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고르곤졸라 피자와 함께 먹어봅시다 - 마르퀴스 드 샤스 쏘떼른

까브드맹 2013. 6. 13. 06:00

어제 치즈와 와인의 매칭에 관한 수업이 있었습니다. 저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만, 수업이 끝난 후 치즈를 시식할 기회는 있었죠. 치즈를 하나하나 먹던 제 눈에 띈 치즈 하나. 밝은 미색에 푸른색 줄이 죽죽 들어간 블루치즈였습니다. 블루치즈의 꼬리꼬리 하고 중독적인 맛을 음미하는 순간 제 머릿속에선 노오란 황금빛 와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피자집 메뉴를 보면 고르곤졸라 피자가 있는 걸 종종 봅니다. 고린내 때문에 쉽게 먹기 힘든 고르곤졸라 치즈를 넣은 피자가 어느 새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 된 모양이더군요.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을 땐 대개 꿀을 발라 먹는데, 고르곤졸라의 풍미와 달콤한 꿀이 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꿀과 잘 맞는 고르곤​ ​졸라 피자라면 달콤한 디저트 와인과 함께 먹어도 당연히 맛있겠죠? 디저트 와인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노블 롯(Noble Rot)으로 복합적인 맛과 향을 갖게 되는 쏘테른(Sauternes)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쏘테른은 비싼 가격이 함정.

그래도 잘 찾아보면 비교적 저렴하고 맛과 향이 좋은 쏘테른 와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당장 제 머리에 떠오르는 와인은 보르도의 명문 네고시앙인 지네스떼(Ginestet)에서 만드는 마르퀴스 드 샤스 쏘떼른(Marquis de Chasse Sauternes)입니다. 달콤하고 진한 꿀 향에 열대과일과 말린 과일의 농밀한 단 내음, 살구와 라이찌의 향긋한 향이 중심을 이루고,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과일의 상큼한 향이 곁들여지며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죠. 아몬드 같은 견과류와 토스트의 고소하고 약간 비릿한 휘발성 향은 덤입니다. 풍부한 산미와 부드럽고 탄탄한 질감,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상큼한 풍미가 매력적인 와인이죠. 소비자 가격은 5만 원 정도.

고르곤졸라 피자에 꿀을 발라먹어도 좋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달콤한 쏘테른 와인을 함께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2013년 3월 27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