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이너리

[프랑스] 보르도에서 가장 명망 있는 농부 - 앙드레 뤼르통(Andre Lurton)

까브드맹 2018. 3. 17. 22:00

앙드레 뤼르통(Andre Lurton)의 모습

1. 앙드레 뤼르통

페싹-레오냥(Pessac-Leognan)에서 한평생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어온 앙드레 뤼르통(Andre Lurton)은 보르도에서 가장 명망 있는 농부일 겁니다. 1953년에 샤토 보네(Chateau Bonnet)를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후 거의 60여 년간 앙드레 뤼르통은 그라브(Graves)와 앙트르-두-메르(Entre-deux-Mers) 지역에서 황폐해진 샤토와 포도원의 재건에 힘썼고, 이로 인해 "보르도 와인의 대부"라는 칭송을 받고 있죠.

한평생 와인을 위해 땅을 갈아온 노력에 대한 댓가로 앙드레 뤼르통은 보르도에서 가장 많은 샤토를 소유한 농부이기도 합니다. 앙드레 뤼르통의 샤토는 총 13개이며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보르도와 앙트레-두-메르 지역

샤토 보네

샤토 기봉(Chateau Guibon)

• 샤토 그로송브르(Chateau Grossombre)

2) 그라브와 페싹-레오냥 지역

• 샤토 쿠앵 뤼르통(Chateau Couhins-Lurton)

• 샤토 라 루비에르(Chateau La Louviere)

• 샤토 드 로슈모랭(Chateau de Rochemorin)

• 샤토 쿠슈루아(Chateau Coucheroy)

• 샤토 드 크뤼조(Chateau de Cruzeau)

• 샤토 캉탱(Chateau Quantin)

3) 메독 지역

• 샤토 도작(Chateau Dauzac)

• 샤토 라바르드(Chateau Labarde)

4) 쌩-테밀리옹 지역

• 끌로 푸르테(Clos Fourtet)

• 도멘 드 마르샬리스(Domaine de Martialis)

반응형

 

2. 샤토 도작과 샤토 보네

샤토 도작은 1855년 등급 분류에서 5등급에 속하며, 끌로 푸르테는 프르미에 그랑 크뤼 끌라세에 속하는 고급 와인이죠. 13개나 되는 많은 샤토를 소유했지만, 이 샤토들이 온전한 상태로 앙드레 뤼르통의 손에 들어온 적은 드뭅니다. 대개 관리 소홀 등으로 와인 품질이 떨어지면서 가격과 매출이 급락한 상태에서 앙드레 뤼르통이 인수했고, 그는 철저하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별 볼 일 없던 샤토를 수준급의 샤토로 탈바꿈시켰죠. 상속받았을 때 형편없는 상태였던 '샤토 보네'는 그가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 눈이 50~60㎝나 내려서 포도나무가 대부분 얼어 죽었으니 재난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쏟아진 셈입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무척 난감했지요. 하지만, 포도밭을 유산으로 물려받을 때부터 제 운명은 이미 농부로 결정돼 버렸어요. 한해 흉작이 들었다고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지요.”

샤토 보네의 얼거나 썩은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새 포도 묘목을 심어서 와인 양조에 쓸 수 있는 포도로 키울 때까지는 10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재탄생한 샤토 보네는 오늘날 보르도에서 가장 큰 샤토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1855년 보르도 그랑 크뤼 끌라쎄 5등급 그랑 크뤼라지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샤토 도작도 앙드레 뤼르통의 노력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에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샤토 도작은 1920년대의 황금기 이후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1980년대까지 줄곧 등급에 어울리지 않는 와인을 만들 뿐이었습니다. 미국의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는 1980년대에 양조한 샤토 도작에 70점대의 점수를 줄 정도였죠. 파커 점수 70점대는 특별히 안 좋은 빈티지가 아닌 이상 평범한 샤토에서 만드는 와인에나 붙을 법한 점수대이죠. 이른바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이 매년 받을 만한 점수는 아닌 겁니다.

그러한 샤토 도작이었지만, 1989년에 앙드레 뤼르통이 42%의 지분을 취득하고 샤토의 관리에 참여하자 와인 품질이 빠르게 상승합니다. 아래는 1995년 이후로 로버트 파커가 샤토 도작의 각 빈티지에 매긴 점수입니다.

• 1995년 86?점

• 1996년 86점

• 1998년 87점

• 1999년 88점

• 2000년 89점

• 2001년 87~88점

해마다 점수가 조금씩 올라가는 게 눈에 띄죠? 이처럼 먼지에 덮여서 빛을 잃어가는 샤토에 부활의 기운을 집어 넣어주는 힘이 앙드레 뤼르통을 '보르도의 위대한 농부'로 칭송하는 이유입니다. 앙드레 뤼르통이 소유한 수많은 샤토는 거저 생긴 것이 아니라 더욱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과 인내의 산물인 것이죠.

 

 

3. 앙드레 뤼르통과 페싹-레오냥

앙드레 뤼르통은 페싹-레오냥 아펠라시옹(Pessac-Leognan Appellation)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메독보다 상류에 있는 넓은 와인 생산지인 그라브의 북부에 자리 잡은 페싹-레오냥은 예전에는 별도의 아펠라시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라브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앙드레 뤼르통은 페싹-레오냥의 토양과 기후를 특색있게 표현한 샤토 라 루비에르 1987년산으로 프랑스 정부가 페싹-레오냥이라는 새로운 아펠라시옹을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라브와 앙트르-두-메르의 토양과 기후를 연구해서 그에 알맞게 생산된 앙드레 뤼르통의 와인들은 "앙드레 뤼르통 아펠라시옹(Andre Lurton Appellation)"이라고도 불립니다.

 

 

4. 앙드레 뤼르통과 샤토

앙드레 뤼르통의 샤토들은 아름답고 역사적인 건물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샤토 쿠앵 뤼르통의 건물은 17세기경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17세기 이전에 건립된 샤토 드 로슈모랭의 성은 '법의 정신'에서 삼권 분립을 주장한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 남작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합니다. 샤토 드 크뤼조 역시 1760년대에 이미 포도밭이 당시 지도에 표시된 거로 보아 실제 건립 연대는 최소한 1700년대 초반인 것 같습니다.

샤토 라 루비에르

그의 샤토 중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페싹-레오냥에 있는 샤토 라 루비에르입니다. 샤토 라 루비에르의 성은 2001년에 40년에 걸친 보수작업을 마치고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고, 영화배우인 황신혜 씨가 홍보 대사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 외에 샤토 보네, 샤토 도작 등도 아름다운 성을 갖고 있죠.

앙드레 뤼르통이 소유한 샤토의 포도밭은 모두 2백4십만 평에 이르며 여기서 생산한 와인은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판매됩니다. 뤼르통의 와인이 모두 수입되진 않았지만, 마트와 와인 샵에서 샤토 보네와 샤토 기봉, 샤토 라 루비에르, 샤토 드 크뤼조, 샤토 도작, 끌로 푸르테 등은 맛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