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나무에서 말린 포도로 만드는 독특한 프리미티보 와인 - Cantine Paololeo Passitivo Primitivo di Puglia 2015

까브드맹 2020. 11. 7. 09:00

Cantine Paololeo Passitivo Primitivo 2015

깐티네 파올로레오(Cantine Paololeo)의 파씨티보 프리미티보 디 뿔리아(Passitivo Primitivo di Puglia) 2015는 이탈리아 남부의 뿔리아(Puglia)주에서 재배한 프리미티보 포도로 만든 IGP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뿔리아주의 살렌토(Salento)에 있는 깐티네 파올로레오의 포도밭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양조장은 컴퓨터로 관리되는 현대적인 시설을 갖췄으며, 시간당 6,000개의 병에 와인을 담을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진판델(Zinfandel)이라 부르는 프리미티보로 만드는 파씨티보 프리미티보 디 뿔리아는 "아파씨멘토(Appassimento)"라는 양조법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영어로 레지네이트(rasinate)라고 부르는 아파씨멘토는 수확한 포도를 밀짚이나 철망 위에서 올려놓고 그늘에서 반쯤 말린 후에 와인을 만드는 방법이죠.

이렇게 반쯤 말린 포도로 와인을 양조하는 방법은 이미 고대 로마 시대부터 써 왔고, 처음 개발한 곳은 그리스의 산토리니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와 베네토 등지에서는 아파씨멘토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며, 이렇게 만드는 와인 중 가장 유명한 와인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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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젊은 와인 메이커 니콜라 레오(Nicola Leo )는 살렌토의 강렬한 햇빛을 이용해서 색다른 프리미티보 와인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달지는 않지만 성숙한 과일의 뚜렷한 맛이 나오는 와인이죠. 그러기 위해 포도의 숙성과 당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포도의 모든 고형 성분을 농축해서 와인 향과 풍미를 향상하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니콜라는 아파씨멘토를 변형, 발전시킨 방법을 쓰기로 했죠.

8월 중순에 포도가 완전히 익으면 포도송이의 관다발을 막아서 영양의 흐름을 차단합니다. 물과 양분의 공급이 끊긴 포도송이는 줄기에 매달린 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자연적으로 건조되죠. 12일가량 지나면 포도 무게의 약 25~30%가 줄어들고 포도는 향과 풍미가 응축됩니다. 이렇게 쪼그라든 포도를 사용하면 과일 특성이 풍부하고 대담한 구조를 가진 와인이 되지만, 지나치게 달게 되진 않습니다. 살렌토처럼 기후가 우수한 지역에서만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잘 마른 포도를 수확해서 으깬 다음 8~10일 동안 알코올 발효합니다. 알코올 발효 후에는 통에 담아 젖산 발효해서 날카로운 사과산을 부드러운 젖산으로 바꿔주죠. 그 후 와인의 25%는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12개월 간 숙성하고, 나머지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Cantine Paololeo Passitivo Primitivo 2015의 색

진한 루비색입니다. 코르크를 딴 직후엔 향이 잘 안올라오다가 슬슬 아몬드와 결명자 향이 나옵니다. 말린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달콤한 향이 차츰 강하게 올라오고, 시간이 더 지나면 향긋한 붉은 과일 향도 나옵니다. 약한 커피와 살짝 은은한 석류 향도 있습니다.

매끄럽고 탄력적이며 마신 후엔 탄닌 기운이 잔잔히 깔립니다. 잘 짜인 구조는 빈틈이 없군요. 다른 프리미티보 와인처럼 단맛이 강하진 않습니다. 붉고 검은 말린 과일의 단맛이 은은하게 나올 뿐이죠. 새콤한 산도는 붉은 과일 느낌이 강합니다. 말린 과일과 해조류 풍미가 있고 그을린 나무와 화학적 풍미가 나옵니다.

알코올 기운은 도수보다 더 세게 느껴지네요. 볶은 콩과 향이 약한 에스프레소 풍미가 은은하고, 살짝 탄 과일 잼처럼 진하고 끈적한 느낌이 듭니다. 거슬리진 않으며 풍미가 진한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고 맛은 더 좋아집니다. 여운에선 말린 과일과 살짝 그을린 콩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매끄럽고 탄탄한 탄닌과 말린 검붉은 과일의 산도, 14.5%의 강인한 알코올이 적당히 균형을 이룹니다. 어설픈 부분은 없지만, 향이 생각만큼 풍부하고 다양하진 못하네요.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스를 많이 사용한 소고기와 양고기, 버섯 요리, 치킨, 프라이드 포테이토, 버거킹 와퍼, 차가운 햄, 데리야끼 소스를 사용한 육류 요리, 언양 불고기와 바싹 불고기.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2월 2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