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가을 밤의 추억을 위해 - 도멘 탕피에 뀌베 라 미구아

까브드맹 2013. 12. 18. 06:00

스페인에서는 모나스트렐(Monastrell), 호주에서는 마타로(Mataro)라고 부르는 무흐베드르(Mourvedre) 포도는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품종입니다.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고 탄닌과 색소가 많아서 와인으로 만들면 맛이 너무 강렬해지기에 쉽게 친숙해지기 어렵죠. 저도 무흐베드르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땐 그 파워에 질리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이 포도를 여러 곳에서 재배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기본적으로 무흐베드르는 당분과 탄닌, 색소가 풍부하고 오크와 친화력도 좋아서 고급 와인으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췄습니다. 과일향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나오죠. 프랑스 남부에선 일찍이 무흐베드르와 그르나슈를 섞어서 뛰어난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을 생산해왔습니다. 방돌(Bandol)은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죠.

방돌의 핵심 지역에 자리 잡은 도멘 탕피에(Domaine Tempier)는 루이 15세 이전부터 와인을 생산해왔습니다. 1885년 와인 평가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수상했을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와인 생산자이죠.

뀌베 라 미구아(Cuvee La Migoua)는 무흐베드르를 50%가량 넣은 와인으로 잘 숙성된 탄닌과 풍부한 산미가 돋보이고 검은 과일과 오크, 미네랄 풍미가 복합적으로 섞인 우아하고 탄탄한 와인이죠. 밤 기운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요즈음 숯불에 고기 구워 먹을 때 곁들이면 멋진 추억을 안겨줄 와인입니다.

(2013년 9월 4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