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책 이야기

와인 관련 도서 6 - 부르고뉴 와인

까브드맹 2010. 5. 20. 18:58

1. 책의 주제

'작지만 강하다' 혹은 '알차고 실속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에 이 말을 쓴다면, "부르고뉴 와인"이야말로 그러한 칭찬을 받을 만한 책입니다.

프랑스 와인은 다른 나라 와인보다 체계가 복잡합니다. 일찍이 포도 생산지의 토양과 기후, 즉 떼루아와 와인의 관계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와인 관리에 적용해 각종 규정을 만들었죠. 그 규정들은 지역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하다 보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와인은 레이블에 적힌 내용만으로도 와인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품질을 신뢰할 수 있지만, 그걸 알기까지 상당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특히 부르고뉴 와인의 체계는 프랑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복잡합니다. 그 이유는 부르고뉴의 다양한 떼루아와 떼루아를 충실히 반영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라는 포도의 탓(?)이 큽니다. 체계가 복잡하지만, 그만큼 떼루아를 확실히 반영한 와인, 그것이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입니다.

부르고뉴 와인의 체계가 복잡하다 보니 그동안 국내에서 발행된 서적 중에선 부르고뉴 와인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이 거의 없었습니다. 개설서 아니면 수박 겉핥기 수준 정도의 책이나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들어가긴 했어도 10% 부족한 책뿐이었죠. 그런데 부르고뉴 와인에 관해 거의 교과서 수준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프랑스에서 1952년에 출간된 후 장장 50여 년간 13판에 걸쳐 새로운 정보로 계속 보완되어 온 "부르고뉴 와인"이 바로 그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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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의 구성

지은이는 실뱅 피티오(Sylvain Pitiot)와 장-샤를 세르방(Jean-Charles Servant)으로 실뱅 피티오는 도멘(Domaine)에서 와인을 직접 만든 적이 있고, 현재는 본(Beaune)에 있는 와인고등학교의 교수이자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협회의 회원입니다. 장-샤를 세르방도 부르고뉴 와인학교의 교장이며 역시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협회의 회원으로 활동중인 인물이죠. 번역자도 두 분인데 한 분은 박재화씨로 부르고뉴에서 루 뒤몽(Lou Dumont)이라는 네고시앙(Negociant)을 경영 중입니다. 이 분의 와인은 국내에도 들어와서 판매 중이죠. 또 한 분은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교 현대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산외대와 부경대, 동서대 외래교수로 재직중인 이정욱씨입니다. 두 분 다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고 불어에 능통한 분들이라 번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역(誤譯) 없이 우리말로 깔끔하게 옮겨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난해한 구석 없이 잘 읽히는 편이죠. 물론 전문 서적이다 보니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부르고뉴 포도 산지 

2장 와인 품질을 결정하는 요인 

3장 포도나무 

4장 와인 

5장 인증된 원산지 표시법_A.O.C. 

6장 아뺄라시옹의 특징들 

7장 와인 생산과 상업화 

8장 와인과 음식 

9장 와인 축제 

10장 통계

총 10장에 걸쳐 부르고뉴 지역의 지질적 특성과 포도재배 방법, 와인 양조법, 원산지 표시법에 따른 부르고뉴 와인의 카테고리, 부르고뉴 지역의 다양한 아펠라시옹의 특징, 와인 산업과 관련 지역 축제, 음식 궁합, 마지막으로 관련 통계까지 꼭 필요한 자료들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포함했습니다.

3. 책의 내용

책 일부를 보여드리면

 

이런 식으로 각 아펠라시옹에 대해 꼭 필요한 정보와 지도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건 6장의 내용 중 일부분인데 부르고뉴 와인하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쥬브레 샹베르땅(Gevrey-Chambertin) 와인에 대한 내용입니다. 쥬브레 샹베르땅이 속한 등급과 카테고리, 생산하는 마을, 프르미에 크뤼의 끌리마(Climat)들, 알코올 도수, 경작 면적, 포도 품종, 와인 성격과 관련 지도 등등 한 장에 쥬브레 샹베르땅에 관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잘 정리해놓았죠. 

비록 책 페이지 수는 333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위에 보는 것처럼 더 두꺼운 책들보다 훨씬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르고뉴 와인을 꽤 마셔보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어 봤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부르고뉴 와인에 관해 확실한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부르고뉴 와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죠. 아무리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도 나름 전공 서적인데 한 번에 다 이해가 되겠습니까?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옆에 두고 계속 들여다볼 책이기에 절대 아깝지 않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에 관해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구매해야 할 필독서입니다. 절판이 되긴 했지만, 인터넷에서 깨끗한 중고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