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피노 누아처럼 섬세한 그르나슈 단일 품종 와인 - Thistledown The Vagabond Grenache 2015

까브드맹 2018. 5. 24. 07:00

시슬다운 더 베가본드 그르나슈 2015

시슬다운 와인 컴퍼니(Thistledown Wine Company)의 더 베가본드 그르나슈(The Vagabond Grenache) 2015는 남호주의 플레리유 페닌슐라 지구(Fleurieu Peninsular Zone)에 있는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의 블레윗 스프링스(Blewitt Springs) 지역에서 수확한 그르나슈(Grenache)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시슬다운 와인 컴퍼니는 와인 앤 스피리츠(Wine & Spirits)지가 2016년에 선정한 전 세계의 "주목해야 할 와이너리(Wineries to watch)" 12개 중에서 호주 와이너리로는 유일하게 선정될 만큼 뛰어난 와인을 생산합니다. 남호주 최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바탕으로 소량의 와인을 고품질 생산 방식으로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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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존경받는 와인 메이커인 피터 레스크(Peter Leske)와 두 명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자일스 쿠크(Giles Cooke), 퍼걸 타이낸(Fergal Tynan)은 뉴 월드와 올드 월드의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 시슬다운 컴퍼니는 와인 메이커인 피터 레스케가 혼자 와인을 만들고 판매하던 와이너리였습니다. 피터 레스크는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뛰어난 와인 생산자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와인은 와인 시장에서 별로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한 차례 파산하고 경매에 나온 와이너리를 은행 대출을 받아 다시 인수해서 경영했으나 여전히 어려웠답니다. 하지만 그의 와인을 발견하고 찾아온 두 사람의 마스터 오브 와인이 와이너리 경영에 합류하면서 시슬다운 와인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거죠.

시슬다운에서는 최상의 밭에서 얻은 자연 그대로의 포도를 바탕으로 독특하고 균형 좋은 와인을 생산합니다.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유쾌하고 즐겁게 일하고, 되도록 최소량의 포도만 수확하며, 자연과 포도밭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으면서 만드는 시슬다운의 와인에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호주 와인의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 와인 양조

그르나슈는 과육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서 알코올이 잘 나오지만, 껍질이 얇아서 탄닌이 적습니다. 그래서 그르나슈는 단일 품종 와인으로 만들지 않고 만들기도 힘든 포도라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스페인과 호주에서는 그르나슈 단일 품종 와인들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이런 와인을 만들 땐 아무 그르나슈나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올드 바인(Old Vine)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죠. 그래야 제대로 된 그르나슈 와인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나 올드 바인이라는 표시를 함부로 붙일 순 없습니다. 올드 바인의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함부로 레이블에 올드 바인이라고 적었다간 주변 와이너리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죠.

더 배가본드 그르나슈는 블레윗 스프링스의 단일 포도밭에서 자라는 수령 70년의 그르나슈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듭니다. 70년이라면 충분히 올드 바인이란 표시를 붙일 법도 하지만, 시슬다운에서는 함부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품질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만큼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와인을 대한다는 의미겠죠.

 

 

포도 수확은 손으로 이루어지며 전체 포도의 20%는 포도송이 전체를 사용했습니다. 포도 껍질만으론 부족한 탄닌을 보충하겠다는 의미일까요? 부드럽게 으깬 후 5일간 낮은 온도에서 포도의 향을 추출한 후 알코올 발효합니다. 숙성은 500ℓ 들이 오크통에서 이뤄지며 오크 향이 강해지지 않도록 새 오크통의 사용 비율은 20% 정도입니다. 아래는 수입사의 자료에 나온 내용입니다.

"아름답고 섬세한 그르나슈. 매우 아름답고 잘 균형 잡힌 레드 와인. 피노 누아와 같은 섬세함을 가진 특별한 포도로 만든 흔치 않은 우아함을 가진 그르나슈. 바이올렛과 붉은 과일 향이 선명하게 입 안을 감돈다. 맛 좋은 오크 향과 실키한 피니쉬가 목 넘김을 채운다."

• 2014 빈티지 The Wine Front 92점

• 2015 빈티지 James Halliday 92점

• 2016 빈티지 James Halliday 94점

3. 와인의 맛과 향

시슬다운 더 베가본드 그르나슈 2015의 색상

피노 누아 와인만큼 연한 루비색입니다. 향도 피노 누아(Pinot noir)처럼 붉은 베리류의 과일 향과 허브 향의 조화를 이룹니다. 산딸기 향이 주로 나오고 여기에 타임(thyme)의 향이 섞여 나옵니다.

밀도는 미디엄 라이트 정도로 가볍지만, 구조가 부드럽고 잘 짜였습니다. 아주 멋진 산미와 부드러운 탄닌을 맛볼 수 있습니다. 피노 누아 와인과 비슷한 붉은 베리류의 과일 풍미가 주로 나옵니다. 산딸기와 레드 체리의 풍미네요. 허브 풍미도 살짝 나옵니다. 하지만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향신료 풍미는 강하지 않습니다. 살짝 단맛에 그을린 나무와 흙의 풍미가 이어집니다. 여운의 길이는 중간 정도이지만, 입에 남는 향긋한 붉은 과일 풍미는 훌륭합니다.

우아하고 훌륭한 산미와 부드러운 탄닌이 균형을 이루고 와인에 활력을 불어넣는 14.5%의 알코올도 멋집니다. 와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붉은 과일 풍미와 타임 같은 허브향도 훌륭하군요.

함께 먹을 음식으로는 레어로 섬세하게 구운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뵈프 부르기뇽(boeuf à la burguignonne), 안심 구이, 닭고기와 칠면조 구이, 참치 붉은 살 부위 등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8년 5월 1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