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 - 비냐 톤도니아 알 로페즈 데 헤레디아 리오하 그랑 레세르바 1987

까브드맹 2013. 11. 6. 06:00

흔히 젊음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의미로도 통용됩니다. 확실히 푸릇푸릇 생기 넘치는 젊음처럼 아름다운 것도 드물죠. 하지만 아직 세상 모르는 젊음은 풋내기의 또 다른 말인지도 모릅니다.

원숙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충분히 숙달되어 능숙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지요. 자연스러우면서 막힘 없는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젊은 나이에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한 와인이 있습니다. 26년의 세월이 이 와인의 맛과 향을 빚어냈습니다. 그윽한 향의 나무, 마른 과일, 여러 가지 향신료, 향긋한 허브, 덜 익은 딸기, 이스트, 꿀, 꽃, 가죽, 졸인 과일, 조청, 메이플 시럽, 나무 수지 등등. 셀 수 없이 다양한 향이 흘러나옵니다. 매끈하면서 편안하고 잘 짜여진 구조 속에서 섬세한 느낌도 맛볼 수 있죠. 

가녀린 듯 하나 아직 힘이 느껴지는 구조와 부드러운 탄닌엔 아직 힘이 남아있습니다. 우아하고 풍부한 산미는 이 와인에 여전히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양한 붉은 과일 풍미는 나무의 느낌과 함께 끊임없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변화는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입 안에 끝없는 감동과 여운을 남겨줍니다.

무엇과 함께 먹을까요? 이런 와인은 그냥 와인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 비냐 톤도니아 알 로페즈 데 헤레디아 리오하 그랑 레세르바(Vina Tondonia R. Lopez de Heredia Rioja Gran Reserva) 1987.

(2013년 7월 24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