리의 나이는 수세기에 달하는 포도나무도 있습니다. 이는 산토리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입니다. 또한 바람으로 인한 토양 부식을 막으려고 가파른 언덕 지형에 페줄레스(pezoules)라 부르는 테라스를 만듭니다. 이 테라스를 만들려면 실로 엄청난 노력이 소요됩니다.

 

 

2. 가이아 에스테이트

가이아 에스테이트는 그리스에서 가장 흥미롭고 발전 가능성이 큰 두 지역에 현대적인 와이너리를 갖고 있습니다. 한 곳은 펠로폰네소스의 네메아(Nemea)로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 포도로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또 한 곳은 에게해의 산토리니섬으로 아씨르티코 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죠. 가이아 에스테이트는 연간 생산량의 65%를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아시아, 브라질로 수출할 만큼 국제적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와이너리의 철학은 "그리스 토착 품종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세계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강한 성질을 암시하는 진한 레몬색입니다. 아씨르티코는 샤르도네처럼 레드 와인의 성질을 띤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이죠. 노란 꽃과 식물성 향이 진하게 나고 레몬 향이 살짝 드러납니다. 조금 거친 식물성 기름 내음 속에 오크와 나무 수지 향이 섞여 있습니다. 레드커런트 싹의 풋풋한 향도 느낄 수 있고요.

무겁고 풀 바디한 와인으로 구조는 단단하고 질깁니다. 드라이하며 산도는 매우 높습니다. 미네랄 풍미 속에 약간 씁쓸한 맛이 있네요. 나무와 열대 과일, 과도한 견과류 풍미가 있고, 오크 느낌이 풍성합니다. 와인은 힘이 느껴지고, 여운이 강하고 길게 이어집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진하게 오크 숙성한 샤르도네처럼 강인한 와인으로 좋은 밸런스를 지녔습니다. 어패류보다 닭고기나 칠면조 같은 백색육이 더 맞습니다. 돼지고기와 크림소스를 얹은 농어와 연어 스테이크, 훈제 연어와 훈제 치즈 등도 어울립니다.

2016년 4월 21일 시음했습니다.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