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DNC 필자 모임 & 조지아 KTW 와인 발매 시음회

까브드맹 2018. 7. 18. 17:22

지난 2018년 7월 17일 저녁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의 러시아 음식점인 파르투내에서 주류잡지인 DNC(Drinks & Culture)와 수입사인 (주)러스코에서 주최하는 <DNC 필자 모임 & 조지아 KTW 와인 발매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DNC에 기고했던 분들과 함께 이번에 새로 수입하는 조지아 KTW(Kakhetian Traditional Winemaking) 와이너리의 와인 4종을 시음하는 자리였죠. 저도 DNC에 기고한 적이 있었기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시음회 팜플릿에는 KTW 와이너리에 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습니다.

● KTW(Kakhetian Traditional Winemaking)

KTW는 조지아와 코카서스 지역내 최대 와인 생산 및 판매 회사로써 20개국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조지아 제1의 포도 산지인 카헤티 지역에 2개를 비롯하여 구리아(Guria), 아드자리아(Adjaria) 등에 와이너리를 갖고 있고, 구라미쉬빌리 마라니(Guramishvili Marani), 조지안 채임버 오브 와인(Georgian Chamber of Wine), 베리츠시케 베란다(Velistsikhe Veranda) 등 3군데에 셀라가 있다. 현재 러시아 지역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이베리아(Iveria)를 비롯하여 구라미쉬빌리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KTW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대의 기계화된 기술과 조지아 전통 크베브리 방식의 접목을 통한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있다.

파르투내에서는 러시아 음식과 함께 마실 주류로 당연히 보드카를 제공합니다. 진열장에 놓인 다양한 보드카 중에 (주)러스코에서 수입하는 보드카도 보입니다.

조지아 와인도 취급합니다. 옛날 소련 연방 시절엔 조지아 와인이 모스크바에서 제일 인기 좋은 와인이었죠. 이 조지아 와인 역시 (주)러스코에서 수입, 판매하는 제품들입니다.

창가에 놓인 DNC 잡지들입니다. 와인과 증류주, 맥주 등등 다양한 주류를 다양한 주제로 소개합니다.

오늘 시음할 와인 중에서 구루자니와 사페라비입니다. 중간에 구불구불 포도 덩굴 비슷한 글자는 조지아 전통 문자입니다.

DNC 발행인인 고일영 대표님입니다. 와인 뿐만 아니라 보드카, 맥주 등등 주류 전반에 대한 열정이 높은 분입니다. 열정만큼 주량도 센지는 제가 확인을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

피클처럼 먹는 당근 무침입니다. 맛이 매콤해서 러시아 음식을 먹는 사이사이에 느끼하고 짠맛을 씻어줍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빵 조각입니다. 향신료를 많이 뿌려서 매콤합니다.

이어서 나온 청어 샐러드. 중간에 감자 으깬 것과 익힌 비트, 달걀, 마요네즈가 들어갑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함께 나온 그리스식 샐러드. 그리스 샐러드이지만, 묘하게 뭔가 다른 맛이 납니다. 그래도 맛있습니다. 

위의 음식들과 함께 시음한 첫 번째 와인은 KTW 이베리아 구루자니(Iveira Gurjaani)입니다. 이베리아는 고대 조지아에 있었던 왕국의 이름이며, 구루자니는 조지아 서쪽에 있는 큰 와인 산지의 지명입니다. 사용한 포도는 르카치텔리(Rkatsiteli)로 조지아를 대표하는 청포도죠.

연한 살구색입니다. 살구와 자두인 후무사 같은 핵과류의 향이 굉장히 강하게 나옵니다. 약간 화학적 느낌인 향과 시큼한 사과 향, 식물 줄기에서 나는 풋풋한 향도 나타납니다.

조금 묵직하고 부드럽습니다. 질감은 탄탄합니다. 거칠지만 맛있는 산미가 매력적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데도 입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강합니다. 자두와 살구, 시고 붉은 사과의 풍미가 강합니다. 전체적으로 풍미가 단순하지만, 맛은 좋네요. 여운은 자두 풍미를 남기며 꽤 길게 이어집니다.

매력적인 산미와 후끈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단순하지만 맛있고 거슬리는 부분은 없는 와인이네요. 아래는 팜플릿의 와인 설명 내용입니다.

•크베브리 양조 방식 가미, 오렌지

구루자니와 음식들을 신나게 먹고 마시는 사이에 두 번째 시음 와인이 나왔고, 음식도 새로운 요리가 나왔습니다.

드지즈 비즈 미트(Djiz biz meat)라는 양고기구이입니다. 바짝 구워서 감자구이와 함께 나왔습니다. 고기 맛은 좀 짰지만, 감자는 바싹하게 아주 잘 튀겨져 나왔습니다.

함께 시음한 와인은 KTW 이베리아 사페라비(Iveria Saperavi)입니다. 조지아의 고대 품종인 사페라비는 "염료"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와인을 만들면 색이 매우 짙습니다. 조지아의 대표적인 적포도로 많은 조지아 레드 와인이 사페라비로 만든 것이죠. 

사페라비의 특성을 대표하는 단어로는 "장수"를 꼽을 수 있습니다. 레드 와인이 혈관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간을 상하게 해서 안 좋죠. 그렇지만 조지아 사람들은 사페라비 와인을 물 마시듯 마시는데도 매우 건강하게 오래 삽니다.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인 젠시스 로빈슨도 사페라비의 특성에 관해 "조지아인들의 와인 사랑은 유별나며 주량은 차라리 겁이 날 정도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장수국가인데, 아마도 사페라비 포도와 무언가 영양학적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을 만큼 건강과 관련해서 사페라비 포도에 건강에 좋은 "뭔가" 들어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진한 루비색이며 아주 살짝 퍼플 기운이 있습니다. 서양 자두와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의 향이 가득합니다. 나무와 나무줄기 같은 식물성 향도 살짝 나옵니다. 나중에는 블랙 체리와 타임(thyme) 같은 향으로 발전합니다.

질감은 부드러우나 탄닌이 입에 잔잔히 깔리고 마신 후엔 탄닌이 도드라집니다. 구조감은 탄탄하고 살짝 거칩니다. 귀여운 산미가 적당하게 나옵니다. 탄닌은 야생적이지만 지나치지 강하지 않습니다. 나무와 서양 자두, 타임(thyme), 식물성 줄기 등등 포도 줄기에서 나올 수 있는 풍미가 골고루 나옵니다. 알코올 도수는 12%로 낮지만, 입에 닿는 기운은 강합니다. 야생적이지만, 개성적인 부분이 매력적이네요. 여운은 중간 정도입니다. 하지만 과일과 나무 풍미가 기운을 잃지 않고 기분 좋게 이어집니다.

생생한 산미와 탄탄하고 적당한 양의 탄닌, 거슬리지 않고 힘 있는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면서 사페라비 포도의 특성을 잘 드러냅니다. 아래는 팜플릿의 와인 설명 내용입니다.

•KTW의 조지아 옛 왕국의 이름인 이베리아(Iveria) 브랜드

•마이크로존인 무크자니 지역과 최고의 산지 "텔리아니"에서 엄선한 사페라비 품종

•러시아 전역에서 폭넓게 판매

•중간 정도의 탄닌감을 지닌 암적색(Garnet)

•풍부한 아로마와 발랄한 플로랄 향

다음에 나온 요리는 삼사(Samsa)입니다. 고기와 채소 다진 것을 속에 넣은 덤플링(dumpling)입니다. 양고기의 누린내와 이를 잡기 위한 향신료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멋진 맛이 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이 맛있는 삼사와 함께 마실 와인은 오늘의 대표 주자인 KTW 로얄 무쿠자니(Royal Mukuzani) 2015입니다. 레이블에는 "KTW Special Collection Mukuzani"라고 적혀 있지만, 홈페이지에는 "Royal Mukuzani"라고 나옵니다. 

무쿠자니는 조지아 카헤티(Kakheti)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입니다. 무쿠자니도 사페라비로 만들지만, 조지아 전통 항아리인 크베브리(kvevris)를 사용해서 만들진 않습니다. 온도 조절이 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서 선별한 이스트로 발효하고 오크통에서 3년간 숙성해서 만들죠. 그래서 전통 사페라비 와인과 맛과 향이 조금 다르죠.

진한 퍼플색입니다. 서양 자두 같은 검붉은 향과 블랙베리, 블랙 체리 같은 진한 검은 과일 향이 나오고 허브와 식물 줄기 같은 향도 조금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블랙커런트 향도 살짝 나타납니다. 

부드럽고 묵직합니다. 마신 후에는 탄닌이 입을 은은하게, 하지만 강하게 조여줍니다. 구조감은 우아하며 강합니다. 건강하고 힘찬 신맛이 느껴집니다. 탄닌은 탄탄하고 강하며, 12.5%의 알코올은 높지 않은 도수인데도 후끈한 기운이 있습니다. 힘찬 기운이 있고 서양 자두와 블랙 체리, 블랙커런트 같은 과일 풍미, 나무와 식물 줄기 같은 식물성 풍미가 함께 나옵니다. 아주 복합적이진 않지만, 뚜렷한 개성과 건강하고 굳건한 느낌을 줍니다. 여운은 길며 검은 과일과 나무, 탄닌의 맛이 이어집니다.

매력적이고 힘찬 산미와 강하고 후끈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알코올을 가졌습니다. 탄닌은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지만, 균형을 흩트리진 않습니다. 과일과 나무 풍미의 조화도 훌륭합니다. 아래는 팜플릿의 와인 설명 내용입니다.

•카헤티의 마이크로 존 무크자니 지역에서 재배한 사페라비 품종

•해발 350~600m 지역은 사페라비 재배의 최적 지역

•손으로 직접 수확(Hand-picked)한 포도 사용

•오크통에서 8개월 이상 숙성

•오크향으로 시작하여 과일 향, 체리 향이 피니쉬

•조지아 본래의 단맛이 빠진 서구 와인 지향적

•양조 장인, Vittorio Fiore의 공법으로 제조

•2016년 Decanter지 동상 수상

오늘 저녁의 주요리는 러시아의 꼬치 요리인 샤슬릭입니다. 커다란 코치에 양 갈비를 꿰서 맛있게 구웠습니다. 얌전하지 않고 동유럽의 광활한 들판이 떠오르는 누린내와 향신료 향이 나네요. 조금 짰지만, 고기의 익힌 정도는 좋았습니다. 조지아의 레드 와인이 저절로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함께 먹은 마지막 와인은 KTW 프리미엄 콜렉션 오츠카누리 사페레(Premium Collection Otskhanuri Sapere) 2013입니다. 이 와인은 오츠카누리 사페레라는 조지아 토착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오츠카누리 사페레는 조지아 서부의 오츠카나(Otskhana)가 원산지로 추정되는 포도입니다. 이름의 뜻도 "Otskhana’s colorful(오츠카나의 화려한(포도?))이죠. 사페라비와 마찬가지로 조지아의 고대 품종으로 조지아 서부의 라차-레츠쿠미(Racha-Lechkhumi)와 이메레티(Imereti)에서 주로 자랍니다.

중간보다 좀 더 짙은 루비색입니다. 블랙 체리와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에 약간 그을린 나무 향이 납니다. 시원하고 풋풋한 식물성 향도 나타납니다.

거친 탄닌이 많아서 떫은맛이 강합니다. 건강한 느낌을 주는 야생적인 와인으로 구조감은 질기고 탄탄합니다. 산미는 거칠고 굉장히 강합니다. 탄닌도 거칠지만 묵직한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신선한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있고 향긋한 나무와 푸릇푸릇한 식물 줄기 풍미도 나타납니다. 서투르지만 건강한 느낌을 줍니다. 여운에서 검은 베리류 과일과 나무 느낌이 길게 이어집니다.

아직은 탄닌이 충분히 숙성하지 않아서 떫고 거칩니다. 하지만 산미가 매력적이고 알코올도 힘이 있으면서 거슬리진 않습니다. 검은 과일과 나무 풍미는 매력적이네요. 수확 연도에서 5년이 지났지만 아직 마시기 이릅니다. 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만합니다. 아래는 팜플릿의 와인 설명 내용입니다.

•카헤티 지역 다른 중부 이메레티(Imereti) 지역 재배

•기존의 잘 알려진 품종과는 다른 유니크한 오츠카누리 사페레 품종

•단맛이 지극히 절제된 진한 루비색의 와인

•약간의 산도와 함께 기분 좋은 젖은 혁대와 스트로 테이스트

•다양한 베리향을 품은 아로마

와인 시음이 끝난 후엔 디저트와 조지아 브랜디가 나왔습니다.

가운데 놓인 건 데낄라와 소금이 아니라 조지아산 꿀과 설탕입니다. 조지아는 와인도 유명하지만, 꿀도 품질이 좋아서 꽤 유명하답니다. 주변에 놓인 치즈를 꿀에 찍어 먹으라는데 저는 그냥 치즈 따로 꿀 따로 먹었습니다. 꿀은 달고 향긋한 것이 정말 품질이 좋더군요. 

함께 마신 두글라제 5년 숙성 브랜디 Dugladze 5Years Old Brandy)입니다. 5년산이어서 깊은 맛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숙성 기간과 비교해서 맛도 향도 좋았습니다. 와인을 제법 많이 마셔서 코와 혀의 감각이 떨어졌기에 시음 노트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4종의 와인과 1종의 브랜디를 러시아 음식과 함께 시음했습니다. 지난번에 시음했던 두글라제 와인도 좋았지만, KTW의 와인들도 비슷한 듯 다른 듯 개성을 지녔으면서 맛있더군요. 특히 로얄 무크자니는 이탈리아 출신의 비토리오 피오레(Vittorio Fiore)가 와인 양조를 지휘해서인지 다른 조지아 와인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맛과 향이 났습니다. 

조지아 와인은 우리가 자주 마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칠레, 미국, 호주 와인과 확실히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 마시는 분들은 낯선 맛과 향에 놀라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릴에 구워 향신료를 뿌린 소고기나 양고기를 먹을 때 조지아 와인만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많지 않습니다. 조지아 와인의 꾸밈 없는 맛이 그릴에 구운 고기의 야성적이고 원초적인 풍미와 매우 잘 어울리죠. 그래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음식을 먹을 땐 신세계의 잘 다듬어진 와인보다 조지아의 거친 와인이 더 입맛을 자극합니다.

조지아 와인을 그냥 마신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한다면 조지아 와인처럼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죠. 이런 멋진 조지아 와인을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주)러스코의 고일촌 대표님과 DNC의 고일영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