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미국]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의 위엄을 잘 보여주는 와인 - Araujo Estate Eisele Vineyard Cabernet Sauvignon 2008

까브드맹 2012. 6. 26. 06:00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 2008

5대 컬트 와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Araujo Eisele Vineyard Cabernet Sauvignon)은 아로호 이스테이트(Araujo Estate)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나파 밸리(Napa Valley)에 있는 아이슬 빈야드에서 정성껏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89%에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7%와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4%를 넣어서 만듭니다.

1. 아이슬 빈야드

나파 최북단의 리스토가(Calistoga) 서쪽 외곽의 고원에 있는 아이슬 빈야드는 미국 최고의 와인 생산지인 나파 밸리에 있는 수많은 포도밭 중에서 단연 뛰어난 자연환경 속에 있습니다. 거의 전설적인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죠. 1969년에 밀트와 바바라 아이슬(Milt & Barbara Eisele) 부부가 포도밭을 가꾼 이래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숙성력이 뛰어난 걸작 와인들이 탄생해 온 곳입니다.

초창기 아로호 이스테이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명 와이너리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첫 빈티지인 까베르네 소비뇽 1971은 릿지 빈야드(Ridge Vineyards)의 폴 드레이퍼(Paul Draper)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고, 이 와인은 지금도 많은 평론가와 애호가들이 역사상 최고의 나파 밸리 와인 중 하나로 손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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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이후 죠셉 펠프스(Joseph Phelps)가 전설적인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었을 때도 아이슬 빈야드의 포도가 와인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에 아이슬 빈야드를 구매한 바트와 데프니 아로호(Bart & Daphne Araujo)는 아이슬 빈야드의 테루아가 확실히 드러나는 자신들만의 와인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죠셉 펠프스와 공동 작업을 중단하고 와인 품질을 더욱 향상해 컬트 와이너리로서 위상을 확립합니다. 컬트 와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바트와 데프니는 땅이 건강할수록 와인의 맛과 향이 좋아진다는 생각으로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포도밭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가진 두 사람은 최고의 포도를 키우려고 매우 독특한 유기농법인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채용했습니다. 현재 아로호 이스테이트에서는 까베르네 소비뇽뿐만 아니라 시라(Syrah)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비오니에(Viognier) 포도도 재배합니다.

 

 

2. 와인 양조

포도는 모두 손으로 따서 수확합니다. 한 차례 수확으로 그치지 않고 포도가 익어가는 정도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따죠. 수확한 포도는 작은 통에 담겨 몇 분 내로 양조장으로 옮겨집니다. 바로 발효조에 넣지 않고 정선 테이블(sorting table)에서 불량한 포도알을 골라내는 작업을 거친 후 상처 없이 아주 잘 익은 포도알만 발효조로 보내죠. 포도는 품종과 양조 방식에 따라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나 내부를 코팅한 콘크리트 발효조에서 발효됩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통에 담겨서 온도와 습도가 이상적으로 맞춰진 지하 저장고에서 숙성됩니다. 숙성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시음과 검사를 통해 숙성이 아주 잘 이뤄진 와인들만 철저히 선별해서 병에 담은 후 시장에 선보이죠.

 아로호 까베르네 소비뇽 2008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89%에 까베르네 프랑 7%, 쁘띠 베르도를 4% 사용했으며 프랑스산 새 오크통을 100% 써서 26개월 동안 숙성했습니다. 생산량은 1,390 상자입니다. 로버트 파커는 2008 빈티지에 96~98점이란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조금 탁하고 진한 루비색입니다. 아마 와인의 맛과 향을 보존하려고 필터로 미세한 앙금을 걸러내지 않은 듯합니다. 처음엔 블랙커런트와 프룬, 블랙 체리, 블루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이 나오고, 이어서 향긋한 오크와 소나무 같은 나무 향이 올라옵니다. 조금 지나면 사향(musk) 같은 약간 노린내 나는 동물성 향이 퍼지고 점차 다양한 스위트 스파이스 향을 풍기죠. 또한 블랙 라즈베리처럼 진한 베리류 과일의 향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나무 계열의 향긋한 향은 여전히 전체 향의 중심에 자리합니다.

구조가 짜임새 있으면서 부드럽고, 우아하면서 탄탄합니다. 탄닌이 진하지만, 꽤 부드러워서 입에 거슬리는 떫은맛이 전혀 없습니다.

처음엔 드라이하고 살짝 씁쓸한 맛이 납니다. 날카롭지 않으면서 품질 좋고 매력적인 산미가 알맞게 들어 있어 와인에 적당한 힘과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검은 과일들의 풍미가 다양하게 섞여 있고, 오크와 소나무, 스위트 스파이스의 향긋한 풍미가 어우러져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 납니다. 마치 여러 층으로 이뤄진 와인의 풍미가 시간에 따라 한 겹씩 벗겨지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강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우아하면서 섬세한 느낌을 주죠.

 

 

사용한 포도의 종류와 혼합 비율, 숙성에 사용한 오크가 100% 프랑스산이어서 그랬는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을 때 최고급 보르도 레드 와인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만큼 미국 레드 와인이 가진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와인이라고 볼 수 있죠. 와인 양과 시간이 부족했지만,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에도 뜻밖의 복합성과 출중한 맛의 변화를 계속 보여준 와인이었습니다.

억센 느낌은 없으며 편안하고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풍부하고 부드러운 탄닌, 지나치지 않고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산미, 와인 전체에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 주는 알코올 등이 어울려 우수한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등심과 안심 등 소고기구이,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6월 22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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