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조지아 와인과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곁들인 늦은 봄, 한밤의 즐거움

까브드맹 2016. 5. 30. 07:00

지난 5월 25일 ㈜러스코에서 진행한 “우즈벡 정통 요리와 조지아 와인_Georgia wine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을지로에 있는 사마리칸드 시티_Samarkand City. 동대문 부근에 있는 정통 우즈벡 요리를 내놓는 식당입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진행된 이 자리에 초대되어 참석했습니다. 

이날 총 6종의 와인과 스피릿, 그리고 6가지 음식이 나와서 참석자들의 코와 입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시음한 주류에 대한 시음기를 간략하게 올려봅니다.

1. 피로스마니 화이트_Pirosmani White

진한 밀짚, 또는 연한 금색입니다. 처음엔 말린 사과 향 또는 열대 과일의 진한 향이 살짝 나지만, 곧 누룩 내음이 섞인 달달한 향이 납니다. 비린 풀 내음도 조금 있고요. 시간이 지나면 살짝 고소한 향도 풍깁니다.

질감이 부드럽고 다소 오일리_Oily한데, 제법 묵직합니다. 구조감은 충실한 편입니다.

맛은 드라이하면서 조금 씁쓸합니다. 초반엔 산미가 두드러지지 않아 상큼한 기운이 약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상큼한 맛이 살아납니다. 과일보단 식물성 풍미와 오일리한 느낌이 더 강합니다. 풍미가 샤도네나 쇼비뇽 블랑 와인에서 맛볼 수 있는 것과 많이 다르기에 일반 소비자들이 선호할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색다른 화이트 와인을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드셔볼 만 합니다. 탄두리 치킨이나 양념치킨과 어울립니다. 돼지고기 볶음과 드셔도 좋고요. 

2. 비나고라 르카츠시텔리_Vinagora Rkatsiteli

매우 연하고 맑은 밀짚 색을 띠고 있습니다. 싱그러운 청사과와 약한 시트러스 향이 나고, 광물성 향이나 흰 채소 향도 느껴집니다. 

라이트하지만 잘 짜인 구조감을 지닌 뉴추럴한 와인으로 소아베_Soave와 흡사한 느낌입니다.

드라이한 가운데 약한 자극을 주는 귀여운 산미는 신선하고 상쾌합니다. 덜 익은 청사과나 배의 시원하고 상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단조롭지만 상쾌하고 깨끗한 느낌이 좋군요. 여운은 길지 않지만 싱그러운 흰 과일 풍미가 보여주는 느낌은 깨끗하고 좋습니다.

가벼운 스타일의 밸런스 좋은 와인으로 물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3. 알라베르디 레드_Alaverdi Red

연한 루비색을 띤 와인으로 약한 서양 자두 풍미를 풍깁니다. 향은 전체적으로 단조롭지만, 풍성한 과일 풍미로 인해 마시기 좋습니다. 부드럽고 중간 정도의 밀도를 지녔습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검붉은 서양 자두 풍미에 레드와 블랙의 중간 체리 맛을 지녔고, 향나무나 소나무 같은 그윽한 나무 느낌이 납니다. 같은 허브 풍미를 지녔고요. 가볍고 후루티_Fruity하면서 적당한 나무 풍미를 지녀 마시기에 편한 와인입니다. 마시면서 계속 이어지는 기분 좋은 나무 느낌은 후반부로 가면서 좀 더 달고 그윽한 풍미를 뿜어냅니다.


4. 사페라비 레드_Saperavi Red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오크 등의 나무 향 속에 스파이시한 향이 숨어 있습니다. 블랙 체리나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향이 나고, 이국적인 향신료 향도 솔솔 풍겨 나옵니다.

잘 짜인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풀바디 와인으로 깊은 구조감이 인상적입니다. 탄닌은 처음엔 부드럽다가 뒤끝에 떫은 느낌을 남겨줍니다. 입안에 닿는 질감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편.

드라이하면서 적당한 산미를 지녔고, 검은 과일 풍미에 오크의 느낌이 섞여 있습니다. 푸릇푸릇한 허브 풍미에 살짝 후추 맛도 느껴집니다. 

산미와 탄닌이 잘 어울리고 알코올은 와인에 힘을 주지만 거슬리진 않습니다. 굿 밸런스!

5. 킨즈마라올리 레드_Kindzmarauli Red

중간 농도에서 살짝 밝은 루비색을 띠고 있습니다. 향을 맡아보면 약간 군내 나는 단 향기가 나는 것이 이 와인의 맛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부드럽고 오일리합니다.  

맛은 역시나 세미 스위트. 상큼하고 적당한 양의 산미가 쉽게 질리지 않게 해줍니다. 상큼한 붉은 과일 풍미를 맛볼 수 있고, 검붉은 서양 자두의 뉘앙스도 조금 느껴집니다. 단 과실의 풍미를 지닌 부드러운 맛의 와인이네요. 

당도와 산미, 적당한 알코올의 조화가 좋아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디저트 와인으로 좋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6. 비쏘니 조지안 브랜디_Bissoni Georgian Brandy

진한 호박색을 띤 브랜디입니다. 화악~하고 잔 안에서 풍기는 알코올 내음 속에 송진과 꿀, 노란 과일, 노란 꽃, 나무 진액 등의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구조감을 지녔고, 진득한 느낌도 있습니다.

강렬한 맛에 여러 가지 풍미가 뒤섞여 있는데요, 꿀과 과일, 여러 가지 나무의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여운의 길이는 길며 복합적인 풍미가 매우 좋습니다.

이렇게 총 6종 주류의 시음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레드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사페라비, 화이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나고라 르카츠시텔리였네요. 특히 비나고라 르카츠시텔리는 나중에 찐 갑각류나 생선회 같은 해산물과 함께 먹어보고 싶습니다.

10시쯤 흥겨운 자리는 끝났고, 일부 멤버들은 러시아 맥주를 마시러 2차 장소로 갔지만 저는 일이 있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깊은 조지아 와인과 맛있는 우즈벡 음식과 함께 보냈습니다. 와인과 음식도 좋았지만, 함께 참석하신 분들의 유쾌한 모습 또한 좋았습니다. 이런 즐거운 자리에 초청해주신 ㈜러스코 대표 고일촌님과 DNC 대표 고일영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