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숯불에 구운 고기와 잘 어울릴 맛과 향 - Finca Lomilla Old Vines Garnacha 2015

까브드맹 2020. 2. 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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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 지역 : 스페인 > 까스띠야-라 만차(Castilla-La Mancha) > 까스띠야(Castilla)

● 품종 : 가르나차(Garnacha) 80%, 메를로(Merlot) 10%, 시라(Syrah) 10%

● 등급 : Vino de la Tierra de Castilla

● 어울리는 음식 : 숯불에 구운 생갈비와 양고기, 훈제 요리, 훈향이 나오는 고기 요리, 미국식 피자, 미트 소스 파스타 등 

가르나차(Garnacha)는 프랑스에서 그르나슈(Grenache)라고 부르는 포도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에서 주로 재배하며, 당분이 많고 포도알이 커서 알코올 도수 높은 와인을 대량 생산하기에 좋죠. 하지만 껍질이 얇고 색소가 연해서 색이 진하고 탄닌이 풍부한 레드 와인을 만들기 힘듭니다. 그래서 프랑스 남부에서는 시라와 무흐베드르(Mourvedre), 까리냥(Carignan) 등의 포도로 부족한 색소와 탄닌을 보충해줍니다. 이렇게 만드는 대표적인 와인이 남부 론의 샤토네프 뒤 빠프(Chateauneuf du Pape)이죠. 스페인에서는 가르나차로 로제 와인을 많이 만들고, 중저가 레드 와인 양조에도 사용합니다.

이렇게 단독으로 레드 와인을 만들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는 가르나차 포도이지만, 나이가 들어 올드 바인(Old Vine)이 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확량은 줄어들지만, 포도 껍질에 탄닌과 색소가 충분히 쌓이고 뿌리가 흡수한 양분과 광합성으로 생성된 당분이 포도알에 축적되어 멋진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죠.

예전에는 가르나차 포도로 블렌딩 레드 와인이나 로제 와인을 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올드 바인 가르나차만으로 만든 매력적인 와인들이 나옵니다. 구세계에서는 주로 스페인에서, 신세계에서는 그르나슈를 많이 재배하는 호주에서 주로 생산하죠. 스페인 보데가스 아떼카(Bodegas Atteca)의 아르마스(Armas)나 호주 우드스탁(Woodstock) 와이너리의 디 옥토제나리안(The Octogenarian) 같은 와인들이 그런 와인입니다.

비노 데 라 띠에라 데 까스띠야(Vino de la Tierra de Castilla)는 까스띠야-라 만차(Castilla-La Mancha) 지방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스페인 와인의 주류인 DO(Denominación de Origen)보다 등급이 한 단계 낮은 지역으로 프랑스 와인의 뱅 드 뻬이(Vin de Pays = IGP)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뱅 드 뻬이와 마찬가지로 VdlT 등급도 DO보다 규정이 느슨하며, 이런 점은 때때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합니다.

VdlT 까스띠야 지역은 1999년에 지정되었습니다. 주로 재배하는 레드 와인용 포도는 스페인 토착 품종인 보발(Bobal), 가르나차 띤타(Garnacha Tinta), 모나스트렐(Monastrell), 뗌프라니요(Tempranillo)와 국제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시라(Syrah)이며, 그 밖에 꼴로라이요(Coloraíllo), 프라스코(Frasco), 가르나차 띤토레라(Garnacha Tintorera), 모라비아 아그리아(Moravia Agria), 모라비아 둘체(Moravia Dulce), 띤토 바스토(Tinto Basto), 띤토 베라스코(Tinto Velasco) 등이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용 포도로는 토착 품종인 아이렌(Airén), 알비요(Albillo), 마까베우(Macabeo), 말바(Malvar)와 국제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있고, 그 밖에 메르세게라(Merseguera), 모스까텔 데 그라노 메누도(Moscatel de Grano Menudo), 빠르디요(Pardillo), 뻬드로 시메네즈(Pedro Ximénez), 또론테스(Torrontés) 등이 있습니다.

핀카 로미야 올드 바인스 가르나차(Finca Lomilla Old Vines Garnacha) 2015는 VdlT 까스띠야 지역에서 자라는 수령 40년 이상의 올드 바인 가르나차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100% 가르나차는 아니고 메를로와 시라를 10%씩 섞어서 가르나차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죠.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했으며 숙성 기간은 3~4개월입니다.

진한 퍼플색입니다. 검은흙과 동물성 향을 풍기며 버섯 향이 이어집니다. 초반에 과일 향은 검은 과일 향이 살짝 나올 뿐입니다. 이윽고 그을린 나무와 커민(cumin) 같은 향신료, 미네랄 향이 퍼지고, 과일 향은 무르익은 산딸기 향으로 바뀝니다.

부드러우면서 마신 후엔 견조하고 메마른 느낌이 남습니다. 유연한 구조이지만, 탄닌 때문에 메마른 구석도 있네요. 드라이하며 산미는 적당합니다. 초반엔 과일보다 나무 풍미가 강하군요. 독특한 동물성 풍미가 있는데 마치 숯불에 구운 신선한 소갈비 같습니다. 꽤 매력적입니다. 점차 블랙베리와 검은 산딸기 같은 검은 과일의 부드럽고 진한 맛이 올라와 검은 과일 주스 같은 느낌이 듭니다. 향신료와 피 같은 철분 맛도 이어지네요. 여운은 길며 검은 과일과 매끄러운 나무 느낌이 남습니다.

부드럽고 견조한 탄닌과 강도는 낮지만 부족하진 않은 산미, 14.5%이지만 거슬리지 않는 알코올이 알맞게 균형을 이룹니다. 소고기 같은 동물성 향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맛과 향의 조화가 좋군요. 신맛이 강하지 않은 와인을 찾는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훈향(薰香)이 나는 고기 요리를 먹을 때 함께 하면 딱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2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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