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넉넉한 과일 풍미, 풍부한 산미 - Montes Classic Series Sauvignon Blanc 2011

까브드맹 2013. 6. 18. 06:00

몬테스 클래식 시리즈 소비뇽 블랑 2011

1. 칠레의 소비뇽 블랑 와인

칠레산 화이트 와인은 크게 세 품종으로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는 샤도네이(Chardonnay), 또 하나는 무스캇 오브 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 마지막 하나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입니다.

보르도 와인을 모델로 삼아 발전한 칠레 와인 생산자에게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그러나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오랫동안 평판이 좋지 못했죠. 왜냐하면 소비뇽 블랑 사이에 스파이(?)가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스파이는 소비뇽 블랑과 성질이 다르면서 모양은 비슷한 소비뇨나세(Sauvignonasse)라는 포도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칠레 와인 생산자들은 소비뇽 블랑과 소비뇨나세를 구별하지 못하고 함께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성질이 다른 포도가 들어가니 칠레 소비뇽 블랑 와인은 제맛이 나올 수 없었죠. 하지만 포도밭에 엉뚱한 포도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와인 생산자들은 소비뇨나세 포도를 솎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뇽 블랑 와인의 맛과 향이 점점 좋아졌고 오늘날엔 꽤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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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여러 곳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와 산 안토니오 밸리(San Antonio Valley)입니다. 서로 이웃한 두 지역은 태평양의 아침 안개와 한낮의 바닷바람 덕분에 다른 곳보다 서늘하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청명한 햇살이 계속 내리쬐죠. 이런 날씨 속에서 포도는 산도와 당도가 함께 높아지기에 화이트 와인 생산에 아주 유리합니다. 그래서 칠레의 다른 생산지와 달리 이 두 곳은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레드 와인보다 더 많습니다.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보다 산도가 낮고 프랑스산 소비뇽 블랑 와인에 좀 더 가까운 맛과 향이 나옵니다. 시트러스와 녹색 과일 풍미가 많고 와인 양조자들은 와인이 풀 냄새를 너무 많이 풍기지 않도록 조절하죠. 일부 생산자는 더 풍부한 맛과 구조를 위해 숙성 중에 이스트 잔해인 리(Lees)를 휘저어서 리의 풍미가 와인에 배도록 하는 바토나쥬(bâtonnage) 작업을 해주거나 오크 처리를 합니다.

 

 

2. 비냐 몬테스(Viña Montes)

몬테스 알파(Montes Alpha) 와인으로 잘 알려진 비냐 몬테스는 1987년 운두라가(Undurraga)와 산 페드로(Vina San Pedro)에서 오랫동안 와인 양조 경험을 쌓은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가 더글라스 무라이(Douglas Murray)와 손잡고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다음 해인 1988년에 알프레도 비다우레(Alfredo Vidaurre)와 페드로 그랜드(Pedro Grand)가 합류하고,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와 꼴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 4개의 포도밭을 마련해 와인을 생산하면서 비냐 몬테스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되죠.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 1987 빈티지가 해외로 수출되고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비냐 몬테스는 화려한 전통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에 이어 수출된 몬테스 알파 샤도네이와 메를로(Merlot), 시라(Syrah) 역시 성공적인 매출을 보여주면서 비냐 몬테스는 칠레를 위한 '위대한 대사(Great Ambassador)'가 되었고, 수많은 신생 칠레 와이너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죠. 이에 따라 몬테스 알파는 '고급 와인 샵과 레스토랑, 호텔이 원하는 맛과 향을 목표로 하는 칠레산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몬테스 알파보단 품질이 떨어지지만 몬테스 클래식(Montes Classic) 시리즈는 "뛰어난 맛과 향이 나면서 매일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들려는 비냐 몬테스의 의지가 담긴 와인들입니다. 클래식 시리즈를 위한 포도밭은 전문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며, 사실상 유기농으로 재배된다고 볼 수 있답니다.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손상을 최소화하려고 극도로 세심한 관리 속에 와이너리로 옮기며, 발효가 끝난 후 6개월간 오크통 속에서 숙성합니다. 숙성이 끝나면 과일 향의 손실을 막으려고 가볍게 여과한 후 병에 담죠.

몬테스 클래식 시리즈 소비뇽 블랑(Montes Classic Series Sauvignon Blanc) 2011은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전(Central Valley Region)에 있는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한 금빛으로 레몬과 사과, 서양배 같은 과일 향을 풍깁니다. 흰 채소와 린덴 같은 흰 꽃, 아스파라거스 등의 식물성 향도 있고 미네랄과 돌 냄새도 조금 나옵니다. 

조잡하진 않지만 질감은 약간 거치네요. 탄산 기운도 약간 있습니다. 구조는 평범하며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밀린다는 걸 알 수 있죠.

드라이하지만 넉넉한 과일 풍미 덕분에 미미한 단맛이 납니다. 풍부한 산도가 제법이지만 품질이 썩 뛰어나진 않네요. 13%의 알코올은 별로 거슬리지 않습니다. 향만은 못해도 맛이 제법 괜찮고 감귤류와 덜 익은 사과 풍미가 많습니다. 하얀 채소 풍미도 다소 느껴지네요. 전체적으로 단순하지만 음식과 함께하면 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여운은 그리 길지 않고 느낌도 평범합니다.

드라이한 맛과 새콤한 감귤류의 풍미, 빼어나진 않아도 넉넉한 산미, 구조를 잘 이루는 알코올이 어울려 균형이 잘 유지됩니다. 다만 여운이 길지 못한 게 흠이군요. 마치 꼬리 짧은 동물 같은 인상입니다.

소금으로 간한 흰살생선구이, 흰살생선회와 멍게, 해삼 같은 해물, 닭고기 샐러드와 해물 샐러드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3년 3월 2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