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 > 메독(Medoc)

까브드맹 2019. 5. 16. 13:56

보르도 메독 지역 와인 지도

1. 메독의 지리와 토양

메독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보르도 지방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거대한 지롱드강(River Gironde)의 좌측에 있고, 가장 하류에 있는 와인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지롱드강 어귀의 거대한 곶(串)인 메독은 평탄하거나 약간 기복을 이뤘으며, 넓고 누런 강 하구가 과거 아키텐(Aquitaine) 공국의 영토 일부를 나누어 놓기도 했습니다.

메독은 두 지역으로 나뉩니다. 상류 쪽을 오-메독(Haut-Medoc), 즉 높은 메독이라고 하며, 하류 쪽을 바-메독(Bas-Medoc), 즉 낮은 메독이라고 부르죠. 오-메독의 배수가 좋은 자갈 언덕들은 북쪽으로 가면서 진흙이 많은 축축한 토양으로 바뀝니다. 북쪽과 서쪽에 자리 잡은 바-메독은 토양이 비옥해서 최근까지 포도밭이 목초지와 과수원 등과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포도 재배지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가벼운 자갈이 많은 고지대의 대부분을 포도나무가 차지하고 있죠.

 

 

지롱드 강 어귀를 따라 이어지는 생-티장(St-Yzans), 쌩-크리스톨리(St-Christoly), 쿠케크(Couquèques), 뷔(By), 발레략(Valeyrac) 등의 마을이 와인 생산 중심지이며, 쌩-제르맹-데스퇴이유(St-Germain-d'Esteuil)과 오르도냑(Ordonnac), 블레냥(Blaignan = Caussac), 가장 넓은 베가당(Bégadan)의 내지(內地) 상당 부분도 포함됩니다.

진흙이 섞인 석회암에 가론(Garonne)강의 자갈과 피레네(Pyrenee)산맥의 자갈이 강을 따라 내려오다 쌓인 토양은 지역마다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종종 무겁고 축축한 진흙이 풍부한 곳이 있는데, 이런 땅에선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보다 메를로(Merlot)가 더 잘 자라죠. 더 상류의 오-메독 지역과 달리 이곳에선 다른 작물과 함께 포도를 재배하는 일이 많습니다.

2. 메독의 포도 품종

메독에서 재배할 수 있는 레드 와인용 품종 사진

프랑스의 지역 명칭에 관한 국립연구소(INAO, 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에서 재배를 허가한 포도는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이곳에서 꼬(Côt)라 부르는 말벡(Malbec),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까르메네르(Carménère)입니다.

3. 메독의 지역 명칭과 레이블 표시

Medoc AOC는 1936년 11월 14일 INAO에서 지정했습니다.

"Medoc"은 이름만으로도 와인 세계에서 특별한 권위를 지니죠. 마고(Margaux), 쌩-줄리앙(Saint-Julien), 뽀이약(Pauillac), 쌩-테스테프(St.-Estephe) 마을에서 생산한 고급 와인도 모두 메독 지방의 와인이죠. 그러나 "Medoc AOC"로 표시할 때는 더 한정된 지역을 뜻하며 맛과 향, 명성도 떨어집니다.

메독 AOC의 이름은 원래 "Bas-Medoc"입니다. 그런데 "바(Bas)"라는 단어는 '저지대, 높이가 낮다'는 뜻 말고도 '품질이 낮다'는 뉘앙스가 있죠. 그래서 바-메독 와인은 레이블에 "Bas-Medoc"라고 표기하지 않고 그냥 "Medoc"이라고만 적습니다. 실제로 와인 맛도 남쪽의 오-메독보다 떨어지므로 자격지심 때문에 더 그렇게 적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와인 레이블에 'Medoc'이라고 표시된 와인은 모두 바-메독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품질 좋은 오-메독 지역 와인은 당연히 레이블에 'Haut-Medoc'이라고 꼬박꼬박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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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독 와인

바-메독의 와인은 모두 레드 와인입니다. 청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면 Medoc AOC를 받을 수 없죠.

바-메독 와인들은 오-메독 와인들보다 품질이 떨어지지만, 그만큼 가격도 저렴해서 드라이하고 탄닌이 강한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실 수 있습니다. 다만 오-메독 와인과 비교해보면 숙성력이 떨어집니다.

오-메독과 바-메독 와인의 차이는 양쪽의 크뤼 부르주아 와인을 비교하면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양쪽 모두 활기 넘치고 드라이하며 탄닌이 강한 보르도 와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5년 숙성을 거치면, 오-메독 와인은 자신만의 개성을 보이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향이 늘어나지만, 바-메독은 부드러우면서도 억센 느낌이 남는다고 합니다. 젠시스 로빈슨은 "색깔과 풍미가 깊어지긴 하지만, 영감을 줄 정도는 아니고 그냥 소박하다."라고 말하죠. 10년 정도 숙성하면 바-메독 와인은 더 부드러워지지만 구조감을 잃고, 오-메독 와인은 반대로 더욱 세련된 개성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메독 지역의 포도밭은 5,700헥타르에 달하며 연평균 30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5. 메독 와인 등급과 유명한 생산자

오-메독 지역 와인들은 품질이 좋다 보니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인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들이 즐비하지만, 바-메독의 와인 중에서는 그랑 크뤼 와인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그랑 크뤼 등급이 아닌 와인 중에서 뛰어난 와인들을 선별한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등급에는 바-메독 와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죠.

크뤼 부르주아 등급 중 뛰어난 와인에 주는 크뤼 부르주아 쉬페리외(Cru Bourgeois Supérieurs) 등급에 바-메독 와인 13개가 들어있고, 아주 우수한 와인에 주며 9개에 불과한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Cru Bourgeois Exceptionnel) 등급에 바-메독의 샤토 포탕싹(Château Potensac)이 들어있죠. 2003년에 엑셉시오넬 등급을 받은 샤토 포탕삭의 소유주는 쟝-위베르 들롱(Jean-Hubert Delon)입니다. 대단한 완벽주의자인 쟝-위베르 들롱은 쌩-줄리앙의 샤토 레오빌 라스카스도 함께 운영하죠.

샤토 그레이삭, 샤토 파타슈 도, 샤토 라 꾸르 드 비 와인 사진

같은 시기에 슈페리외 등급을 획득한 포도원으로는 쌩-제르맹의 샤토 카스테라(Ch. Castéra), 지롱드강이 보이는 생티장 마을 근처의 루덴(Loudenne), 잘 알려진 그레삭(Greysac), 가볍지만 믿을 만한 와인을 만드는 파타슈 도(Patache d'Aux), 도약 중인 롤랑 드 뷔(Rolland de By), 흥미로운 라투르 드 뷔(La Tour de By), 베가당의 진취적인 비유 로뱅(Vieux Robin), 시브락 앙 메독(Civrac-en-Medoc)의 보랑(Bouranc)과 데스퀴락(d'Escurac),쿠케크의 레조름 소르베(Les Ormes Sorbet), 쌩-크리스톨리 마을의 레 그랑 셴(Les Grands Chênes) 등이 있습니다.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2003년에 조정되면서 논란이 많았고, 결국 재판을 거치면서 2007년에 등급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보르도 크뤼 부르조아 연합의 노력으로 2009년에 프랑스 농림부 장관이 새로운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공식적으로 승인했고, 프랑스 국무총리가 관련 법령에 서명하면서 부활했죠. 다만 새로운 새로운 크뤼 부르조아 제도의 규정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크뤼 부르주아 등급 와인은 모두 278종이며, 이중 바-메독 지역의 와인은 120종입니다.

 

Cru-Bourgeois

Saisissez le code alphanumérique présent sur le Sticker Cru Bourgeois. L'abus d'alcool est dangereux pour la santé. A consommer avec modération.

www.crus-bourgeois.com

이 밖에도 샤토 프뢰이약(Ch. Preuillac), 오-콩디사(Haut-Condissas), 롤랑 뒤코(Laulan Ducos), 현대적인 굴레(Goulée) 등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히 굴레는 보르도 최고 수준의 레드 와인을 만드는 쌩-테스테프의 샤토 코스-데스투르넬(Ch. Cos-d'Estournel) 팀이 발전시킨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