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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모습 - Château Pape Clement Blanc 1977

까브드맹 2019. 10. 28. 17:13

Château Pape Clement Blanc 1977

샤토 빠프 클레망 블랑(Château Pape Clement Blanc) 1977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페싹-레오냥(Pessac-Léognan) AOC에서 재배한 쎄미용(Sémillon) 포도 48.5%에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44.5%, 소비뇽 그리(Sauvignon Gris) 5.5%, 무스까델(Muscadelle) 1.5%를 넣어서 만든 그라브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é de Graves) 등급의 AOC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샤토 빠프 클레망

대주교이면서 보르도의 주요 지주였던 베르트랑 드 고트가 1306년 교황 클레망 5세로 등극하면서 이름이 붙은 샤토 빠프 클레망은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된 샤토 중 하나입니다. 2006년에 700번째 빈티지의 와인을 생산했을 정도죠. 페싹-레오냥에 있으며 1959년 그라브 와인 등급 분류(Classification of Graves wine)에서 크뤼 클라쎄(Crus Classés)로 뽑혔을 만큼 와인 품질이 뛰어납니다.

19세기 중반에 샤토 빠프 클레망은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에 이어 두 번째로 뛰어난 그라브 와인으로 평가받았고 메독 지역의 그랑 크뤼 2등급 와인과 비슷한 가격에 팔렸습니다. 그러나 1937년에 우박으로 큰 피해를 보았고, 2차 대전의 위협이 보르도 근교까지 다가오면서 샤토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1939년에 와인 생산자이면서 시인인 폴 몽타뉴(Paul Montagne)의 지도로 샤토는 다시 살아났지만, 1949년까진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와인 학자인 에밀 뻬이노(Émile Peynaud) 교수의 도움으로 샤토 빠프 클레망은 놀라운 발전을 이뤘고, 마침내 샤토 오-브리옹과 샤토 라 미션 오-브리옹(Château La Mission Haut-Brion)의 뒤를 이어 페싹-레오냥에서 가장 중요한 샤토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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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의 전체 면적은 32.5헥타르이며 포도밭 크기는 30헥타르입니다. 적포도로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재배하며, 청포도로는 소비뇽 블랑과 쎄미용, 무스까델 등을 재배합니다.

그랑 뱅인 샤토 빠프 클레망은 레드와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있습니다. 레드 와인은 매년 7,000상자를,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매년 350상자를 생산하죠. 세컨드 와인으로는 르 클레망땅 뒤 빠프 클레망(Le Clémentin du Pape Clément)이 있습니다. 세컨드 와인의 도입은 그랑 뱅을 만들기 위한 포도의 선택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1980년대에 이뤄졌습니다.

레드 와인은 보통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2: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들며 오크통 숙성 기간은 최소 14개월입니다. 새 오크통의 비율은 약 50%이죠. 화이트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쎄미용과 소비뇽 블랑을 각각 44~48%가량 넣고 나머지는 소비뇽 그리(Sauvignon Gris)와 무스까델을 사용합니다.

샤토 빠프 클레망 블랑은 포도 향을 보존하려고 포도송이를 통째로 기압 프레스에 넣고 천천히 눌러서 포도즙을 뽑아냅니다. 포도즙은 아래에 놓인 오크통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 채워진 후 알코올 발효로 들어갑니다.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숙성되며, 간간이 리를 저어줘서 리의 풍미가 와인에 배도록 합니다. 오크통 숙성 기간은 18개월이며, 와인의 15%는 달걀 모양의 최신식 콘크리트 탱크에서 숙성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황금색입니다. 처음엔 산화한 와인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이 조금 나오다가 점차 꿀과 버섯, 젖은 잎, 미네랄, 송로버섯, 나무 등의 향이 올라옵니다. 살짝 그윽한 연기 향과 달걀과 버터를 넣어서 만드는 달콤한 과자인 브리오슈(brioche) 향도 나오고 나중엔 누룩 향도 퍼집니다.

빈티지로부터 36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진하고 미끈합니다. 구조도 탄탄하고 짜임새 있습니다. 드라이하며 산도는 적당합니다. 버섯과 메마른 나무 같은 맛이 나고, 누룩과 감자, 꿀 같은 풍미가 나타납니다. 독특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며 입안 가득 특유의 풍미가 가득 차네요. 오랜 세월 속에 과일 느낌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외의 다양하고 독특한 풍미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신 후엔 여운이 길게 이어지고 특유의 풍미가 독특한 인상을 남깁니다. 적당한 산미와 부드럽게 숙성한 알코올이 알맞게 조화를 이룹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푸아그라 (Foie Gras)를 넣은 밤 수프를 비롯한 수프 종류, 익힌 해산물 요리, 닭고기와 연어 샐러드, 생선 스테이크, 해산물 그라탱, 팔보채와 전가복 등 중국식 해산물 요리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9월 2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