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눈 덮인 고산지대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 - Espino Cabernet Sauvignon 2009

까브드맹 2013. 12. 20. 06:00

에스피노 까베르네 소비뇽 2009

1. 에스피노(Espino)

에스피노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에 와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빅토르 피노 토르케(Victor Pino Torche)는 원래 와인을 만들던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토르케의 집안은 광산을 관리했고, 여름에만 산 후안 데 피르퀘(San Juan de Pirque)의 농장에서 지냈을 뿐이었죠. 마이포 강 인근의 산 후안은 안데스의 큰 암석들 때문에 까혼 델 마이포(Cajon del Maipo) 쪽으로 흐르는 마이포 계곡의 좁은 수로와 절벽이 양 측면에 펼쳐진 작은 마을로 와인 생산지도 아니었습니다.

부르고뉴 샤블리(Chablis)의 프르미에 크뤼 와인으로 이름 높은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는 샤르도네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떼루아를 가진 지역을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칠레 와인 생산자들이 평탄한 저지대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걸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말을 타고 칠레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서 한 구획의 땅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곳을 자세히 살펴본 후 산 후안에 있는 빅토르의 집을 방문했죠.

많은 대화가 오고 간 후에 빅토르의 가족이 그 땅을 팔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대신 두 사람은 함께 포도밭을 개간하기로 했고, 윌리암의 날카로운 감각과 빅토르의 의지에 기초하여 작은 와이너리가 만들어졌죠. 12헥타르의 포도밭이 만들어졌고, 피노 집안의 또 다른 농장이 되었습니다. 5년 뒤 와이너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현대적인 장비를 설치했지만, 와이너리는 와인을 부르고뉴 스타일로 천천히, 좀 더 작은 양을, 오크통을 사용해서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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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구세계 스타일의 다양한 샤르도네 와인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나중엔 고산 지대에서 자란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든 와인이 유명해졌죠. 에스피노가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습니다. 눈이 내리고 성장 기간의 날씨가 쌀쌀한 안데스 고산 지대에서 포도를 재배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설립자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습니다. 포도나무뿌리는 마이포 강둑의 돌이 많이 섞인 하층 토양에 깊게 뿌리내렸습니다. 눈 내린 대지 위에서 겨울 가지치기가 이뤄졌을 때 많은 칠레 와인 생산자가 재미있어했고 빅토르의 도전 정신을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다음 포도원은 원숙한 모습을 갖췄고 마침내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윌리엄은 부르고뉴에서 그의 브랜드를 거대 와인 기업에 팔았지만 두 가지 브랜드는 손에 쥐고 있었죠. 하나는 그의 프르미에 크뤼 샤블리 와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산 후안의 고지대에 있는 와인 벤처업체의 지분이었습니다.

2000년경 10여 개의 국가가 에스피노 와인을 수입했고 회사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와인 사업에 흥미를 가진 빅토르의 막내아들 곤잘로(Gonzalo)가 소매업의 안락한 자리를 버리고 6살 배기 아들과 함께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곤잘로의 지도로 와이너리는 다른 회사와 차별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산 후안의 와인이 다른 칠레 와인과 왜 차이가 나는지 잘 이해하려고 토양 전문가인 페드로 파라(Pedro Parra)의 도움을 요청했고, 더욱 차별성을 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은 계속되었고 작았던 회사는 점점 커져 나갔죠.

 

 

와인 양조가 펠리페 우리베(Felipe Uribe)가 영입되었을 때 회사가 고급 와인의 소량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포도밭의 구획이 잘 분리되었고 토양의 특성도 파악되었죠. 다음에 만들어진 두 번째 와이너리는 클라리요(Clarillo) 강의 지류에 있는 오래된 강둑에 세워졌습니다. 와이너리의 많은 부분이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을 반영하여 분리되었고 일부 포도는 접붙여졌습니다.

몇 년 후 흙냄새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베르네 프랑 포도를 위한 최적의 혼합 비율도 찾아냈습니다. 이 이야기가 와인 무역상들에게 퍼지면서 다른 와이너리에서도 고산 지대에서 기른 포도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흥미를 느낀 블렌딩 컨설턴트 알베르토 안토니니(Alberto Antonini)는 와이너리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빅토르와 윌리엄은 지난 20년 동안 입을 열지 않다가 드디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자랑스러운 눈빛 아래 오늘날에도 에스피노의 작업은 끈기와 해결책 속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두 사람은 말합니다.

“이제야 병 안에 뭔가 말할 만한 것이 들어있다.”

 

 

2. 에스피노 까베르네 소비뇽

에스피노는 에스피노 와이너리의 가장 대중적인 와인입니다. 신세계 스타일로 생산되는 에스피노 시리즈는 오크 숙성으로 풍부한 느낌이 나오도록 하면서 순수한 과일 풍미가 느껴지게 만들죠. 까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하여 까르메네르, 메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의 5종 와인을 생산합니다.

에스피노 까베르네 소비뇽(Espino Cabernet Sauvignon) 2009는 산 루이스 데 피르퀘(San Luis de Pirque)의 가볍고 물 빠짐이 좋은 흙 위에 클라리요강의 강물을 관개 시설로 끌어들여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로 만듭니다. 와인에 사용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에 관한 정보는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자연스럽게 재배하고 단위당 수확량을 낮춰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선반에서 고른 후 24,000톤 용량의 탱크에서 10일간 저온침용했습니다. 알코올 발효는 26℃에서 이뤄졌고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도록 했죠. 하루에 두 번 펌프를 사용해서 와인 위에 뜬 포도껍질 위로 탱크 아래의 주스를 뿌려줬습니다. 이 작업은 포도 껍질을 가라앉혀 색소와 탄닌을 충분히 뽑아내고, 위에 떠서 말라버린 포도 껍질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알코올 발효 후 침용 과정은 10~12일 정도 이어졌습니다.

젖산 발효 후 와인은 오크통에서 적어도 8개월간 숙성됩니다. 이 기간 동안 오크에서 빠져나온 성분이 와인에 들어가 구조가 향상되죠. 오크 숙성을 마친 와인은 이제 병에 담겨 최소 6개월 동안 숙성되면서 점차 안정됩니다. 시장에 나온 와인은 바로 마셔도 좋지만 2~4년간 더 숙성시킬 수도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조금 검은 루비색으로 테두리엔 퍼플 빛도 약간 보입니다. 색은 옅지만 추출물이 많아서 와인의 눈물은 진하게 흘러내립니다.

진하고 농축적인 과일 향이 나옵니다. 라즈베리와 체리, 레드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과 서양 자두처럼 진한 색 과일향이 퍼지며 오크 향도 은은하게 풍깁니다. 식물성 비린내도 약간 있지만 대체로 부드럽고 세련된 향입니다.

부드럽고 제법 탄탄해서 마치 비단 같습니다. 구조도 우수합니다.

드라이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과일 풍미가 상당합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탄닌은 마신 후에 살짝 조이는 느낌을 줍니다. 서양 자두와 체리 같은 과일 풍미가 나오고 오크와 허브 풍미도 있습니다. 신세계 와인치곤 강한 자극이 적습니다. 여운은 제법 길고 기분 좋은 느낌을 줍니다. 

향, 맛, 질감, 여운, 색 등이 잘 어우러진 와인으로 비교적 세련되어서 마시기 편하고 좋습니다. 아주 복합적인 맛과 향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가격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훌륭하네요. 발랄하고 순수한 소녀 같은 느낌을 주는 와인입니다.

마블링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소고기와 양고기, 바비큐, 숯불갈비구이, 미트 스튜, 잘 숙성된 경성 치즈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5월 27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까베르네 소비뇽 -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하는 품종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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