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와인에 대한 대표적인 7가지 잘못된 상식

까브드맹 2011. 1. 26. 09:15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와인들

국내에 와인 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와인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 많이 퍼져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7가지 잘못된 상식에 관해 적어보았습니다.

1.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

모든 와인이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와인 양조에 들어가는 포도 품종과 포도 품질, 와인 생산지의 특성, 와인 생산자의 철학에 따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시기가 각각 다릅니다. 와인 보관과 숙성 기간을 살펴보면 짧은 것은 1~2년, 긴 것은 10~20년, 혹은 그 이상이죠. 50년에서 100년을 넘게 보관할 수 있는 와인도 있지만, 대부분 1년~6년 안에 마셔야 하는 것이 90% 이상입니다. 전 세계의 와인 중에서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은 아주 소량입니다. 또한,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보관 기간이 짧은 편이라서 더 빨리 마셔야 합니다.

미국과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출시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것이 많으므로 구매하면 오래 두지 말고 바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렴한 와인일수록 빨리 마셔주는 게 좋고요. 반면에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 급 와인은 병에 적힌 빈티지로부터 최소 10년 이상 지나야 맛과 향이 제대로 나옵니다. 또한, 빈티지마다 와인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기가 다르므로 가장 좋은 시기를 파악해서 마시는 것이 좋죠. 와인 중에는 뒷면의 백 레이블에 와인을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시기를 적어 놓은 것이 있으니 이걸 참조해도 좋습니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5년, 혹은 그 이상 보관도 가능하다고 적힌 백 레이블
(지금 마셔도 좋지만 5년, 혹은 그 이상 보관도 가능하답니다 )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와인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오랜 숙성 기간이 필요하고 장기보관이 가능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졌고, 제일 먼저 수입된 와인 중 많은 수를 차지했기 때문일 겁니다.

2. 와인을 장식장에 세워서 보관하자?

햇볕과 조명의 직사광선은 모든 술에 치명적입니다. 빛을 받은 주류는 빠르게 산화되어 맛과 향이 변하기 때문이죠.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햇볕과 조명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은 빛을 받으면 빨리 영향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와인병이 녹색과 갈색, 청색 유리로 만들어진 것은 가능한 한 빛을 차단하기 위해서이죠. 요즘은 와인 유통과 보관 시스템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로제 와인처럼 예쁜 색을 보여줄 필요가 있으면 무색투명한 병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죠.

와인 마개로 쓰는 코르크는 굴참나무의 속껍질로 만드는 것이라서 마르면 부피가 줄어듭니다. 이러면 와인병과 코르크 사이에 틈이 생겨 공기가 들어가면 와인이 산화해서 맛과 향이 변해버리죠. 그러므로 잠시 보관할 때를 제외하면 와인은 항상 눕혀 놓거나 기울여 놔서 코르크가 항상 와인에 젖게 해야 합니다.

와인을 자랑하려고 장식장에 세워놓으면 와인은 직사광선을 받고 코르크가 말라버려서 빠르게 상해버립니다. 와인을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빛이 차단된 어둡고 시원하며 습기 찬 곳에 눕혀 놓는 겁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와인 냉장고라 부르는 와인 셀러를 구매해서 보관하는 게 좋고요.

 

 

3. 발포성 와인은 모두 다 샴페인?

영어로 샴페인, 불어로 샹파뉴라고 부르는 와인 이름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전통적인 제조법인 "메쏘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elle)"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붙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와인법에 규정된 사항으로 샹파뉴와 같은 방법을 써서 만들어도 다른 곳에선 이 이름을 쓸 수 없죠.

샴페인(샹파뉴)라는 명칭은 국제 특허로 보호되므로 다른 나라에선 절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발포성 와인은 아래처럼 다른 이름으로 부르죠.

1) 샹파뉴를 제외한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 

- 크레멍(Crémant) : 부르고뉴를 비롯한 7개 지정 지역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

- 뱅 무쓰(Vin Mousseux) : 샹파뉴와 크레멍을 만드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 3.5~4기압 정도.

- 페띠앙(Pétillant) : 병 속의 탄산 압력이 2기압 이하인 약한 스파클링 와인

2) 이탈리아

- 스푸만테(Spumante) : 일반 스파클링

- 프리잔테(Frizzante) : 세미 스파클링

3) 독일

       - 젝트(Sekt)

4) 스페인 

- 까바(Cava) : 전통적인 방법으로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한 다음 병마다 이스트 찌꺼기를 제거한 스파클링 와인

- 에스뿌모쏘(Espumoso) : 저렴한 세미 스파클링 와인

5) 미국과 기타 신대륙

       - 스파클링(Sparkling) 와인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발포성 술에도 예전엔 샴페인이란 이름을 함부로 붙인 적이 있었죠. "오스카 샴페인"이 대표적인데, 요즘 나오는 제품에는 샴페인이란 단어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스파클링 와인이란 명칭이 대신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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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와인이라면 프랑스 와인이 최고!

한때 프랑스 와인은 전 세계 고급 와인시장을 석권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 와인을 최고로 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자기가 마실 와인은 칠레산을 사고, 선물할 와인은 프랑스산을 사는 분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도 훌륭한 것이 많으며, 각종 와인 박람회와 시음회에서 프랑스 와인을 누르고 상위권을 다수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상위권에 올라간 와인을 만드는 국가는 전통의 와인 강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 칠레, 호주 등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프랑스 와인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와인을 많이 만들므로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한 국가의 와인이 고급 시장을 휩쓰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비싼 와인 중에는 프랑스 와인이 많지만, 그 와인이 가진 역사와 전통을 포함한 가치라고 봐야지 절대적인 품질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1855 그랑 크뤼(Grand Crus) 와인 중에서도 관리 부실 등으로 품질이 형편없어진 와인이 많거든요.

그러므로 와인은 여러 나라 것을 다양하게 마셔보고 자기 취향에 맞는 걸 선택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게 저렴한 와인이라면 더욱 좋고 비싼 와인이면 돈 많이 벌어야겠죠.

5. 고기에는 레드 와인,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

잘못된 상식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공식 또한 아닙니다. 붉은 살을 가진 참치회에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이 맞고, 게살탕 같은 해물 요리에도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이 더 잘 어울리죠. 반면에 송아지 스테이크에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이 더 맞기도 하고, 닭고기 냉채에는 레드보다 화이트 와인이 더 잘 어울립니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는 한 마디로 얘기하기 힘든 조금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무거운 소스를 쓰고 따끈한 요리에는 레드 와인이 맞는 편이며, 가벼운 소스를 쓰고 차가운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이 맞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입맛이며 이것이야말로 절대적인 기준입니다. 레드 와인에 밥을 말아 먹어도 본인이 맛있다고 느끼면 그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6. 비싼 와인만 좋은 와인

품질 좋은 와인은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므로 가격이 비싼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와인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품질뿐만 아니라 생산량, 인건비, 국제적인 인지도, 수송비, 세금 등등 여러 요소가 있죠. 그래서 가격은 비싼데 품질이 안 좋은 와인이 있을 수 있고, 품질은 좋은데 가격이 싼 와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10만 원짜리 와인과 1만 원짜리 와인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10만 원짜리 와인이 더 낫지만, 2만 원짜리 와인과 1만 원짜리 와인을 비교해보면 꼭 2만 원짜리 와인이 낫진 않다는 거죠.

예전에 지인들끼리 식당에 모여서 와인을 한잔한 적이 있었는데, 참석 조건이 1인당 3만 원 이하 와인 1병 지참이었습니다. 최고 25,000원짜리부터 최저 7,800원짜리까지 다양한 와인을 가져봐서 골고루 마셔봤는데, 참석자 모두 가장 맛있게 마신 와인으로 7,800원짜리인 시트라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Citra Montepulciano d'Abruzzo)를 골랐습니다.

이렇게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와인은 아니며 상대적으로 값싼 와인 중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와인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마트에서 다양한 와인을 사서 자기 입맛에 제일 잘 맞는 것을 찾는 게 좋습니다.

7. 마개를 스크류 캡으로 한 와인은 싸구려 와인?

와인 중에는 코르크가 아니라 돌려서 따는 금속제 마개인 스크류 캡(Screw Cap)을 쓰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류 캡을 쓴 와인은 싸구려 와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죠. 처음 수입된 스크류 캡 와인이 저가 와인이고, 최근에도 스크류 캡을 쓴 저가 와인이 많이 들어오면서 이런 생각이 굳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주 비싼 와인에도 스크류 캡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주 울프블라스(Wolf Blass)사의 와인입니다. 이 회사는 저렴한 와인 뿐만 아니라 자사의 최고급 와인인 울프 블라스 블랙 레이블 까베르네 쉬라즈 말벡(Wolf Blass, Black Label Cabernet Shiraz Malbec) 와인에도 스크류 캡을 씁니다. 이 와인은 보통 25만 원 정도 하는 고가 와인이죠.

 

 

스크류 캡 와인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중심으로 널리 사용하는데, 미국과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코르크 대신 스크류 캡을 쓰는 것은 코르크를 마개로 쓰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0병에 1병꼴로 와인이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코르크를 썼을 때 와인이 변질되는 것은 코르크 마개가 와인이 새는 것은 막아도 공기는 100%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조직이 엉성한 질 나쁜 코르크를 사용하면 공기가 많이 들어가서 와인을 일찍 산화시켜 버리고, 코르크 마개에도 곰팡이가 생겨서 와인 맛을 상해버리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스크류 캡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르크를 마개로 써야 와인 안에 미세한 공기가 스며들면서 와인 숙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스크류 캡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스크류 캡을 찬성하는 쪽은 코르크가 와인 숙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고, 설령 도움이 된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코르크 때문에 와인이 상할 우려가 있는걸 생각해보면 스크류 캡이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와이너리가 결정할 일이지만, 스크류 캡을 선택하는 와이너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숙성을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는 저가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위주로 스크류 캡이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에선 고급 와인에도 스크류 캡을 채택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스크류 캡을 쓰는 것은 와인 생산자로선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기계를 새로 설치하고 병을 바꿔줘야 하므로 초기 투자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거든요. 규모가 큰 와인 생산자는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분산시킬 수 있어서 생산단가에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와인 생산자는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이 크고 와인 생산량이 적어서 와인 생산단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그래서 스크류 캡을 채택한 곳은 대부분 거대한 와인 회사더군요.

결론적으로 스크류 캡을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싸구려 와인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