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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깃털처럼 가볍게, 적힌 말처럼 중요하게" - Bruno Rocca Barbaresco DOCG 2013

까브드맹 2019. 12. 17. 12:30

Bruno Rocca Barbaresco DOCG 2013

브루노 로까(Bruno Rocca)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DOCG 2013은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주의 랑게(Langhe) 지방에 있는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 재배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브루노 로까

깃털 펜(Quill)이 그려진 레이블로 유명한 브루노 로까는 1834년부터 바르바레스코에서 포도를 재배했고, 벌크 와인을 만들어서 다른 와인 생산자들에게 판매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1978년 브루노 로까가 와이너리 운영을 맡으면서 놀라운 성장을 이뤘죠. 오늘날엔 바르바레스코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와이너리가 되었습니다.

15헥타르의 포도밭을 관리하며 이 중 5헥타르 크기의 남서향 포도밭에서 수확한 네비올로로 우아하고 강력한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만듭니다. 이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바롤로 와인과 견줄 수 있을 만큼 강건해서 30년 이상 장기 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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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로버트 파커가 바르바레스코 라바야(Barbaresco Rabaja) 2010 빈티지에 97점을 주면서 브루노 로까는 세계 와인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후 또 하나의 최고급 밭인 쿠라(Curra)를 구매하면서 바르바레스코 최고 생산자로서 위치를 굳건히 했죠. 바르바레스코에서 가장 많은 싱글 빈야드를 가진 브루노 로까이지만, 매년 생산량은 55,000~60,000병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정성 들여 와인을 만들고 있는 거죠.

레이블에 그려진 깃털 펜 그림은 브루노 로까의 철학을 담은 것입니다. 1981년 브루노가 작가인 지안니 갈로(Gianni Gallo)에게 레이블에 넣을 상징을 부탁했을 때 지안니는 깃털 펜을 제안했죠. 브루노가 지안니에게 의미를 묻자 지안니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합니다.

"Light as a feather, as important as the written word(깃털처럼 가볍게, 적힌 말처럼 중요하게)"

이것은 문자로 옮겨진 말처럼 와인에 대한 신뢰를 지킨다는 뜻이랍니다.

 

 

브루노 로까에서는 모두 6종의 바르바레스코 DOCG 와인을 만듭니다.

① 바르바레스코 마리아 아들라이드(Barbaresco Maria Adelaide)

② 리제르바 라바야(Barbaresco Riserva Rabajà)

③ 리제르바 쿠라((Barbaresco Riserva Currà)

④ 라바야((Barbaresco Rabajà)

⑤ 쿠라((Barbaresco Currà)

⑥ 바르바레스코

브루노 로까 바르바레스코 DOCG 2013은 브루노 로까에서 만드는 가장 대중적인 바르바레스코 와인입니다. 손으로 수확한 네비올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 넣어 20~25일간 알코올 발효 하면서 색소와 탄닌을 추출했고, 프랑스산 바리끄(barrique) 오크통에 넣어 18개월간 숙성했습니다. 오크 숙성한 후에는 병에 담아서 다시 8개월을 숙성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Bruno Rocca Barbaresco DOCG 2013의 색

밝은 루비색이지만, 주변엔 석류석 빛이 살짝 보입니다. 제비꽃과 그을린 나무 향이 먼저 나오고, 잘 익은 검은 체리와 라즈베리의 향긋한 과일 향이 뒤를 잇습니다. 풀 내음과 타임(thyme) 같은 풋풋한 허브 향이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면 동물성 향도 나타납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이어지나 나중에는 탄닌 느낌이 잔잔하게 깔립니다. 품종의 특징인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새콤한 산미가 인상적이네요. 익은 검은 산딸기와 블랙 체리 풍미가 이어지고, 삼나무와 그을린 나무 풍미도 맛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탄닌 기운이 혀와 입에 깔리는군요. 길게 이어지는 여운 속에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섬세한 산미와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탄닌, 활력을 주는 따스한 느낌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여기에 다양한 풍미가 매력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고기 스튜, 겉은 바싹하게 익히고 속은 촉촉한 고기구이, 고추잡채나 깐풍기처럼 향신료를 많이 쓴 중국요리, 풍기 파스타와 피자, 버섯 요리,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7년 10월 1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