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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보르도 레드 와인

까브드맹 2018. 3. 17. 16:00

세 가지 보르도 와인의 사진

1. 버라이어탈(Varietal) 와인 VS 블렌딩(Blending) 와인

와인의 종류에는 한 가지 포도만 사용해서 만드는 버라이어탈 와인과 두 종류 이상의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블렌딩 와인이 있습니다. 단일 품종 와인인 버라이어탈 와인은 품종 고유의 개성을 잘 드러내며, 블렌딩 와인은 각 품종의 장점을 잘 조합해서 만들기에 균형 잡힌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블렌딩 와인은 보통 한 두 종류의 주요 품종에 하나 이상의 보조 품종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남부 론에서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쓸 수 있는 품종은 27가지나 되지만, 주요 품종은 그르나슈(Grenache)를, 보조 품종은 시라(Syrah), 까리냥(Carignan), 생쏘(Cinsaut) 등을 사용해서 와인을 만듭니다. 무더운 남부 론에서 잘 자라는 그르나슈는 당분이 많아서 알코올 도수가 높게 나오므로 와인 양조에 매우 적합하지만, 포도 껍질에 탄닌이 적습니다. 그르나슈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면 탄닌이 부족해서 장기보관에 불리하기에 와인 생산자들은 탄닌이 많은 시라나 까리냥, 생쏘 등을 섞어서 그르나슈의 단점을 보완해주죠.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끼안티 와인은 산지오베제(Sangiovese) 포도를 주로 사용해서 만들지만, 토착 청포도를 5~10% 가량 섞기도 합니다. 산지오베제의 날카로운 느낌을 줄여주고 신선한 맛을 보태려는 거죠. 북부 론의 꼬뜨 로띠(Cote Rotie)와 호주에서 시라/쉬라즈(Syrah/Shiraz) 포도에 청포도인 비오니에(Viognier)를 섞어서 와인을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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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르도 레드 블렌딩

세계 각지에서 블렌딩 와인을 생산하지만, 가장 유명한 블렌딩 와인은 역시 프랑스 보르도 레드 와인일 겁니다. 보르도에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섞어서 만드는 방식은 "보르도 레드 블렌딩"이라는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유명한 와인 블렌딩 방식입니다.

보르도에서 많이 재배하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특성이 대조적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포도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워서 탄닌이 많지만, 메를로는 포도알이 크고 껍질이 얇아서 상대적으로 탄닌이 적습니다. 그래서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사용해서 만든 와인은 강하고 억세며 남성적인 편이고, 메를로를 주로 써서 만든 와인은 부드럽고 섬세하며 여성적인 편입니다. 이처럼 대조적인 성격의 두 와인을 잘 혼합하면 두 포도의 장점을 살린 와인을 만들 수 있죠.

까베르네 소비뇽에 많이 있는 탄닌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해서 와인이 오랫동안 변질되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탄닌이 많이 들어간 와인은 장기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죠. 탄닌은 처음엔 날카롭고 떫지만 와인이 숙성하면서 점차 둥글게 변해 와인의 질감이 마치 비단처럼 매끄럽고 탄력 있게 해줍니다. 메를로는 당분이 많아서 와인을 만들면 충분한 알코올 도수가 나오도록 해줍니다. 아울러 달콤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갖도록 해주죠. 그래서 까베르네 소비뇽을 뼈대로 메를로를 살로 비유하곤 합니다.

 

 

만약 두 품종을 잘 혼합하면 기골이 장대하면서 강한 근육을 가진 듯 탄탄하고 매끄러운 맛을 가진 와인을 만들게 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뼈만 앙상한 것 같은 메마른 와인을 만들거나 온통 물렁살로 이뤄진 것처럼 힘없는 와인이 나올 수 있죠. 물론 포도가 아주 잘 익어서 탄닌과 당분이 충분하면 한 가지 품종만 사용해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르도에서 한 가지 품종만 사용해서 만든 와인은 극히 드뭅니다. 

보르도에서는 이렇게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섞어서 만든 와인에 향과 색과 맛을 보완하려고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말벡(Malbec)을 조금 섞어서 레드 와인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혼합하는 방법은 비단 보르도뿐만 아니라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재배하는 곳에서는 종종 사용하는 양조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