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25년 후에도 강건한 탄닌 - Château Sociando Mallet 1991

까브드맹 2020. 2. 8. 10:00

Chateau Sociando Mallet 1991

샤토 소시앙도 말레(Château Sociando Mallet) 1991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오-메독(Haut-Medoc) AOC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샤토 소시앙도 말레는 프랑스 보르도 오-메독 지방에 있는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뽀이약(Pauillac) 마을의 북쪽으로 약 10㎞ 떨어진 생-세랑-드-깨두르느(Saint-Seurin-de-Cadourne)에 있습니다. 오-메독 AOC에 속한 곳이죠. 1633년 3월에 작성된 옛 문서에는 이 마을의 귀족 땅에 샤토 소시앙도 말레가 있으며, "Sociando"라는 바스크(basque)에서 유래한 가문에 속해있다고 나옵니다.

샤토 소시앙도 말레는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과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훌륭한 와인입니다. 2004년 프랑스 와인 리뷰(Revue du Vin de France)에서 주최한 2000 & 2001 빈티지 100대 크뤼 부르주아(Crus Bourgeois) 와인 테이스팅에선 크뤼 부르주아 등급이 아닌데도 1위를 했을 만큼 맛과 향이 뛰어나죠.

반응형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진 오-메독 와인인데 샤토 소시앙도 말레가 크뤼 부르주아 등급 와인이 아닌 것은 생산자인 장 고트로(Jean Gautreau)가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받을 생각도 관심도 없기 때문입니다. 등급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와인을 만들 뿐이라는 거죠. 맛과 향이 좋다지만 AOC 등급 와인인 샤토 소시앙도 말레가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가 잘 안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자인 장 고트로의 철학과 소신을 알게 되면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일반적으로 고급 와인을 만들 때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 수확량을 줄입니다.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포도당과 뿌리가 흡수하는 영양분의 양이 동일하다면 포도송이 숫자가 적을수록 맛과 향이 더 농축된 포도가 열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 고트로는 포도밭의 떼루아가 좋으면 수확량이 많아도 충분히 좋은 포도가 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샤토 소시앙도 말레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입증했습니다.

그래서 샤토 소시앙도 말레는 74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샤토 소시앙도 말레와 세컨드 와인인 라 드무아젤 드 소시앙도 말레(La Demoiselle de Sociando-Mallet)를 합해서 매년 45만 병이나 생산합니다. 샤토 몽로즈(Château Montrose)가 약 68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세컨드 와인까지 합쳐서 매년 35만 병 가량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헥타르당 생산량이 18%가량 더 많은 셈이죠.

 

 

2. 와인 양조

1991 빈티지의 혼합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50%, 메를로 45%, 까베르네 프랑 5%입니다. 빈티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온도 조절이 되는 발효 탱크에서 보통 20일간 알코올 발효하면서 색소와 탄닌을 추출하죠. 발효가 끝나면 100% 새 오크통에서 11개월 동안 숙성합니다. 정제와 여과는 하지 않고 병에 담습니다.

평론가들은 샤토 소시앙도 말레가 장기 숙성용 와인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제가 1991 빈티지를 시음한 시기는 빈티지로부터 무려 25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여전히 입안 가득 탄닌의 강한 기운이 남아있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이며 테두리에 가넷 빛이 살짝 돕니다. 처음엔 나무와 버섯 향이 나오고, 과일 향은 느끼기 어렵네요. 그러나 먼지와 푸릇푸릇한 허브와 풀 향이 퍼지는 가운데 점점 체리와 라즈베리 같은 과일 향이 올라옵니다. 소나무와 송진 같은 나무 수지 향이 우아한 느낌을 주고, 나중엔 신선한 쇠고기 같은 동물성 향도 조금 풍깁니다.

아직 단단하고 껄끄럽습니다. 풀바디 와인으로 마시고 난 후에 입안 가득 탄닌 맛이 남는군요. 잘 짜인 구조는 매우 탄탄합니다.

드라이하며, 산미는 조금 거칠긴 하지만 풍성합니다. 아직도 탄닌이 뻑뻑하며 조금 씁쓸한 맛이 납니다. 태운 나무와 숯의 풍미가 먼저 나오고, 까끌까끌한 맛에선 오크와 소나무 풍미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점차 크랜 베리와 블랙 체리, 검붉은 흑 자두 같은 과일 풍미가 올라오고, 가죽 풍미도 이어집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힘은 상당히 강합니다. 여운은 상당히 길며, 나무 같은 맛이 강하게 남습니다.

 

 

풍부한 산미와 알코올의 균형은 훌륭하지만, 탄닌은 아직 이릅니다. 약간 아쉬움이 남는 와인으로 좀 더 보관해야 합니다. 장래성 있는 탄닌은 몇 년 후에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소고기와 양고기, 와인 소스를 올린 로스트비프, 오리 요리 같은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1991 빈티지는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16.5/20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6년 7월 15일 시음했습니다.

다른 빈티지의 샤토 소시앙도 말레에 대한 시음기는 아래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프랑스] 자기 철학과 소신으로 탄생한 명품 와인 - Château Sociando-Mallet 2014

샤토 소시앙도-말레(Château Sociando-Mallet) 2014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오-메독(Haut-Medoc) AOC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에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넣어서 만

aligals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