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처럼 강렬하고 진한 풍미 - Chateau de Cazeneuve Le Roc des Mates 2006

까브드맹 2020. 6. 18. 10:00

Chateau de Cazeneuve Le Roc des Mates 2006

샤토 드 까즈뇌브(Chateau de Cazeneuve)의 르 록 데 마뜨(Le Roc des Mates) 2006은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의 꼬또 뒤 랑그독(Coteaux du Languedoc) AOC에서 재배한 시라(Syrah) 80%에 무흐베드르(Mourvèdre) 10%, 그르나슈(Grenache) 10%를 넣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랑그독-루씨용에는 와인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프랑스 남부의 랑그독-루씨용 지역은 엄청난 양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포도밭 면적이 283,287 헥타르에 달해서 단일 와인 생산지로 세계에서 가장 크며,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와인 생산량보다 더 많은 와인을 생산했죠.

랑그독-루씨용의 떼루아는 매우 훌륭합니다. 지중해성 기후 지대로 5월에서 8월까지 비가 거의 안 내리고, 겨울에도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 유럽종 포도를 재배하기 좋습니다. 백악 연토질 석회암, 석회석, 자갈이 섞인 토양은 유럽종 포도 재배에 최적입니다. 게다가 평지는 덥고 건조하지만, 남서쪽의 피레네 산맥 일대는 고도가 높고 협곡이 많아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포도 종류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이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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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록세라(Phylloxera)가 전 유럽의 포도밭을 황폐하게 만들었을 때 흙에 필록세라가 싫어하는 모래가 많았던 랑그독-루시용 지역은 필록세라의 피해를 모면했습니다. 훌륭한 자연 환경에 힘입어 랑그독-루씨용은 필록세라가 창궐했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와인 공장 역할을 했으나 대량 생산에 힘쓰다 보니 와인 품질이 부족한 것이 많았죠. 그래서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와인"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잠재력이 뛰어난 기후와 토양을 바탕으로 새로운 와인을 만들려는 와인 생산자들의 노력과 혁신적인 현대 양조 기술에 힘입어 오늘날엔 좋은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마스 드 도마스 가삭(Mas de Daumas Gassac)이나 도멘 페레 로제 끌로 시라 레온(Domaine Peyre Rose Clos Syrah Leone) 같은 와인은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에 못지않은 훌륭한 맛과 가격을 자랑합니다. 랑그독-루시용 지역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2. 와인 생산자

랑그독 지역의 픽 쌩 룹(Pic Saint Loup) 산지에 있는 샤토 드 까즈뇌브는 "픽 생 룹 지방 심장부에 위치한 최고 품질 와인 생산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9세기에 건축된 포도원과 건물이 있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이기도 하죠. 지금의 오너인 앙드레 레나(André Leenhardt) 가문은 1987년부터 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픽 쌩 룹 정상의 돌산을 등진 천혜의 떼루아를 바탕으로 샤토 드 까즈뇌브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랑그독 지역의 떼루아를 잘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하는데 주력합니다. 2013년에 상영된 "랑그독의 테루아 신봉자들(Les Terroiristes du Languedoc)"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랑그독-루시용 지역의 성공한 와이너리 12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시라와 무흐베드르, 그르나슈를 섞어서 만든 르 록 데 마뜨 2006은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했고, 새 오크통 비율은 40%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루비와 퍼플의 중간색을 띱니다. 오크와 삼나무 향에 이어 타임 같은 허브 향이 나오고 이스트와 구수한 흙, 동물성 향도 퍼집니다. 과일향은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쪽이 강하며 프룬(prune) 같은 말린 과일 향도 약한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볶은 커피콩과 고소하고 달콤한 유제품 향이 퍼지고 견과류와 볶은 헤이즐넛 향도 나옵니다.

탄탄하고 아주 진한 질감은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구조 역시 튼튼하고 잘 짜였습니다. 블랙커런트와 프룬 같은 말린 검은 과일, 태운 나무의 풍미가 진하고 강합니다. 숯을 갈아 넣은 듯한 느낌과 함께 강렬하고 다양한 풍미가 멜팅 팟(melting pot)처럼 한데 어울려서 매우 복합적입니다. 맛, 구조, 힘이 모두 강렬하고 진해서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 같군요. 강렬한 느낌은 마신 후에도 길게 이어지며 다양한 풍미가 입에 남습니다.

 

 

두텁고 진한 탄닌과 강하고 풍부한 산미, 14.5%의 강렬한 알코올이 팽팽한 균형을 이룹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양고기와 소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구이, 양갈비, 하몽 같은 생햄, 살라미, 바비큐,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2월 15일 시음했습니다.

와인비전에서 남부 프랑스 와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위를 했습니다.

 

[시음회] 제18회 테이스팅 세션 - 전통과 혁신의 공존 지대, 남부 프랑스의 와인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랑그독-루씨옹에는 와인이 있다.” “노동자, 농민의 와인.” 이 글귀들은 모두 남부 프랑스 와인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남부 프랑스 와인의 정체성을 "품질이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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