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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빵과 술과 장(醬)의 좋은 친구, 효모(Yeast)에 대하여

까브드맹 2010. 7. 3. 08:59

효모

인류의 식생활에서 첫 번째 혁명이 불을 사용한 화식(火食)이라면, 두 번째 혁명은 효모를 이용한 발효 음식일 것입니다. 발효를 통해서 인류는 자연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아래와 같은 식품들을 개발할 수 있었죠.

•기분이 좋아지는 기호식품인 술

입안에서 부드럽게 느껴져서 식감이 향상된 빵

감칠맛이 뛰어나 반찬 및 조미료로 널리 쓰이는 된장, 간장

단백질을 분해하여 뛰어난 맛과 함께 장기 보관이 가능한 젓갈류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다양한 맛을 가진 치즈

이런 음식들은 오랫동안 인류의 식생활을 풍요롭게 했고 건강도 증진해줬습니다. 발효 음식이 없었다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식탁은 매우 심심했을 것이고, 서양의 식탁도 꽤 썰렁했겠죠. 최근에는 학자들의 연구로 발효 음식이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인체에도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 많이 밝혀졌습니다. 발효 음식이 암의 발생을 억제하고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염분을 소금으로 과다 섭취하면 몸에 안 좋지만, 된장이나 간장으로 섭취하면 배출이 잘돼서 인체에 피해가 적다고 합니다.(KBS 생로병사의 비밀 <오래된 마을에서 찾은 비밀, 발효> 편 참조). 맛있고 건강에 좋은 발효 음식들은 앞으로도 우리 식탁의 한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발효 현상을 일으키는 효모는 어떤 미생물일까요?

1. 효모의 모양에 따른 종류

효모는 분류학상 진균식물(眞菌植物)에 속합니다. 진균식물 중에는 자낭균 식물강에 속하는 것과 담자균 식물강에 속하는 것이 있죠. 효모 종류는 대단히 많아서 자낭효모 22속 168종, 사출포자 효모 3속 14종, 무포자 효모 12속 159종, 담자균식물 효모 2속 9종 등 총 350가지로 분류됩니다. 효모는 자연계에서 과일 껍질과 나무 수액, 꽃가루, 토양, 민물 및 바닷물 등에 널리 분포하며, 모양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 셀레비시에(Cerevisiae) 형

셀레비시에(Cerevisiae) 형 효모
(이미지 출처 : http://www.musee-afrappier.qc.ca/en/index.php?pageid=3411-html&image=3411_levures1)

계란 모양이고 주류, 장류, 빵 등에 이용하며 사람이 길러서 사용하는 배양 효모입니다.

● 엘립소이데우스(Ellipsoideus) 형

엘립소이데우스(Ellipsoideus) 형 효모
(이미지 출처 : http://protist.i.hosei.ac.jp/pdb/Images/Chlorophyta/Scenedesmus/ellipsoideus)

타원형이며 포도 껍질에 붙어 있는 야생 효모(Wild Yeast)입니다. 예전엔 와인 양조에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와인 양조에도 배양 효모를 쓰는 곳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 파스토리아누스(Pastorianus) 형

파스토리아누스(Pastorianus) 형 효모
(이미지 출처 : http://www.statemaster.com/encyclopedia/Gut-flora)

소시지 또는 오이 모양으로 맥주를 만들 때 불쾌한 냄새를 발생시키는 효모입니다.

● 아피쿨라투스(Apiculatus) 형

레몬형 또는 방추형으로 포도 등의 과일이나 과즙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효모의 크기는 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효모가 5~8㎛, 야생효모가 3㎛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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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류 제조에 사용되는 효모 종류 

주류를 만들 때는 자낭효모로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속에 해당하는 효모가 주로 사용됩니다. 이 속의 효모 중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Saccharomyces Cerevisiae)는 영국 에딘버그(Edinberg) 맥주 공장에서 분리된 전형적인 상면발효 효모(Ale Yeast)입니다. 상면발효 효모는 높은 온도(15~25도)로 발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와 함께 술의 위쪽으로 떠오르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많은 종류의 맥주가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해서 생산됩니다. 

라거 맥주인 발라스트 포인트

에일(Ale), 바이첸(Weizen), 퀄츠(Koelsch), 알트(Alt), 포터(Porter), 스타우트(Stout), 램빅(Lambics), 바이첸복(Weizenbock/Wheat Bock Beer), 바이첸-도플복(Weizen-Doppelbock /Wheat Double Bock Beer) 등이 상면발효 효모를 써서 만드는 대표적인 맥주이죠.

상면발효 효모가 있으면 하면발효 효모도 있겠지요?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속의 또 다른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칼스버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는 1881년 덴마크의 맥주공장에서 한센(Hansen)이 분리한 하면발효 효모로 이때부터 배양 효모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면발효 효모는 낮은 온도(2~10도)와 긴 후발효기간(1~2개월) 동안 바닥에서 발효하는 효모로 비교적 양질의 맥주 생산에 이용됩니다. 

라거 생맥주

 대표적인 하면발효 맥주로는 라거(Larger), 헬레스(Helles), 둔켈(Dunkels), 필스너(Pilsner, Pils), 엑스포트(Export, Dortmunder Export), 마르첸(Maerzen), 스피지알(Spezial), 복(Bock) 등이 있습니다.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속의 효모는 다른 술을 만들 때도 많이 사용합니다. 와인은 야생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엘립소이데우스(Saccharomyces Ellipsoideus), 청주는 사카로미세스 사케(Saccharomyces Sake), 고량주는 사카로미세스 만추리쿠스(Saccharomyces Manchuricus)가 만들 때 사용됩니다. 

3. 효모의 발효 작용

효모를 알코올 발효에 쓸 수 있는 것은 효모가 생성하는 효소인 지마아제(Zymase)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연구를 통해 효모의 발효 작용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론을 확립했습니다.

•발효는 효모의 생활 기능에 따른 것이고 생효모가 없으면 알코올 발효는 일어나지 않는다.

효모는 하등 식물이며 다른 식물같이 질소, 탄소, 무기물 등의 영양분이 필요하다.

알코올 발효 때 94~95%의 당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가스가 되고, 나머지 4~5%의 당은 글리세린과 호박산으로 되며 1% 정도의 당만이 효모의 영양분으로 소비된다.

당분이 없어지면 효모는 자기소화를 일으킨다.

산소가 부족하면 효모의 발효가 왕성해지지만, 산소가 풍부하면 발효력이 약해진다.

파스퇴르는 와인 양조자들의 요청으로 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와인이 식초로 변하거나 부패해버리는 이유에 관해 연구했고, 효모 외의 세균이 이런 일들을 일으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발효가 끝난 다음 60℃ 정도로 와인을 가열해서 살균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이 '저온살균법(Pasteurization)'입니다. 저온살균법은 고온에서 변질하기 쉬운 영양소가 들어있는 식품을 저온(60~80℃)에서 오랜 시간 가열해 살균하는 방법으로 주로 우유, 달걀, 혈청, 맥주, 주스 등에 사용합니다. 와인이나 술에 저온살균법을 쓰면 알코올이 증발하지 않아 고유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살균할 수 있습니다. 저온살균 방법으로는 다음의 2가지가 있습니다.

저온 보관 유지 살균(LTLT)법: 63℃로 30분간 가열 살균 하는 방법.

고온 단시간 살균(HTST)법: 72~78℃로 15초간 정도 가열 살균 하는 방법.

※ 효모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방문해보세요.

※ 참고문헌 : 김의겸 저 <소믈리에 실무>, 2007, 백산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