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호주 바로싸 밸리에서 나온 밸류 와인 - 글래처 와인의 월레스

까브드맹 2013. 6. 6. 06:00

세상에 맛있는 와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Great'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와인도 많이 있죠. 그러나 가격까지 착한 와인은 드물죠. 때때로 맛과 향이 괜찮으면서 가격까지 착한 와인이 보이곤 하는데, 이런 와인들을 '(살만한) 가치가 있다' 하여 밸류 와인(value wine)이라 부릅니다.

오늘은 호주의 밸류 와인 하나를 소개합니다. 2008년 '매력적인 호주 문화의 다섯 아이콘' 중의 하나로 뽑히고 로버트 파커가 2005년 와인 인물로 선정했으며 바로싸 밸리의 문화 발전에 대한 공헌으로 '바로싸의 남작 칭호'를 받은 벤 글래처(Ben Glaetzer)가 만든 레드 와인 "월레스(Wallace)"입니다. 

쉬라즈와 그르나슈를 8:2로 섞어서 만드는 월레스는 검은 과일과 말린 과일 풍미와 함께 진한 나무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박하와 바닐라, 유칼립투스 같은 호주 쉬라즈 와인 특유의 풍미도 잘 나타나죠. 시간이 지나면 코코넛과 볶은 견과류, 버터를 넣어서 볶은 음식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도 맛볼 수 있습니다.

강렬하고 우아하며 풍만한 느낌이 넉넉하게 입을 채우는 가운데 섬세하진 않지만 두터운 느낌을 주는 풍미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들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월레스의 소비자 가격은 6~7만 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만족감은 10만 원 초반대의 와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봅니다.

월레스라는 이름은 존 글래처의 어머니인 쥬디쓰의 조상 이름으로 그녀의 가문은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레이블에 그려진 그림도 켈트식 십자가와 매듭, 스코틀랜드의 국화인 엉겅퀴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2013년 3월 20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