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빈티지의 힘? 잘 만든 풀 바디 오-메독 와인 - Chateau Larrivaux 2009

까브드맹 2023. 1. 24. 09:58

샤토 라리보 2009

1. 샤토 라리보(Chateau Larrivaux)

1581년에 건설된 샤토 라리보는 보르도 좌안 오-메독(Haut-Medoc) 지역의 시삭 메독(Cissac Médoc) 마을에 있습니다. 시삭 메독은 쌩-테스테프(Saint-Estèphe)의 바로 옆 마을이며, 마을 오른편의 샤토 라리보는 쌩-테스테프와 매우 가깝습니다. 그래서 쌩-테스테프 떼루아의 영향이 미치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샤토 라리보를 세운 칼스베르그(Carlsberg) 가문은 이후 4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일 없이 평탄한 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었죠. 샤토가 세워졌을 땐 수백 헥타르의 장원에 동화에 나올 법한 성과 큰 공원, 직원 숙소로 사용된 10개의 별채, 마구간, 넓은 포도밭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핵심적인 밭과 와인 양조에 필요한 시설 등을 제외한 많은 부분이 다른 샤토에 팔렸습니다. 

 

오늘날 샤토 라리보의 면적은 75헥타르이며 샤토와 채석장, 아름다운 숲, 숙소를 둘러싼 총면적 19헥타르의 포도밭 3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샤토의 경영진은 모두 여성으로 아르멜르 칼스베르그(Armelle Carlsberg)와 사비느 칼스베르그(Sabine Carlsberg), 사비느의 딸이자 아르멜르의 조카인 베랑제르 테스롱(Bérangère Tesseron)이 맡고 있습니다.

반응형

 

2. 샤토 라리보의 포도밭

샤토 라리보의 포도밭들은 다른 와이너리 보다 높은 언덕 위에 있고 남쪽과 남동쪽을 향해 있습니다. 자갈 아래 점토가 깔린 포도밭 두 개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재배에 알맞고, 점토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나머지 하나는 메를로(Merlot) 재배에 좋습니다. 이러한 토양 구성은 우기에 물을 머금었다가 건기에 나무뿌리에 물을 공급해 줘서 물 부족 현상을 막아줍니다.

 

품종별 재배 비율은 메를로 59%, 까베르네 소비뇽 28%, 까베르네 프랑 8%,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5%입니다. 메를로는 와인의 유연성과 둥근 질감, 까베르네 소비뇽은 구조과 과일 풍미, 까베르네 프랑은 우아함, 쁘띠 베르도는 탄닌과 색의 구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죠. 빈티지에 따라 기후가 다르고 포도 작황도 달라지므로 와인에 들어가는 품종별 비율은 매년 같지 않습니다.

 

샤토 라리보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밭을 정비하고 와인 생산시설과 와인 저장고에 투자해 왔습니다. 유기농에 집중하기 위해 제초제와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생물적 방제(biocontrol ) 제품을 사용하며,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을 감소하려고 병의 무게도 줄였습니다.

 

 

3. 와인 양조

2009년 빈티지는 평균 수령 30년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메를로 62%, 까베르네 소비뇽 25%, 까베르네 프랑 10%, 쁘띠 베르도 3%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2009년은 보르도 레드 와인에겐 그레이트 빈티지로 기후가 매우 아름답고 따뜻했으며 수확기에 접어들어 서늘해졌습니다. 수확기간은 2009년 9월 30일부터 2009년 10월 15일까지였습니다.


오크 숙성 기간은 12~15개월이며, 새 오크통 비율은 2/3입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개봉 후 1시간 지나서 시음했습니다.

 

샤토 라리보 2009의 색상

아주 진한 루비색입니다.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서양 자두 같은 검은 과일과 향긋한 나무 향이 퍼지고 연유처럼 부드러운 향도 살짝 섞여있습니다. 볶은 견과류와 구수한 흙, 다크 초콜릿의 기름진 향이 이어지고, 가죽 같은 동물성 향과 숲 속 이끼 냄새도 풍깁니다. 향이 아주 복합적입니다.

 

탄탄한 탄닌이 혀에 까끌까끌한 느낌을 남기며 입안을 조여줍니다. 묵직하고 둥글면서 치밀하게 짜인 구조가 훌륭하군요. 잘 만든 풀 바디 오-메독 와인입니다. 

 

드라이하면서 짠맛이 약간 납니다. 검은 과일의 산미는 부족하지 않고 탄닌은 묵직한 기운을 전달합니다. 맛에선 과일보다 나무와 흙, 동물성 풍미가 두드러지고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하고 기름진 맛도 나옵니다. 과일 풍미가 조금 더 있으면 아주 좋겠지만, 그을린 견과류와 가죽 등의 다른 풍미 만으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네요. 알코올은 진한 추출물과 함께 강한 힘을 느끼게 합니다.

 

오-메독 와인답게 마신 후 긴 여운을 남깁니다. 태운 나무와 다크 초콜릿 느낌이 주로 남고 끝에선 동물성 풍미가 느껴집니다.

 

진하고 탄탄한 탄닌과 부족하지 않은 산도, 14%의 강한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며 힘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부터 마시기 좋고 보관 환경에 따라 향후 7~10년까지 좋은 맛과 향을 유지할 겁니다. 5만 원 이하에서 드라이한 풀 바디 보르도 와인을 찾는 분께 추천합니다.

 

 

진하고 강해서 그냥 마시기엔 벅차며 육류와 함께 마셔야 합니다. 함께 먹을 음식으로는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양갈비, 소고기 숯불구이, 오래 숙성한 경성 치즈 등이 좋습니다. 

 

로버트 M. 파커(Robert Parker)의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No. 188)에서 87-88점을 줬습니다. 그러나 시음 시기가 2010년 4월인 걸 보면 엉 프리뫼르(En Primeur) 시음인 것 같고, 지금 다시 테이스팅 한다면 더 좋은 점수가 나올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웹에 나온 다른 빈티지의 반응을 볼 때 2009 빈티지의 영향이 크고 지금 마시기 좋은 시기인 것도 점수에 작용한 것 같습니다. 2023년 1월 22일 시음했습니다.

 

와인 생산지인 오-메독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프랑스] 보르도(Bordeaux) > 오-메독(Haut-Medoc)

보르도 지방을 양분하며 흐르는 지롱드(Gironde) 강 왼편에는 좌안, 즉 레프트 뱅크(Left Bank)라고 부르는 와인 생산지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 지대로 지역을 둘러

aligalsa.tistory.com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