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보졸레 크뤼 와인의 저력을 잘 드러내고 있는 - Pierre Ferraud & Fils Moulin-A-Vent l'Eolienne 2006

까브드맹 2011. 4. 2. 07:08

삐에르 페로 에 피스의 물랭 아 방 레올리엔느 2006

1. 보졸레 10 크뤼(Crus)와 물랭 아 방(Moulin-A-Vent)

보졸레(Beaujolais) 북서쪽의 기복이 심한 화강암 언덕에는 10개의 마을(Commune)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보졸레 크뤼(Beaujolais Crus), 또는 크뤼 뒤 보졸레(Crus du Beaujolais)라고 부르는 최고급 보졸레를 생산합니다. 각 마을의 크뤼 와인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비교 시음하면 차이를 잘 느낄 수 있죠. 10개 마을의 이름과 와인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쌩 따무르(Saint-Amour) : 부드러운 탄닌을 가진 무게 있는 와인으로 블랙 체리, 산딸기 향과 함께 매콤한 연기 향이 느껴집니다.

• 줄리에나(Julienas) : 높은 알코올을 가진 무게 있는 와인으로 상큼한 과일 향과 활력 넘치는 감칠맛이 있습니다.

• 쉐나(Chenas) : 강한 탄닌이 응축된 진한 색의 와인으로 검은 과일과 바닐라, 육계피 향이 어우러집니다.

• 물랭 아 방(Moulin-A-Vent) : 진한 루비색을 띤 무게 있는 와인으로 검은 과일과 바닐라, 육계피 향이 어우러집니다.

• 쉬루블(Chirouble) : 가벼운 와인으로 딸기와 블랙 체리 같은 베리류의 과일 향과 육계피 같은 향신료 향이 있습니다.

• 프뢰리(Fleurie) : 블랙 체리와 자두 같은 검은 과일 향이 풍부하며 제비꽃 같은 꽃 향이 함께 나오는 우아한 풍미를 지녔습니다.

• 모르공(Morgon) : 농익은 블랙 체리 향과 초콜릿 향, 연기 냄새가 두드러지는 짙은 루비색의 와인으로 탄닌이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 레니에(Regnie) : 무게가 가볍고 높은 산도가 있으며 산딸기와 꽃의 진한 향이 특징입니다.

• 꼬뜨 드 브루이(Cote de Brouilly) : 블랙 체리와 자두 같은 검은 과일 향이 강하며 여운이 인상적입니다.

•브루이(Brouilly) : 블랙 체리 같은 검은 과일 향과 매콤한 향신료 향이 나지만 전체적으로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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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 아 방은 쉐나와 쉬루블 사이에 있는 마을입니다. 마을에 큰 풍차(Moulin)가 있어 물랭 아 방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물랭 아 방 와인의 풍미는 북쪽에 인접한 쉐나 와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물랭 아 방 와인은 보졸레에서 만드는 와인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으며 어떤 것은 10년 이상 숙성 가능합니다. 물랭 아방의 생산자 중에선 보졸레의 다른 어떤 와인보다 더 많은 탄닌과 구조감을 갖추려고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하는 곳도 있죠. 이렇게 오랜 기간 오크 숙성한 와인은 종종 레이블에 "futs de chene(퓌 드 센느, Oak barrels)"라는 용어를 적어놓습니다.

물랭 아 방의 토양은 망간 함유량이 꽤 높습니다. 토양에 망간이 고농도로 있으면 포도나무에 피해를 줄 수 있죠. 물랭 아 방의 망간 함유량이 포도나무를 죽일 만큼 높진 않지만, 포도나무에 백화현상을 일으키기엔 충분하며, 나무의 신진대사에 큰 영향을 줘서 포도송이 숫자를 격감시킬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무에 달리는 포도송이가 줄어들면 나무가 흡수한 양분과 광합성으로 생긴 당분이 소수의 포도송이에 집중하게 되죠. 그래서 이 포도로 만드는 와인은 보졸레에서 가장 풀 바디하고 강한 힘을 갖게 된답니다. 토양 속의 망간이 포도나무에 주는 피해가 결국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장기 숙성엔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보졸레 와인이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물랭 아 방의 와인은 장기 숙성한 후에 맛과 향이 완성되는 뱅 드 가르드(Vin de Garde)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와인은 최소 6년간 숙성하며 이후 20년이 넘도록 숙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가메(Gamay) 포도 100%로 만드는 삐에르 페로 에 피스 물랭 아 방 레올리엔느의 색은 맑고 깨끗하며 다소 진합니다. 테두리 부분에서 보여주는 빛깔은 루비와 퍼플의 중간색입니다. 향은 꽤 풍부하고 매력적입니다. 보졸레나 보졸레 누보는 향이 단순한 것이 많지만, 크뤼급 와인이라서 그런지 향이 강하고 올라오는 향의 종류도 다양하군요. 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 향과 오크의 그윽한 나무 향이 주로 나오며, 식물성 향과 흙냄새, 그을린 나무 향 등도 함께 나옵니다.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당연히 보졸레나 보졸레 누보보다 좀 더 묵직하고 밀도도 높은 편이죠.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꽤 높은 산도가 인상적입니다. 가메 포도의 특성상 아무래도 탄닌은 그다지 많지 않고 평범하며,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은 아닙니다. 붉은 과일과 오크 숙성으로 인한 나무 풍미가 많지만, 신선한 허브와 가죽 풍미도 살짝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지구력이 떨어져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맛과 향이 꺾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초반엔 다소 건조한 나무 풍미가 도드라지다가 중반 이후로는 붉은 과일과 달콤한 사탕 풍미가 중심을 이루고 이후 풍미가 점차 가라앉습니다. 여운은 제법 긴 편이나 입안에 남는 느낌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향, 질감, 맛, 여운이 조화를 이루며 초반과 후반의 모습이 사뭇 다르고 변화무쌍합니다. 다만 최고의 상태가 그다지 길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을 힘이 있는 상태에서 느껴보려면 되도록 1시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에 걸맞은 품질을 가졌고, 보졸레 크뤼 와인의 숨은 저력을 잘 드러내는 와인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섬세하게 조리된 소고기 요리, 뵈프 부르기뇽(boeuf a la burguignonne), 닭고기 샐러드, 붉은 참치살 등과 잘 어울리는 맛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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