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관람기] 2010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관람기

까브드맹 2010. 10. 3. 09:15

1. 들어가며

2010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장소

지난 9월 30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COEX) 1층 대서양홀에서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가 열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탁주, 약주, 과실주, 증류주들을 한데 모아 시음도 하고 품평도 하는 자리였지요.

저도 오후에 시간을 내어 이곳에 들러 다양한 술들을 살펴보며 자료 사진도 찍고 시음도 해보았습니다. 참 다양하고 개성 있는 술들이 출품되었더군요. 그런데 희석식 소주도 우리 술일 텐데, 소주 업체는 한 군데도 안 나왔습니다. 희석식 소주는 우리나라 전통술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품을 안 한 걸까요? 아니면 섭외를 안 한 걸까요? 전통 증류식 소주인 안동소주(安東燒酎)와 경기도 이천에서 나오는 화요(火堯)는 볼 수 있었습니다.

반응형

 

2. 출품 주류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정면에 전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주요 술들을 8개 지역으로 나누어 진열해 놓은 전시대가 눈에 띕니다.

전국 주요 술 생산지 전시대 1전국 주요 술 생산지 전시대 2

8개 지역과 출품된 각 지역 주요 술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기도, 서울, 인천

경기도, 서울, 인천 지역 출품 술 목록

● 강원도

강원 지역 출품 술 목록

● 충청북도

충북 지역 출품 술 목록

● 충청남도, 대전

충남, 대전 지역 출품 술 목록

 

 

● 전라북도

전북 지역 출품 술 목록

● 전라남도, 광주, 제주

전남, 광주, 제주 지역 출품 술 목록

● 경상북도

경북 지역 출품 술 목록

● 경상남도, 부산, 울산

경남, 부산, 울산 지역 출품 술 목록

 

 

전시대 뒤편으로는 전통주 시장에서 제일 큰 두 업체인 서울탁주연합과 (주)국순당의 전시 부쓰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서울탁주연합 전시 부쓰
(주)국순당의 전시 부쓰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중소 주조장의 부쓰가 지역별로 모여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술에 대한 설명과 시음을 진행하고 있었죠.

저는 1시 30분쯤 행사장에 들어가서 오후 5시까지 사진촬영과 시음을 했습니다. 업체 중에서는 냉장고나 얼음과 버킷을 준비해서 시원하게 식힌 시음주를 제공한 곳도 있는 반면, 실온 상태의 막걸리를 그냥 따라준 곳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막걸리는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이 더 좋은 맛을 제공하기 마련인데, 이런 행사에 처음으로 나온 것이어서 그런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곳이 꽤 되더군요. 술이 좋더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좀 안타까웠습니다.

 

 

3. 전통 음식

행사장 한쪽에서는 우리 전통 음식과 우리 술과의 궁합에 대해 설명해 주는 부쓰도 있었습니다.

● 춘(春)

봄 음식 1봄 음식 2

● 하(夏)

여름 음식 1여름 음식 2

● 추(秋)

가을 음식 1가을 음식 2

● 동(冬)

겨울 음식 1겨울 음식 2

● 궁중음식

궁중 음식

그런데 그릇들이 예쁘다 보니 음식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릇에 대한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더군요.

 

 

4. 전통주 설명

우리 전통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게시물을 걸어놓은 부쓰가 있어 전통주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좋은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었습니다.

전통주 양조법 게시물

특히 개인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복원된 우리 전통주에 대한 제조법이었는데요, 아래가 그 전통주들과 제조방법을 적어놓은 게시물들입니다.

도화주 양조법벽향주 양조법
석탄주 양조법아황주 양조법
녹파주 양조법황금주 양조법
삼일주 양조법

복원된 술 중 석탄주나 아황주 등은 시중에 판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 품평회 참가 후 소감

각 지역별로 개별적인 술 평가는 다음번 포스트에서 올리도록 하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품평회에서 느낀 소감을 몇 가지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출품된 술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이 생막걸리나 살균 탁주여서 시중에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을 다시 한번 실감 나게 해 주었습니다. 경험상 이런 박람회나 품평회에서는 그 당시 가장 인기가 있는 주종이 가장 많이 출품되기 마련이더군요. 이중 세천 생막걸리, 초가 우리 쌀 막걸리, 맥걸리, 포천 아리 생막걸리 등등은 개성적이면서도 뛰어난 맛으로 다시 한번 마시고 싶을 정도로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세천 생막걸리초가 우리쌀 막걸리
맥걸리포천 아리 생막걸리

그런데 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90% 이상의 막걸리가 식품첨가물로 아스파탐을 넣었더군요. 확인해 본 것들은 100% 넣었고요. 심지어 경상남도 쪽의 유명한 모모 막걸리조차 아스파탐을 넣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스파탐을 막걸리에 넣는 이유는 비발효성 당이기 때문에 단 맛을 유지하고 유통기간을 좀 더 오래 늘려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스파탐은 아직까지 인체에 대한 위험성에 관하여 아직까지 논란이 분분한 물질입니다. 식품공전에 나온 합법적인 첨가물일 뿐 아니라 소량을 쓰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장기 복용에 따른 위험성 유무는 확인된 바 없어 경계해야 할 첨가물이라는 시각도 있지요.

 

 

설령 인체에 대해 전혀 해롭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굉장히 단 맛을 내는 물질이기 때문에 막걸리의 맛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입니다. 이러한 아스파탐을 넣은 막걸리의 맛이 과연 전통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 모든 막걸리가 천편일률적으로 아스파탐을 넣음으로써 맛의 몰개성화가 진행되는 것이 올바른 발전 방향인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봅니다. 보존 기간이 짧아 유통 문제가 걸린다고 한다면, 인체에 무해하고 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발효 작용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거나 질소 충전 방식이나 냉장 트럭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발전 방향이라고 봅니다. 또 막걸리를 술집에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생맥주처럼 진공용기에 담아 노즐을 통해 바로 따라서 판매하는 것도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채 유통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물론 이런 방법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구비와 각종 설비에 들어가야 할 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령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앞에 놓여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막걸리가 작년, 올해, 내년까지 반짝하고 유행을 탄 뒤 다시 예전의 별 볼일 없는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민들을 위한 전통주로서 시장을 확대해 나가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듣기로 2007년 기준으로 778곳에 달하는 막걸리 양조장 중에서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몇 군데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서는 과연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현재 유통은 어느 정도하고 있는지 업계에서 상호 간 정보를 교류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다음으로 느꼈던 점은 막걸리 열풍에 가려지긴 했지만 약주나 청주 같은 양조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술 중에서 세계의 명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발전할 수 있는 술은 쌀을 주재료로 만든 양조주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청주 혹은 약주라 불리는 술들인데, 이 계통의 술들은 오래전부터 양반가의 술로 발전을 해온 경우가 많기에 그 품질이 상당한 편이지요.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법주(法酒)나 소곡주(素穀酒)를 마셔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데, 어지간한 외국의 고급술에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또, 옛 문헌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술을 복원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으며, 현대인의 기호에도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복원을 통해 전통주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백세주 등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지요. 이와 같은 이유로 청주 계열의 술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세계 고급술 시장에서 우리 술의 승산이 있다고 보는 거죠. 우리와 기후가 비슷한 편인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사케가 세계 시장에서 고급 주류로 대접받으며 날로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청주 계열의 술은 보존 기간이 긴 편이어서 막걸리처럼 유통 기간의 문제로 인해 수출에 있어 애로사항을 겪을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번 품평회에서도 강원도의 감자양조주인 서주, 산내울 오미자, 미인도주, 연미주 등의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양조주가 제 코와 입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서주산내울 오미자
미인도주연미주

다만 쌀만 100% 사용한 청주는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품평회에서 전통 청주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했는데, 그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어 꽤 아쉬웠습니다. 아마 전국 각지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분들이 훌륭한 품질의 청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품평회에는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증류주에 관한 것인데, 이 부분도 상당히 민족스럽습니다. 전통의 명주인 안동소주와 증류식 전통 소주의 새로운 탄생이랄 수 있는 화요는 몇 번을 마셔보았지만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맛을 보여줬습니다.

안동소주화요

아울러 오랫동안 잊혔다가 복원에 성공한 죽력고도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뛰어난 향과 맛을 보여줬고, 거봉 포도로 만든 브랜디인 두레앙도 꽤 괜찮더군요.

죽력고두레앙

국내의 증류주들은 앞으로 세계의 스피릿 경연대회에 부지런히 출품도 하고 홍보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계속된 지원이 있어야겠지요.

이처럼 탁주, 양조주, 증류주에 대해 느낀 바를 간략히 적어 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탁주는 봄날이지만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겠고, 양조주는 움직임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꾸준히 발전하여 가망성이 보이고, 증류주는 자신감을 갖고 달려가라 정도 될까요? 그러면 다음 포스트부터 각 지역의 술을 간단한 시음 소감을 곁들여서 하나하나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