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자이에 질 꼬뜨 드 뉘 빌라쥬(Domaine Jayer-Gilles Cote de Nuits Villages) 2006은 마을 단위 등급의 부르고뉴 와인으로 도멘 자이에 질에서 프르미에 크뤼 등급의 포도밭을 제외한 꼬뜨 드 뉘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듭니다.
1. 자이에 질(Jayer-Gilles)
1922년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Vosne-Romanée) 마을에서 출생한 앙리 자이에(Henri Jayer)는 부르고뉴 와인에 혁신의 바람을 가져온 인물입니다. 풍부하고 집중력 있는 맛과 향뿐만 아니라 균형과 우아함도 함께 추구한 그의 와인 양조법은 특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에서 빛을 발합니다. 1.01 헥타르 면적의 작고 척박한 땅을 사들인 후 개간을 통해 재탄생시킨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인 크로 파랑투(Cros Parantoux)는 앙리 자이에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통해서 앙리 자이에를 알게 된 분이 많습니다. 신의 물방울 1권의 에피소드에서 앙리 자이에 리쉬부르(Henri Jayer Richebourg) 1959와 앙리 자이에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크로 파랑투(Vosne-Romanee 1er Cru Cros-Parantoux) 1999가 나오죠.
애석하게도 앙리 자이에는 2006년에 84세의 나이로 작고합니다. 그에겐 두 딸이 있었지만 둘 다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앙리 자이에는 처조카인 엠마뉴엘 후제(Emmanuel Rouget)를 데려와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술을 가르쳤고, 자기 포도밭도 물려줬죠. 이로써 앙리 자이에의 공식적인 후계자는 엠마뉴엘 후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앙리 자이에에겐 로베르트 자이에(Robert Jayer)라는 사촌이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에 앙리 자이에의 포도 재배법과 와인 양조술에 깊은 관심과 존경을 보여왔고, 자이에로부터 직접 관련 기술과 지식을 배웠죠. 그리고 그것들을 자기 아들인 자이에 질에게 전수합니다. 아버지로부터 와인 양조술과 포도밭을 물려받은 자이에 질은 199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붙인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우리는 포도밭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라고 말했던 앙리 자이에처럼 자이에 질도 포도밭의 떼루아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는 밭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죠. 가능한 한 자연적인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자이에 질은 현재 50개 포도밭에서 약 10 헥타르 정도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2. 도멘 자이에 질 꼬뜨 드 뉘 빌라쥬 2006
꼬뜨 드 뉘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핵심 산지로 샹베르땅(Chambertin)과 본 로마네(Vosne-Romanée), 부조(Vougeot) 등의 최고급 그랑 크뤼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 꼬뜨 드 뉘 발라쥬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로는 픽상(Fixin), 브로숑, 프르모, 콩블라시앵, 코르골루앵 등이 있습니다. 북쪽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타닌 성분이 많아서 느낌이 강하고, 남쪽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유연하고 풍부합니다.
도멘 자이에 질에선 새 오크통을 사용하는 방법을 여전히 중요시하지만, 예전만큼 엄격하진 않고 포도나 토양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쓴다고 합니다.
부르고뉴 와인의 등급에 관한 정보는 하단에 있는 링크의 글을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루비에서 살짝 가넷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맑고 제법 진합니다. 풍부한 붉은 과일향이 매력적입니다. 레드 체리와 산딸기, 딸기, 레드 커런트 등의 향이 나옵니다. 우아하고 그윽한 오크와 삼나무 향과 함께 약한 식물성 비린내와 허브향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크랜베리에 뉴질랜드 꿀이 섞인 듯한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올라오고, 말린 과일의 달콤한 향도 풍깁니다. 매콤한 나무 향과 향의 그윽한 내음도 풍기네요. 시간이 갈수록 향이 더욱 좋아지고 허브와 스파이스 향이 두드러집니다.
부드럽고 탄탄한 구조는 끝에 살짝 조이는 탄닌 느낌을 동반합니다. 가볍지만 힘이 있습니다.
드라이하고 적당한 강도의 신맛이 납니다. 우아하고 세련된 맛 속에서 의외로 강한 알코올 기운을 느낄 수 있으며, 실제론 13%이지만 14%라도 믿으리만큼 목이 화끈해집니다. 풍부한 풍미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 과일에서 검은 과일로 넘어가는 맛과 향을 보여주네요. 체리와 서양자두 풍미가 중심을 이루지만 블랙커런트 느낌도 살짝 나옵니다. 뛰어난 맛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와인이라 저절로 손이 갑니다. 마신 후엔 깊은 풍미가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며 느낌도 좋습니다.
색과 질감, 신맛, 탄닌, 알코올, 여운 등등 모든 요소가 균형을 맞추지만, 초반엔 향의 발산이 조금 모자랍니다. 그러니 30분 이후에 천천히 마실 것을 권합니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양고기 스테이크, 비프 부르기뇽, 갈비찜, 생갈비, 오리 꽁피,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5월 27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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