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에는 바로 이 와인! - 보로리 랑게 아르네이스

까브드맹 2013. 4. 3. 05:55

소믈리에, 대학교수, 와인 블로거, 와인 교육가, 작가, 와인 애호가, 와인 수입사 대표. 
이렇게 와인을 사랑하는 7명이 여러분께 매일 한 종류의 와인을 추천해드립니다. 그 와인은 쌀 수도 비쌀 수도 있고, 흔할 수도 귀할 수도 있으며, 레드일 수도 화이트일 수도 있습니다. 깊은 사연을 간직한 와인일 수도 있고 별생각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일 수도 있죠. 무엇을 추천하든 그 와인을 선택해서 마실지 안마실 지는 읽는 분들의 자유. 
7명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7인의 와인 추천기, 7인 7색 와인 투데이! 

 

7인 7색은 저를 포함한 7명의 와인 애호인이 매일 한 가지씩 와인을 추천하며 올리는 글입니다. 추천 와인 중에는 저도 아직 마셔보지 못한 와인들이 많고, 들어보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 추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제가 올리는 글을 블로그에 다시 포스팅합니다. 

작년 12월에 김장을 담근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어떤 김치는 잘 익어가고 있을 것이고, 어떤 김치는 아직 덜 익었을 것이고, 또 어떤 김치는 보관을 잘못해서 벌써 신김치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잘 익은 김치를 보면 침이 꿀떡 넘어가다가도 뭔가 하나 부족하다는 걸 느낍니다. 네, 단백질. 바로 고기죠. 쇠고기도 좋지만 김치하고 잘 맞는 고기는 뭐니 뭐니 해도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된장이나 생강 넣고 삶은 돼지고기라고 봅니다. 기름기가 적당히 낀 삶은 돼지고기를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먹는 그 맛! 캬~ 한겨울의 별미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히 술 한 잔이 그리워지는 법이죠.

잘 익은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는 어떤 와인과 함께 먹어야 할까요? 돼지고기가 있으니 레드 와인? 김치가 있으니 화이트 와인? 아리송합니다. 레드 와인과 먹자니 김치가 걸리고, 화이트 와인과 먹자니 돼지고기의 풍미가 너무 세다는 걸 느낄 수 있죠. 이럴 때는 전국에서 1,000여 종의 토착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탈리아 토착 포도로 만든 와인 중 국내에서 비교적 구하기 쉽고, 돼지고기와 김치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아르네이스(Arneis)' 와인이 있습니다. 드라이하고 묵직한 질감으로 육류와 잘 어울리죠.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상큼한 산미가 늘어나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기 때문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 맛이 강한 편이라 매콤한 향신료를 많이 쓴 요리에도 잘 맞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는 김치와 함께 먹어도 그 맛에 눌리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죠. 

주변에서 여러 가지 아르네이스 와인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제가 권하는 와인은 보로리 랑게 아르네이스(Boroli Langhe Arneis)입니다. 소비자 가격은 3만 원대 후반. 

(2013. 1. 9 작성해서 와인비전(winevision.kr)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