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다양한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신선하고 여린 풋사과 - Piccini Orvieto DOC 2008

까브드맹 2010. 8. 25. 09:18

피치니 오르비에토 DOC 2008

1.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이탈리아의 화이트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별로 인기 있는 와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인기 있는 화이트 와인은 맛이 진하고 두꺼우며 향이 강한 샤르도네 와인이나 시트러스 향과 풀잎 향이 강하고 청량한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 와인, 그리고 단맛이 강한 디저트 와인이죠. 하지만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은 여리고 섬세한 향에 적당한 신맛이 나고 가볍고 묽은 맛이 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손길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특징을 ‘본-드라이(Bone-Dry, 메마른)'하고 '뉴추럴(Neutural, 특성 없는)'하다고 표현하는데, 이탈리아에는 이렇게 본-드라이하고 뉴츄럴한 화이트 와인이 꽤 많이 나옵니다.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루가나(Lugana), 베르디끼오(Verdicchio), 오르비에토(Orvieto), 소아베(Soave), 프라스카티(Frascati) 등의 와인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특징을 가진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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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인들은 와인만 마실 땐 별로 감흥이 없어서 ‘대체 이걸 왜 마시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과 함께 먹으면 느낌이 상당히 달라지죠.

먼저 개성이 강하지 않아서 대부분 음식에 두루 잘 어울립니다. 이탈리아 요리는 당연하고 향이 강한 중국요리와 매운 동남아 요리, 양념이 많은 한식,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려고 풍미가 가벼운 일식까지 두루 잘 어울리며, 음식의 맛을 죽이거나 거슬리지 않고 잘 살려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의 맛이 살아나면서 와인도 변하는데, 물처럼 가볍던 와인이 무게감이 늘어나면서 음식에 맞춰 향과 맛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와인만 마시기보다 음식과 함께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햇볕이 내리쪼이는 대낮에 그늘에 앉아서 한 손에는 차갑게 칠링한 이탈리아 와인을, 다른 한 손엔 딱딱하고 짭짤한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나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같은 치즈를 들고서 한잔하고 한 입 먹고, 한 입 먹고 한잔하는 것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죠. 치즈의 짠맛을 시원하고 뉴츄럴한 이탈리아 와인이 씻어주면서 계속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해줍니다.

 

 

2. 피치니 오르비에토(Piccini Orvieto) DOC 2008

피치니 오르비에토는 중부 이탈리아의 움브리아(Umbria) 지방에 있는 오르비에토(Orvieto)에서 재배한 그레케토(Grechetto) 80%와 프로까니코(Procanico) 20%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두 품종 모두 이탈리아의 토착 품종이죠. 움브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일컬어지는 오르비에토는 멀리서 보면 마치 섬처럼 떠 있고, 안개라도 낀 날이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곳입니다. 이른바 절벽 도시인 오르비에토는 해발 195m의 바위산에 세워졌으며, 전쟁이 일어나면 피신처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기원전 8~9세기에 에트루리아인들이 기틀을 세웠다고 하며, 현재는 도시 전체가 중세의 건물로 이뤄진 대표적인 슬로 시티(Slow City)라는군요. 도시 중심에 서 있는 두오모(Duomo) 대성당은 1290년에 세워지기 시작해서 3백여 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완성되었습니다.

오르비에토는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트레비아노(Trebbiano)와 말바지아(Malvasia)이며 그레케토(Grechetto)와 베르델로(Verdello) 같은 포도도 재배합니다. 과거엔 약간 단맛이 나는 엷은 황금빛 와인인 아보카토 세미-드라이(Abboccato-Semi Dry)가 유명했으나, 1970년대부터 소비자들이 드라이 와인을 선호하자 엷은 밀짚 색의 깨끗하고 드라이하며 상쾌한 와인을 주로 생산합니다. 최근에는 아마빌레-젠틀리 스위트(Amabile-Gently Sweet) 와인이 디저트 와인으로서 명성이 높아지고 있죠.

피치니 오르비에토의 색은 밝고 여린 밀짚과 같으며 미색보다 좀 더 진한 색깔입니다. 잔에서 풋사과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이 매우 옅게 흘러나옵니다. 미네랄 성분 때문인지 쇠 비린내, 혹은 돌 내음 같은 향이 조금 느껴지지만, 주의 깊게 맡지 않으면 느끼기 힘드니 예민한 후각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시고 쌉쌀한 맛이 조금 강하고 단맛은 거의 없는 뉴추럴한 와인이죠.

생선구이와 회, 찌게, 탕 같은 해물 요리와 채소요리, 매콤하게 요리한 닭과 돼지고기 같은 육류, 대부분의 한식 등과 잘 어울립니다.

 

 

3. 수입사 자료

• 등급 : DOC

품종 : 그레케토 80%, 프로까니코 30%

생산지 : 움브리아 오르비에토

알코올 : 12%

시음 노트 : 부드러운 산도와 잘 익은 아몬드의 맛이 어우러진 상큼하고 화려한 화이트 와인

수상 : IWSC 2008 - Bronze Me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