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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Romania)는 언젠가 반드시 훌륭한 와인을 다시 수출할 것이다."

영국의 와인 평론가 휴 존슨과 젠시스 로빈슨은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에서 루마니아 와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지 루마니아의 위도가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와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루마니아인은 주변 나라들과 달리 라틴인이며 오랫동안 프랑스와 문화적으로 친근하게 교류해왔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루마니아 와인 문학은 미식(美食)을 주제로 한 프랑스의 글쓰기와 비슷한 정서를 꽤 많이 공유합니다.

1.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양조 전통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포도 재배 역사가 약 6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포도 재배에 알맞은 기후와 지리, 토양 덕분에 일찍이 포도 농사가 발달했고, 오늘날에도 언덕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활발하게 포도를 재배합니다.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면서 와인은 루마니아인의 전통적인 알코올 음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세 시대에 루마니아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수많은 토종 포도 품종을 선택했고, 필록세라(phylloxera)가 덮칠 때까지 지역마다 고유 품종으로 특별한 지역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경향이 강합니다.

1880년대에 루마니아에도 필록세라가 퍼졌고 수많은 포도밭을 파괴했습니다. 루마니아에도 미국산 포도나무 뿌리 부분을 접붙여서 필록세라를 방어하는 방법이 들어왔고, 포도밭 복구는 20세기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때 국제 품종인 메를로(Merlot)와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누아(Pinot Noir),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을 주로 심었죠. 그밖에 필록세라에 저항력을 가진 하이브리드 포도도 심었습니다.

구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루마니아도 1960년대에 정책적으로 경작하기 좋은 광활한 땅을 포도밭으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재배면적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8만 헥타르가량의 포도밭이 있죠. 

루마니아 와인은 동유럽이 개방된 이후에도 거의 내수용이었고, 와인 수출 비율은 전통적으로 생산량의 10% 미만이었습니다. 와인 산업의 규모를 보면 너무 적은 편이죠. 그러나 최근 포도원의 현대화를 위해 외국 자본들이 투자하면서 루마니아 와인은 와인 산업계에서 점점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같은 다른 생산국과 비교하면 포도밭과 와인이 모두 저렴하기 때문이죠.

2. 자연 조건과 와인 생산지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국 중 하나입니다. 2015년에 약 350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해서 유럽 와인 생산국 중에서 6위, 전 세계에서 13위의 와인 생산국이 되었죠. 

대륙성 기후인 루마니아의 여름은 뜨겁고, 건조합니다. 하지만 흑해와 카르파티아(Carphatia) 산맥이 완충지대로 작용하죠. 약 2,400m의 최고봉을 가진 카르파티아 산맥은 트란실바니아(Transilvania) 고원을 둘러싸고 있으며, 면적은 루마니아 국토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지역은 평야지대죠. 그 모습이 마치 모래사장 가운데에 소라껍데기가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i.pinimg.com/originals/f1/e9/fb/f1e9fb26b731744b35762b2b971a30ef.gif)

오늘날 루마니아의 와인 생산지는 7개 지역으로 나뉩니다. 카르파티아 산맥 동쪽의 몰도바(Moldova)가 가장 크며 총 재배면적의 1/3 이상을 차지합니다. 다음으로는 트란실바니아 남쪽의 산마루 지역인 문테니아(Muntenia)와 올테니아(Oltenia)로 1/4을 담당하죠.

몰도바 북부는 코트나리(Cotnari) 와인으로 대표되는 화이트 와인 생산지입니다. 그러나 와인 생산은 대부분 남쪽인 몰다비아 구릉지의 중앙부에서 이뤄지죠. 브란체아(Vrancea) 지역엔 약 2만 헥타르의 포도밭이 있고 중심지인 폭샤니(Focşani)와 코테슈티(Coteşti), 니코레슈티(Nicoreşti), 발포성 와인으로 유명한 판치우(Panciu), 브랜디 생산지인 오도베쉬티(Odobeşti) 등지에서 와인 산업이 활발합니다. 

지형은 다양하지만, 토양은 헝가리 대평야처럼 주로 모래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포도나무를 심을 땐 뿌리가 땅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깊게 파야 하며 가끔 3m까지 내려갑니다. 이렇게 하면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자라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어떤 나무도 자라지 않은 이곳에서 나오는 와인들은 가볍고 무척 뛰어납니다.

카르파티아 산맥 남쪽에는 문테니아와 올테니아가 있습니다. 몰도바와 가까운 데알루 마레(Dealu Mare)에는 문테니아의 유명 포도원들이 몰려있습니다. 기후가 따뜻해서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피노 누아 등의 국제 품종들이 잘 자라고 풀 바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페테아스카 네아그라(Băbească Neagră)와 부르군트 마레(Burgund Mare, 오스트리아의 블라우프랜키쉬) 등을 재배합니다. 청포도 중에선 북동부의 피에트로아사(Pietroasa)에서 나오는 타므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Tămâioasă Românească)가 유명합니다. 기름처럼 매끈한 느낌의 향기로운 디저트 와인을 만드는 재료가 되죠.

동쪽으로 두나리아(Dunărea=다뉴브) 강을 건너면 흑해와 접한 도브로제아(Dobrogea)입니다. 루마니아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고 강우량은 제일 적은 곳이죠. 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대지를 식혀줘서 포도의 산미 축적에 좋습니다. 무르파틀라르(Murfatlar) 지역에서 생산하는 부드러운 레드 와인과 감미로운 화이트 와인이 유명합니다.

루마니아 서쪽 지방은 헝가리의 영향이 강합니다. 대표적 산지는 레카슈(Recaş)로 페테아스카 레갈라(Fetească Regală), 웰시리슬링(Welschriesling), 소비뇽 블랑 등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바나트(Banat)에선 피노 누아와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등으로 레드 와인을 만들죠. 

루마니아 중앙에 있는 트란실바니아는 해발 640m 이상의 고원지대로 날씨가 서늘하고 상대적으로 비가 많이 와서 다른 곳보다 신선하고 상쾌한 화이트 와인 생산에 좋습니다. 트르나베(Târnave)에서는 최고의 드라이 페테아스카(Fetească) 와인이 나오고, 알바 루리아(Alba lulia)에선 향이 좋은 뮈스카 오토넬과 게부르츠트라미너 와인을 생산합니다.

3. 품종

루마니아 와인의 약 70%가 지역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전통 품종으로 다음과 같은 포도가 있습니다.

○ 화이트 와인

(이미지 출처 : https://premiumwinesofromania.com/wp-content/uploads/2017/03/feteasca-alba-1-1030x608.jpg)

청포도 중에선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ă Albă)와 페테아스카 레갈라, 크램포쉬에(Crâmpoșie)가 대표 품종입니다. 페테아스카 레갈라는 1930년대 그라사 데 코트나리(Grasă de Cotnari)와 페테아스카 알바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죠. 페테아스카 알바와 페테아스카 레갈라로는 드라이하거나 살짝 단맛이 나면서 산미가 있고 꽃 향이 풍부한 알코올 11.5~12%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크램포쉬에로는 뚜렷한 산미와 신선한 과일 풍미, 알맞은 알코올 도수를 가진 와인을 만들 수 있죠. 향이 강한 포도 중에서는 타므이오아사 로마네아스카와 부쉬오아카 데 보호틴(Busuioaca de Bohotin)이 주목받으며 가장 많이 재배됩니다. 

그 외에 갈데나 데 오도베쉬티(Galbenă de Odobești) 등이 있습니다.

● 레드 와인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9/9c/Fetească_neagră.JPG/1200px-Fetească_neagră.JPG)

이아쉬 지역에서 유래한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는 드라이부터 스위트 와인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와인은 루비 빛이 도는 진한 붉은 색을 띠며 블랙 커런트 풍미가 있고 알코올 도수는 12~14%입니다. 숙성하면서 더욱 풍부하고 부드러워지죠. 바베아스카 네아그라(Băbeasca Neagră)로 만든 와인은 가볍고 과일 향이 풍부합니다.

또한, 생산지마다 자신들만의 전통 품종을 주로 기르죠. 

1) 후쉬(Huși) : 즈기하라 데 후쉬(Zghihara de Huși)와 부쉬오아카 데 보호틴

2) 이아쉬(Iași) :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3) 코트나리(Cotnari) : 그라사 데 코트나리와 프란쿠쉬아(Frâncușa)

4) 드라가샤니(Drăgășani) : 크램포쉬에ㅈ

5) 니코레쉬티(Nicorești) : 바베아스카 네아그라

6) 테나베(Târnave) : 요르다나 쉬 아르데란카((Iordană și Ardeleancă)

7) 미니쉬(Miniș) : 무스토아사 데 마데라(Mustoasă de Măderat)

토종 포도 외에 외국 품종도 재배합니다. 청포도로는 리슬링(Riesling), 알리고떼(Aligoté), 소비뇽 블랑, 뮈스까(Muscat), 피노 그리(Pinot Gris), 샤르도네(Chardonnay), 리슬링 이탈리코(Riesling italico), 트라미너(Tramine), 뮈스카 오토넬, 웰시리슬링을 재배하고, 흑포도로는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를 재배하죠. 

이러한 토종 포도와 국제 품종은 레이블에 품종이나 생산자 이름, 또는 세라핌(Serafim), 봉 비브어(Bon Viveur), 그라마(Gramma), 레네 파우레(René Faure) 같은 마케팅용 이름이 붙는 수많은 와인의 기본 소재가 됩니다.

4. 와인

(이미지 출처 : http://www.imperialtransilvania.com/typo3temp/pics/G_ebb1f7c714.jpg)

헝가리처럼 루마니아에도 한때 유럽 전역에 이름을 날렸던 와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카이 와인은 사회주의 시절을 견뎌내고 멋지게 부활했지만, 파리에서 "몰다비아의 진주(Perle de la Moldavie)"라고 부르던 일명 "초록 와인" 코트나리는 모습을 감추고 말았죠.

루마니아 북동부의 화이트 디저트 와인인 코트나리는 옅은 색에 향이 훌륭한 섬세한 귀부(貴腐)와인입니다. 토카이와 맛과 향이 비슷하지만, 미디엄 스위트이며 오크의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토착 품종인 '돼지비계' 그라사(그라사는 '기름'이나 '지방'이란 뜻입니다)와 시큼한 푸른쿠사(Francusa)를 주로 사용하며 타므이아오사(유향(乳香) 포도)와 페테아스카 알바를 넣어서 향을 냅니다. 나무통 숙성은 짧게 끝내지만, 병에서 숙성하면서 복합성이 생겨나죠. 코트나리는 현재 루마니아에 속한 남부 몰다비아(Moldavia)에서 나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루마니아 와인 항목

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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